[기획특집=변호사 성공비결]"다양한 업무 경험 후 내게 맞는 방법 찾자"

최영익 변호사 / 회사법 자문

2017-05-19     김정덕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지만 어떤 일이나 어떤 분야에서 '왕도'라는 것은 없지 않나 싶다. 전문화 같은 경우에도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전문화' 자체가 선(善)이고, 전문화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져서 경쟁력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위 '제너럴리스트' 변호사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고 훌륭하게 자기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내 얘기를 하면 군법무관 근무를 마치고 대형 로펌에 들어가서 처음 몇 년 동안은 소위 'corporate team'이라는 곳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다른 동료들과는 다르게 단순히 기업법 관련 일반적인 자문업무만 한 것이 아니라, 조세소송, 일반 송무, 해상, 공정거래, 부동산, 노동 등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하게 처리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경험

아마도 이런저런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업무 처리가 가능했던 구시대적인(?) 분위기도 한 몫 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대형 로펌 출신치고는 특이하게도 지적재산권이나 뱅킹 같은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분야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관여해 본 경험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10년 정도에 걸쳐서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처리해 본 경험이 후에 대형 로펌을 나와 독자적인 사무실을 차렸을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대형 로펌에서 독립해 주로 했던 분야는 벤처 관련 업무였다. 이것도 다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인 회사 또는 계약 관련 자문 외에도 소송, M&A, 창투조합 설립, 지적재산권 분쟁, 노사관련 분쟁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처리했다. 고객 회사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오히려 담당 변호사가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더 다양하다.

지금 나보고 전문분야가 뭐라고 물으면 '기업법 관련 자문'이라고 답할 것 같지만 이런 카테고리화는 내게 별다른 의미가 없고 고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객들이 나에게 문의해 오는 일들은,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관련 이슈는 물론이고 개인정보, 핀테크, 외국환거래, 회사설립, 노동 등 너무나도 다양하다. 심지어 국제중재 건도 수행하고 있다.

나의 이런 경험 등에 기초해서, 후배 변호사들에게 전문성 개발과 관련된 조언을 드리자면 첫째, 처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상당 기간 동안은 여러 가지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지나고 나면 모두 자산이 될 수 있다.

둘째,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춰서 전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닐까 싶다. 전문화가 많이 되어 있는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분과 혼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는 전문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추진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아직도 전문화가 좋으냐 제너럴리스트가 좋으냐 하는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모습이 다 다르다.

"제너럴리스트 되는 것 두려워말자"

전문성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에 임하는 책임감이다. 전혀 생소한 분야의 업무를 의뢰받았다고 하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 거의 대부분의 지식과 자료, template 문서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시대에 와 있다.

10년 넘게 모임에서 만나 왔고 골프도 같이 치는, 친하게 지내는 중소기업 사장님이 있다. 그 사장님께서 회사의 지분 전체를 매각하게 되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듣고 나는 내심 그와 관련된 법률자문 업무는 당연히 내게 맡기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웬걸, 그 사장님은 그 업무를 동향의 판사 출신 친구 변호사에게 의뢰하였다. 사실 많이 실망했고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실패담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고객 개발 역시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이런저런 모임에 얼굴을 들이밀고 명함을 돌리고, 세미나 등에서 발표하고, 글도 쓰고 책도 쓰고, 고객 또는 잠재고객과 자주 대면 접촉을 하면서 밥도 먹고, 술도 같이 마시라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사건이 저절로 들어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 게임개발 업체에 외국 투자자가 투자하는 일이 있었다. 나는 외국 투자자를 대리해서 투자계약서 작성, 한국 피투자기업과의 협상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투자거래는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다. 몇 달이 지난 후 그 한국 피투자기업이 나에게 연락을 해 왔다. 그 회사가 이번에는 다른 외국 투자자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게 되었는데 이번 투자거래와 관련해서 피투자기업을 대리하는 업무를 의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최초 외국인 투자자의 동의를 얻어서 추가 투자 건에서는 피투자기업을 대리하게 되었다. 아마도 첫 번째 투자거래 진행 과정에서 나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생겨서 두 번째 투자거래 관련 업무를 맡기지 않았나 싶다.

그럼 첫 번째 투자거래 건에서 나의 고객이었던 외국인 투자자는 어떻게 해서 나를 찾아오게 되었을까? 나의 또 다른 고객이었던 창투사가 그 외국인 투자자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는데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변호사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들 듣고 나를 추천해 주었던 것이다. 그 창투사 대표님은 나의 또 다른 고객이었던 다른 창투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하시다가 독립하여 새로이 자신의 창투사를 차리신 분이었다.

고객이 또 다른 고객 소개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앞에서 언급한 여러 고객 개발 방법이 다 좋은 방법이고 나도 여전히 그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고객 개발 방법은 지금의 고객이 맡긴 업무를 최대한 성실히, 높은 수준으로 처리해 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외부 영업활동을 열심히 하느라 지금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적기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건 잘못된 고객 개발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생긴 고객은 오래 가지 못한다. 지금 있는 고객의 업무를 만족할 만큼 잘 처리해 주면 그 고객이 또 찾아오고, 주위 고객을 소개시켜 주고, 심지어는 상대방이었던 사람이 다른 일로 찾아오기도 한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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