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과 수탁자의 이익향수금지

[성보석 변호사]

2017-01-08     김진원
신탁의 종류에는 금전신탁, 재산신탁 등이 있고, 신탁은 현재 다양한 금융거래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상속신탁에 관한 관심도 많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7월 말 기준 수탁총액 708조

신탁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로는 겸영신탁회사인 은행, 증권사, 보험사와 전업신탁회사인 부동산신탁회사 등이 있는데, 최근 7년간의 신탁업 현황에 따르면, 2016년 7월 말 기준 수탁총액이 약 708조원에 이른다. 2010년 말 기준 수탁총액인 약 370조원보다 무려 338조원이나 증가하였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신탁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탁법 전면개정에 의한 신탁업의 활성화이다. 신탁법은 1961년 12월 30일 제정된 후 무려 50년이 지난 2011년 7월 25일에서야 처음으로 전면 개정(법률 제 10924호)되어 2012년 7월 26일부터 시행되었고, 그 결과는 수치로 확인되었다. 개정 신탁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인 2010년~2012년 수탁총액의 매년 증가액은 27조~40조원에 불과하였는데, 개정 신탁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3년부터의 수탁총액은 매년 49조~107조원씩 증가하였다.

두 번째로는 신탁제도의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담보권(근저당권 등)과 달리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신탁법 제2조),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되는 독립된 재산을 구성한다. 독립된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임의경매, 보전처분, 국세 등 체납처분 및 상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므로(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 제25조 제1항 본문) 신탁재산은 위탁자 및 수탁자의 강제집행이나 도산의 위험 또는 상계의 위험과는 절연(絶緣)된다.

부동산 PF에서도 자주 사용

신탁 중 담보신탁은 일반 금융거래뿐만 아니라 부동산 PF에서도 자주 사용되는데, 가장 일반적인 구조는 금융기관이 대주 겸 우선수익자, 신탁회사가 수탁자, 위탁자가 수익자로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과 같은 겸영신탁회사가 대주로 참여하여 우선수익자인 동시에 수탁자가 되고 위탁자가 수익자가 되는 신탁계약(이하 '본건 신탁계약')이 허용되면, 우선수익자와 수탁자가 서로 다른 담보신탁의 경우 와 비교하여 금융비용(신탁보수 등)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과연 본건 신탁계약이 가능한 것인가? 이 문제는 "수탁자는 누구의 명의로도 신탁의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 다만,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신탁법 제36조의 '수탁자의 이익향수금지원칙'과 관련되고, 구 신탁법(법률 제7428호) 제29조도 동일한 취지로 규정하고 있었다.

2015년 법원 판결 주목

먼저 이익향수금지원칙의 위반행위가 무효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구 신탁법이나 현행 신탁법은 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구 신탁법 하에서는, 거래의 안정성을 근거로 유효라고 보는 견해와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수익자가 되는 행위를 무효라고 보는 견해가 있었다. 최근까지 이에 관한 판례가 없었는데, 시공사의 대표이사가 공사대금을 담보할 목적으로 사업부지 및 주택에 관해 시행사 등과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시공사의 대표이사가 '수탁자' 겸 '단독수익자'가 된 사안에서 법원(서울북부지법 2015. 11. 24. 선고 2015가단115968 판결)은 "수탁자의 이익향수금지원칙 위반행위는 신탁위반행위가 될 뿐이고, 신탁계약을 당연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구 신탁법 제29조가 적용되었으나, 개정 신탁법 제36조도 구 신탁법과 동일하므로, 위 판결은 개정 신탁법 하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생각되고, 위 판결에 따른다면 본건 신탁계약은 이익향수금지원칙의 위반여부와 관계없이 무효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본건 신탁계약이 신탁법 제36조 단서의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에 해당하여 이익향수금지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즉, '공동수익자'의 의미를 동등한 순위의 수익자로만 한정하여 좁게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순위가 다른 수익자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할 것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법무부는 "수탁자가 공동수익자 중 1인이라는 것은 같은 종류의 수익권을 가진 수익자가 더 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종류와 내용, 수익권 취득시기 등이 다른 수익권을 가진 수익자가 더 있는 경우도 포함"하고, "공동수익자 중 1인만 우선수익권을 가지는 경우에도 그 밖의 수익자가 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형해화된 형식적 수익자가 아닌 한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봄으로써 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무부는 넓게 해석

그러나 ①본건 신탁계약처럼 수탁자가 단독 1순위 우선수익자이고 위탁자가 수익자인 경우 위탁자를 '형해화된 형식적 수익자'로 볼 것인지, ②본건 신탁계약이 자본시장법 제108

조 제6호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수탁자와 우선수익자가 동일하여 금융비용이 절감된다는 측면에서 동법 시행령 제109조 제1항 제4호 다목에 해당하여 그 예외사유로서 허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금융당국의 의견이나 판례가 없다. 다만, 신탁법 제34조 제2항 제1호는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신탁재산에 관한 권리를 고유재산에 귀속시키는 행위를 신탁행위로 허용한 경우에는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본건 신탁계약은 신탁계약에 의한 위탁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조항에 따라 허용되고, 자본시장법에 따른 불건전 영업행위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건 신탁계약이 허용되면,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형해화된 형식적 수익자에 관한 해석,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불건전 영업행위 및 예외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견이나 판례가 먼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비단 위 문제뿐만 아니라 이익향수금지원칙 및 예외에 관한 다양한 사례, 학설 및 판례들이 축적되어 신탁제도가 보다 많은 금융거래에서 이용되고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성보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bssung@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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