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동의 안 받고 콜센터 관제시스템에 접속해 택시기사 위치정보 수집…위자료 주라"

[대법] "택시기사들 동향 파악…사생활 침해"

2016-10-12     김덕성
택시회사 간부가 콜택시 관제시스템을 통해 자기 회사 소속 기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나 개인택시 기사들의 위치정보까지 무단으로 수집 · 열람했다가 거액의 위자료를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0월 12일 이 모(55)씨 등 경기 광주시 개인택시조합원 166명이 "위치정보 무단으로 수집 · 열람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으니, 1인당 위자료 5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A택시회사 박 모(60) 전무와 B콜센터 구 모(46) 대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4다56652)에서 이씨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경기 광주의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기사들은 2008년 'GJ 콜센터 운영위원회'를 꾸려 회원에게 콜 서비스를 하는 B콜센터를 세웠다. 콜센터가 고객 위치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택시에 배차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B콜센터가 같은 건물에 입주한 A택시회사의 요청으로 관제시스템을 A택사회사의 컴퓨터와 연결해 수시로 회원들의 위치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씨 등이 박씨와 콜센터 대표 구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박씨는 동의를 구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이 광주시 개인택시의 위치정보를 수집한 사실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됐다.

재판부는 "박씨는 A택시회사의 전무로서 원고들로부터 위치정보의 수집에 대하여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A택시회사 사무실 컴퓨터에서 2008년 4월 30일경부터 2010년 7월경까지 콜 관제시스템을 통하여 원고들의 개인택시 위치정보를 차량번호와 함께 실시간으로 수집 · 열람하였음을 알 수 있고, 구씨는 A택시회사가 원고들로부터 위치정보의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박씨가 원고들의 위치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콜 관제시스템을 연결시켜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들의 이와 같은 행위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 행위로서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위치정보 수집에 사용된 콜 관제시스템은 5초에서 1분 주기로 모든 회원 차량의 위치를 수집한 후 그 데이터를 KT IDC 센터에 있는 메인서버에 저장하여, 고객이 전화하는 경우 이미 수집된 위치정보를 활용하여 일정 거리 내에 있는 택시의 내비게이션 화면에 문자를 전송하는 것으로, 회원의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개별 회원의 위치도 추적할 수 있어 정보주체를 바로 식별할 수 있는 점 ▲박씨는 수시로 콜 관제시스템의 위치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A택시회사 소속 기사들이 원고들을 포함한 다른 택시기사들과 모여 있는지 여부, 모여 있는 사람들의 성향과 그 장소 등을 파악하였고, 이에 따라 직접 현장에 가서 택시기사들의 도박행위 또는 음주행위 등을 확인하는 등 택시기사들의 평소의 동향 확인에 위치정보를 이용하였고 그 기간이 2년이 넘는 장기간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개인위치정보가 A택시회사에 장기간 제공되어 원고들의 평소의 동향 확인에 이용됨으로써 원고들의 사생활의 비밀 등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은 피고들의 위법한 개인위치정보 수집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원심인 수원지법은 이에 앞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들이 A택시회사 운전자들에게 유리하게 차량을 배차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들이 원고들의 위치정보를 어떠한 형태로 수집하여 어떤 방법으로 이용하였는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이 원고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하여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화산이 이씨 등을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