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민사재판 증거로 쓰려고 '몰카'…초상권 침해"

[서울고법] "1인당 위자료 30만원씩 주라"

2016-08-04     김덕성
민사재판의 증거로 쓰기 위한 것이었더라도 동의 없이 사진을 찍어 사용한 경우 초상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7월 1일 김 모씨 등 서울 관악구의 배드민턴클럽 회원 8명이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클럽의 이 모 전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5나62431)에서 이씨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1인당 위자료 3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3년 11월 클럽 회장에 선출된 이씨는 2014년 1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자신의 경쟁후보였던 김씨 등 8명을 제명, 김씨 등이 서울중앙지법에 제명결의의 무효확인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씨는 1심 소송의 변론종결 후인 2014년 10월 클럽 코트 안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김씨 등의 얼굴과 신체 등을 수회에 걸쳐 촬영하여 두었다가, 그해 12월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에 항소이유서와 함께 김씨 등의 얼굴과 신체가 나온 여러 장의 사진들을 첨부하여 제출, 김씨 등이 클럽의 회의와 운동을 방해하거나 클럽의 운영을 방해하는 것처럼 증거로 사용했고, 김씨 등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2015년 3월 준비서면과 함께 또 다른 원고들의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김씨 등이 이씨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로 1인당 250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초상권이란 우리 헌법 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으로서 초상의 촬영 · 작성이 본인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거나, 본인의 동의를 얻어 초상이 공표되었지만 그 이용이 동의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 초상의 공포가 명예훼손적 표현과 결부되거나 상업적으로 악용된 경우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피고는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들의 얼굴과 신체를 사진촬영하였고, 진행 중인 재판에서 승소하고자 이 사진들을 원고들에 대한 비난과 공격 자료로 사용하였는바, 이는 원고들의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씨는 재판에서 '김씨 등의 사진을 소송에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제출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4다16280)을 인용,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는데, 이 침해는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아니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법원 판결은 보험회사 직원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장해 정도에 관한 증거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의 일상생활을 촬영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초상권, 인격권 등을 침해당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한편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위자료 액수를 1인당 30만원으로 정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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