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해의 변호사' 송무 강상진 변호사

집중전략, '쉬운 변론'으로 승기 잡아

2017-02-12     김정덕

강상진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특히 금융분쟁, 기업형사 사건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 올해 주도적으로 처리한 사건도 소 제기부터 판결 확정까지 무려 7년을 끈 키코 민사소송과 동양그룹의 회사채, 기업어음(CP) 사기발행 민, 형사사건, 신동빈 회장 등이 불구속 기소된 롯데그룹 배임 · 횡령사건 등 기업 관련 분쟁이 많다.
 

그는 "2009년부터 올 초까지 7년간 형사고소와 함께 2백 수십건의 키코 민사소송에서 은행 측을 맡아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금융분쟁에 특화하게 된 것도 키코 사건을 맡은 게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키코 사건의 소송 결과는 99% 승소. 소송 결과도 결과지만, 강 변호사에게 키코소송은 여러 측면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 중간에 약 5년 동안은 다른 사건은 한 건도 못할 정도로 키코 사건에 매달렸고, 대학 교수 등 금융공학 전문가 20명을 만나 지속적으로 공부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 심혈을 기울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키코 승소 주역 중 한사람

"처음엔 은행의 딜링룸에서 근무하는 딜러들이, 키코 상품에 대해 설명해도 모를 거라며 무시하듯 대하더라고요. 하지만 나중엔 은행 관계자들이 우리 변호사들에게 물어볼 정도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

키코소송을 통해 강 변호사가 체득한 최우선 변론전략도 '쉬운 변론'을 해야 한다는 것. 그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소송일수록 사안을 완벽하게 파악해 법원을 설득해야 한다"며 "문외한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쉬운 변론'에 이어 그가 강조하는 두 번째 전략은 집중전략. 그는 동양증권 사건을 맡아 동료 변호사들과 합숙하며 항소이유서를 작성했던 일을 소개했다.

1심에서 전부 유죄가 나 징역 5년이 선고된 동양증권 사장을 항소심부터 변호하게 된 강 변호사에게 항소이유서 작성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단 3주. 5만 쪽에 이르는 1심 기록을 받아 든 그는 5명으로 팀을 꾸려 로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호텔에서 합숙하며 5박 6일간 5만쪽의 기록을 파악하고 130쪽에 이르는 항소이유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합숙하며 항소이유서 작성

"후배들 중에 황당해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게 집중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사실관계 파악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들여다봐서 전체적으로 같은 100시간을 쓴다고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죠."

이런 노력 때문인지 항소심에서 CP 등 판매금액의 90% 정도에 대해 무죄판단이 내려지며 해당 피고인의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진전이 있었다. 또 김앤장이 40~50건을 대리한, 피해자들이 동양증권을 인수한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낸 민사 손배소에서도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손배소임에도 과실상계를 적용, 60%까지 책임을 낮추고, 불완전판매로 청구원인을 구성한 사안에선 청구금액의 80~90%를 기각시키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설명.

그는 "성공적으로 소송을 수행하려면, 특히 방어를 제대로 하려면 시간으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건 초기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며 "사안을 단계별로 천천히 파악해나가지, 하는 식의 안일한 접근은 안 통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키코사건은 소 제기부터 관련 소송이 모두 마무리되는 데 7년이 소요되었고, 다른 사건들도 줄잡아 1~2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김앤장 금융소송팀에서 수많은 첨단분쟁에 관여하고 있는 강 변호사는 "갈수록 분쟁이 늘어나고 커지고 있다"며 "특히 원고 측에서 기획해 소송을 제기하는 뚜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조직화되는 셈인데, 물론 긍정적인 현상이라는게 판사를 포함 법조 경력 18년이 쌓인 그의 의견. 주로 기업을 대리해 방어하는 역할을 맡는 그는 또 "기획소송에 나서는 원고 측 개인변호사들의 법리 개발과 전투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그런 점에서 소송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방어하는 입장에서 훨씬 더 힘들지만 그만큼 소송이 진화하는 발전적인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올해 가장 활약이 컸던 송무변호사 중 한 사람으로서 클라이언트 또는 잠재적인 의뢰인들에게 조언할 것은 없을까. 그는 송무 관점에서의 컴플라이언스를 주문했다. 금융상품의 투자자들로부터 '이런 줄 몰랐는데 손해봤다'는 말은 더이상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소송 제기 뚜렷한 추세

"금융상품과 관련된 소송을 많이 하다보니까 아쉬운 점이 컴플라이언스 체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물론 자문변호사의 자문을 받겠지만,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할 때 소송변호사의 자문도 거치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소송변호사들은 일종의 막장을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사례를 많이 알고 있고, 자문변호사가 알지 못하는 것을 볼 수도 있어요. 분쟁해결 과정에서 얻는 교훈을 회고적으로 잘 체크해서 분쟁이 발생하지 않게 활용해야겠죠."

쉬운 변론과 집중전략에 이어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변론전략은 판결이 선고되는 그 순간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것. 그는 "오전 10시로 판결 선고시점이 잡힌 상황에서 선고 1시간 전인 9시에 '변론종결 후 참고서면'을 접수하고 판사실에도 보내드린 적이 있다"며 "소송은 지면 끝이기 때문에 진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사시 34회 ▲서울지법 판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텍사스대 로스쿨(LLM)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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