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담보권 없는, 한정승인자 고유채권자보다 상속채권자가 우선"

[대법] "조세채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2016-06-15     김덕성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가 상속재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하지 않았다면 상속채권자가 우선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상속재산에 관하여 담보권을 취득하지 않은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채권자가 상속재산으로부터 그 채권의 만족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속재산을 고유채권에 대한 책임재산으로 삼아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고, 이는 한정승인자의 고유채무가 조세채무인 경우에도 그것이 상속재산 자체에 대하여 부과된 조세나 가산금, 즉 당해세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은 5월 24일 2002년 9월 사망한 박 모씨에 대한 상속채권자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배당액 0원을 58,588,000원으로 경정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250574)에서 농협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박씨에 대한 구상금 채권자인 농협은 박씨의 상속인인 윤 모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 2014년 5월 '윤씨는 박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 81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 그 무렵 확정됐다. 이에 앞서 박씨의 상속인 중 윤씨를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은 모두 상속을 포기했고 윤씨는 한정승인 신고를 하여 수리됐다. 민법 1028조는 "상속인은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인이 이 규정에 따라 한정승인의 신고를 하게 되면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한 한정승인자의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되고, 그 결과 상속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으며 상속재산으로부터만 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있다.

농협은 박씨의 소유였던 경북 칠곡군에 있는 전 2165㎡와 임야 2380㎡ 등 부동산에 관하여 윤씨 앞으로 상속등기를 대위신청하여 2014년 9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화해권고결정에 기초하여 이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신청을 했다. 국가는 윤씨에 대한 부가가치세 등 조세채권자로서 강제경매절차에서 교부청구를 했는데, 그 조세가 상속부동산 자체에 대하여 부과된 당해세는 아니다. 법원이 배당할 금액 88,588,000원 중 1순위로 30,000,000원을 근저당권자 권 모씨에게, 2순위로 58,588,000원을 국가에게 배당하는 내용으로 배당표를 작성하자 배당에서 밀린 농협이 배당기일에 국가에 대한 배당액 전부에 대하여 이의를 진술한 다음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7다77781)을 인용, "상속채권자가 아닌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가 상속재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한 경우, 그 담보권을 취득한 채권자와 상속채권자 사이의 우열관계는 민법상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상속채권자가 우선적 지위를 주장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와 같이 상속재산에 관하여 담보권을 취득하였다는 등 사정이 없는 이상, 한정승인자의 고유채권자는 상속채권자가 상속재산으로부터 그 채권의 만족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속재산을 고유채권에 대한 책임재산으로 삼아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형평의 원칙이나 한정승인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며, 이는 한정승인자의 고유채무가 조세채무인 경우에도 그것이 상속재산 자체에 대하여 부과된 조세나 가산금, 즉 당해세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상속재산인 부동산의 매각대금은 한정승인자인 윤씨의 고유채권자로서 그로부터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 등의 담보권을 취득한 바 없는 피고보다 상속채권자인 원고에게 우선 배당되어야 하고, 이는 피고가 조세채권자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고에 우선하여 피고에게 배당한 경매법원의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한정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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