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와 배임

[문호준 변호사]

2016-09-13     원미선
M&A 관련 자문을 하면서 드물지 않게 질문을 받는 내용 중 하나가 "이번 거래를 결정하는 이사들에게 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문제, 나아가 형사상 배임죄가 문제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수의 그룹 총수나 대기업 CEO, 이사들이 M&A 관련 배임죄로 기소되고 실제로 유죄를 선고받는 경우가 있어 왔고,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하여 관련 이사들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M&A에 관여하는 담당자들이 혹시라도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한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데, 언제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미리 판단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고, 따라서 변호사들이 배임죄 관련 고객의 질문에 답하기도 마찬가지로 어렵다는 점이다. 조금 단순화시키면, M&A 거래에서 거래조건을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정하게 되면 임무에 위배해서 제3자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것 아닌가하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데, M&A 거래에서는 해당 거래의 조건이 상대방에게 유리한 것인지 아닌지, 그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한 것이 임무에 위배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위한 전제인 '고의적으로' 그렇게 했는지 여부는 누구도 쉽게 입증하거나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배임 여부 판단 어려워

쉬운 예로, EBITDA가 100억원인 어떤 비상장 기업의 주식 100%를 매각함에 있어 해당주식 EBITDA의 10배인 1000억원에 매각하면 주의의무를 다한 것인지, 아니면 EBITDA의 20배인 2000억원에 매각해야 주의의무를 다한 것인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가격에 매각을 결정한 것이 고의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판단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 때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단될지 여부를 미리 알기는 어렵다.

적정거래가액 결정해야

법원은 "비상장주식을 매도하는 경우에 있어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나,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비상장주식의 평가에 관하여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순자산가치방식, 수익가치방식, 유사업종비교방식 등)에 의하여 평가한 가액을 토대로, 당해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 적정거래가액을 결정하여야 할 것인바"라고 하고 있으나(대법원 2003다69638 판결), 어떤 가격이 적정거래가액인지 여부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방법으로 당해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M&A 거래에서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나 배임죄 관련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 등 객관적 평가 기관의 평가(가급적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를 해 본 후 그 중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친 평가)를 거쳐 거래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거래의 실질적 목적 고려해야

한편 법원은, 거래조건의 유불리자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i)당해 거래/행위의 실질적 목적(회사의 이익을 위한 조치인지 이사/지배주주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조치인지 여부) (ii)당해 거래/행위의 실질적인 필요성 유무 (iii)이사회 등 적법한 내부의사결정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iv)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그룹 차원의 결정에 수동적으로 따른 것인지 여부) (v)객관적 자료에 기초한 신중하고도 충분한 검토 여부 등 제반 정황(위 정황들 이외에 각 사안별로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을 고려해서 M&A 관련 배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즉 거래조건 자체가 어느 일방에게 불합리하게 유리한 것인지를 알기 어려운 경우, 당해 거래를 어느 일방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동기가 있었는지 여부 및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 여부를 기초로 배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법원 2005도 856 판결인데, 동 판결에서 대법원은 "비상장주식의 실거래가격이 시가와 근사하거나 적정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여 실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거래의 주된 목적이 비상장주식을 매도하려는 매도인의 자금조달에 있고 회사가 그 규모 및 재정상태에 비추어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그 목적달성에 이용된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그와 같이 비상장주식을 현금화함으로써 매도인에게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반대로 회사에 그에 상응하는 재산상의 손해로서 그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거래 가격은 적정할지 몰라도, 거래의 목적 자체가 매도인을 위한 것이고,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거래한" 손해가 있으므로 배임이라는 것이다.

M&A때 차입 흔한 일

법원 판례를 판결 요지만 가지고 판단을 하면 그 내용을 오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위 판결의 경우에도 위 주식 거래에 이르게 된 경위를 전부 살펴보면 법원이 위와같은 판결을 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요지만 놓고 살펴본다면, 비상장주식을 적정한 가격에 매입하더라도, 매수인이 충분한 유동성 없이 무리한 차입을 통해 매입을 한 것이고 매도인을 도우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배임이 된다는 것인바, 이러한 판례는 M&A 담당자라면 당연히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M&A를 하면서 차입을 하는 경우는 흔하므로, "매도인을 도우려는 의사"가 있는지 여부가 배임죄 판단의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서, 특수관계인이나 계열사와의 거래 등 상대방을 지원하려는 의사가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래라면 언제든 배임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은 대부분 해당 거래 당사자가 독자적으로 거래여부 및 조건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내용을 따랐거나, 구조조정본부 등의 요청에 따라 결정을 했거나, 이사회가 실질적 검토 없이 형식적으로만 개최되었다는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회계/법률 및 가치 평가 절차를 거치고, 거래상대방과의 협상을 통해 거래 여부 및 조건이 결정된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M&A와 관계된 배임 문제를 자세히 논하려면 논문을 써야 할 것이고, 이 글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면서 M&A 과정에서의 배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배임죄가 M&A를 위축시키는 장애 요소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절차적 측면 중시해야

물론 M&A를 통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특정인이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겠지만, 이러한 처벌의 가능성이 두려워서 정당한 M&A 거래가 위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는, M&A에 있어서의 배임죄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절차적인 측면을 중요시해야 하며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 거래는 비록 특수관계인 사이의 거래라고 하더라도 배임죄 성립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 M&A의 필요성이나 조건의 적절성 여부는 투자은행 등 전문가들도 판단하기 어려운 바, 사법부에서 사후적으로 그 당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M&A에서의 배임죄 판단의 주요 기준은 외부 전문가 등 해당 거래에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 사람들을 절차에 개입시켜 합리적 거래조건을 발견하기 위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제3자에게 이익을 줄 목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법원의 판례를 통해 이러한 객관적 절차가 갖추어야 할 핵심적 요소가 무엇인지(예를 들면 비상장주식을 매도하는 자가 해당 주식의 가치 평가를 해 본 후 그 가격대로 매각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매수인을 찾기 위한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한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됨으로써 M&A 관련 법적 안정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문호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hojoon.moon@leeko.com)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