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간제법 시행 이후 기간제근로자도 '정규직 기대권' 인정돼"

[대법]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

2016-11-11     김덕성
기간제근로자도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는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로 무효이며, 그 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또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의 기간제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기대권에 관한 종전의 법리를 그대로 인정한 판결이어 주목된다.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기간제법은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1월 10일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 등을 하는 재단법인 '함께일하는재단'이 "(기간제근로자인) A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4두45765)에서 재단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A씨는 재단과 2010년 10월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반직 기간제근로자'로 입사했다. 이 재단의 일반직 기간제근로자는 계약기간 만료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된 고용형태로, 일반직 기간제근로자들은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재단 측에서도 A씨를 비롯한 일반직 기간제근로자들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말해 왔다.

재단은 그러나 2012년 9월 기간제근로자로서 계약기간 만료가 임박한 A씨와 권 모씨에 대하여 정규직 승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인사평가를 실시한 후 A씨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기로 하고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A씨는 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A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부당하게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고 보아 재심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재단이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원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에 따르면, 재단은 이 통보 전까지 기간이 만료된 기간제근로자 4명 중 본인 의사에 따라 퇴사를 원했던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주었고, 이 통보 이후에도 기간만료 예정인 기간제근로자 12명 전원에 대하여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인사평가를 실시하고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대법원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 그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사용자가 2년의 기간 내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그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더라도,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제법의 시행만으로 그 시행 전에 이미 형성된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배제 또는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위 규정들에 의하여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기간제법 시행 후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은 쟁점은 A씨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

대법원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A씨에게 근로계약 기간 종료 통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원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A씨에 대하여 인사위원회의 심의 없이 근로계약 기간 종료가 통보되었는데, 같은 인사평가 대상자였던 권씨의 경우 인사위원회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될 당시 권씨가 소속되어 있던 기획팀 팀장과 기획전략 총괄팀장 모두 권씨에 대한 인사평가를 실시한 적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A씨 등에 대한 인사평가 절차가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의심이 들고, A씨에게 고지된 인사평가 방법에 의하더라도 정규직 승급 대상의 기준이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정하여져 있지 아니하고, 사무국장이 A씨의 근태평가에 D등급을 부여하였는데, 그 근거로 든 사유에 의하더라도 평가기준에 따르면 D등급이 아닌 B등급이 부여되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이며, A씨가 담당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에게 정당한 인사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되고, 인사평가 절차가 과연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의심이 드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 통보를 하였다고 볼 수 없어 통보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원고 재단을, 장씨는 법무법인 덕수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