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로펌 vs 대형 로펌

2016-11-02     김진원
리걸타임즈가 창간한 해인 2007년 여름 법무부가 국내 변호사업계의 매출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법무부가 분석한 2006년 한 해 동안의 국내 변호사업계 전체 매출은 1조 5000억~1조 7000억원. 세계 여러 곳에 사무소를 운영하며 국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세계적인 로펌들의 한 해 매출에도 못 미치는 매출 규모도 그렇지만, 주목을 끈 대목 중 하나는 매출의 70% 이상을 법무법인 등 로펌에서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또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율촌, 화우 등 이른바 6대 로펌의 매출 합계가 변호사시장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얘기하면 로펌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 6대 로펌이 매출의 50% 이상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한국 변호사시장의 현주소였다.

이후 시장이 확대되며 매출이 늘고, 중소 로펌, 부티크의 설립이 이어지고 있지만 로펌 그것도, 대형 로펌 위주의 과점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개인들도 좀 중요하다 싶은 사건이면 대형 로펌의 문을 두드린다는 얘기를 들으면 대형 로펌 위주의 부익부빈익빈 구조가 심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리걸타임즈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강소 로펌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한국 로펌업계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중소, 부티크의 설립과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로펌들도 더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 로펌, 부티크의 활성화는 대형 로펌에서 미처 소화하지 못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취업난 해소와 법률사무소 창업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대형 로펌에 있다가 부티크를 만들어 독립하는 변호사들이 단골로 얘기하는 말이 있다. 대기업 등에서 일을 맡기려고 해도 컨플릭트 체크 등을 해보면 막상 선임할 로펌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대형 로펌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얘기인데, 그만큼 중소 로펌, 부티크가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에 진출한 영미 로펌이 27개에 이르지만, 한국 로펌은 변호사 100명 이상으로 규모를 설정해도 열 개 남짓한 상황이다.

일반 업종의 경우엔 중소 기업의 발전을 위한 여러 노력이 전개되고 있지만, 법률가들이 활동하는 로펌시장은 완전 자유경쟁에 맡겨져 있다. 중소 로펌, 부티크가 발전해야 한국 로펌업계가 더 성장할 수 있다. 강소 로펌의 발전에 재야법조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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