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30년' 이충상 변호사

중소 로펌 대표 맡아 새 출발연구하는 자세로 높은 승소율 유명

2016-06-05     원미선
"이제 중소 로펌의 대표로서 후배들도 챙기고 법인의 발전을 이끄는 역할에 보람을 느껴보려고 해요."

10년이 지나면 변화의 계기가 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충상 변호사가 꼭 그런 경우다. 법무법인 바른에서만 10년간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 이 변호사가 최근 법무법인 대호의 대표변호사가 되어 의뢰인들을 만나고 있다. 대호가 위치한 곳은 역삼동 국기원 사거리로, 삼성역 인근의 바른에서 서초동 법원 쪽으로 두 정거장 정도 사무실을 옮긴 결과가 되었다.

이 변호사가 누구인가. 그는 재조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 민사상사조장을 역임하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과 형사합의부장을 역임한 경력의 주인공으로 변호사가 되어서도 수많은 민, 형사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낸 화려한 무공을 자랑한다.

재판연구관 민상사조장 역임

대표적인 사건이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되며 법정구속된 선박왕 권혁씨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어낸 시도상선 사건. 이 변호사는 항소심의 변호를 맡아 대부분의 혐의에 대한 무죄판단과 함께 권 피고인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 현대건설 상무의 재건축 관련 배임수재 사건을 1심 실형 선고 후 맡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아냈으며, 맹 모 강남구청장, 김 모 군포시장, 이 모 속초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무죄, 선고유예, 벌금 90만원의 선고를 받아내 피고인 모두 현직을 유지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판사 시절 동경대 법학부에 객원연구원으로 1년간 연수를 다녀온 이 변호사는 이력서에 일본어를 잘 한다고 쓸 정도로 일본어에 능통하다. 캄보디아 항공기가 추락하여 한국인 단체관광객 13명이 숨진 사건에서 여행인의 국적이 아니라 여행국가를 기준으로 안전배려의무를 결정하는 일본 판례를 재판부에 제출해 여행사의 과실이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등 그의 변론 준비서면엔 일본 판례와 학설이 자주 등장한다. 또 재일교포 등의 한국 내 송사를 많이 수행하는 '일본어가 되는' 변호사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재일교포 피고인의 사기 사건이 그 중 하나로, 이 사건에서 이 변호사는 한국어에 서툰 피고인과 일본어로 대화하여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고소인 측 증인들에 대한 반대신문을 철저하게 진행하여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소개했다.

투자분쟁, 회사소송 많이 수행

현대증권과 하이닉스반도체 사이의 구상금 및 약정금사건, 공무원연금공단, 더케이손해보험, 메리츠종금 등 기관투자가를 대리해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반대로 자산운용사를 대리한 사건, 위법한 신주배정으로 인한 손배소, 신주발행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위반이라고 하여 반드시 무효인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등 일반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기업 관련 사건을 많이 수행해 온 그는 높은 승소율로도 유명하다. 법무법인 바른에서도 수임료 수입이 높은 상위 몇 명의 변호사 중에 으레 포함될 정도였다는 후문.

그러나 군법무관 근무부터 따져 법조 경력이 30년이 넘는 이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활약보다도 2013년 9월부터 사면심사위원으로 활동한 2년이 법조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판사시절부터 범죄를 단죄하는 판, 검사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신랄하게 비판해 온 법조인 중 한 사람이며, 사면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사면에 대해 사전심의하게 하자는 글을 처음 쓴 사람도 이 변호사다. 이런 노력 등이 공감을 얻어 이명박 정부 들어 사면심사위원회가 구성되기 시작했으나 이 변호사가 사면심사위원이 된 것은 심사위 구성 후 5년이 지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는 또 첫 판사 출신 사면심사위원이란 기록도 가지고 있다.

"사면권 제한" 주장 유명

"사면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판결 확정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사면대상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제안을 해 관철시켰어요. 판결에 불복해 다투다가 사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언질을 받으면 항소나 상고를 포기해 판결을 확정시킨 직후 사면을 통해 빠져나가는 그야말로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풀려나는 경우를 방지하자는 취지였는데, 과거엔 이런 편법적인 노력을 통해 기결수로는 단 하루도 살지 않고 풀려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 변호사는 또 "형기를 60~70% 넘기지 않은 사람도 사면대상에 넣지 말자고 제안해 그런 기준이 사실상 정립되었다"며 "앞으로도 최소한 형기의 50%를 채우지 않은 사람은 사면이 안 되도록 해서 판, 검사들이 사법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형기의 절반은 살아야한다는 기준이 확립되면 판사가 징역 3년을 선고하면 최소한 1년 반은 살아야 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면 최소 2년은 살아야 하니까 판사들이 양형 단계에서 이를 고려하게 되고, 그 결과 판사들이 판결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가 사면심사위원으로 활동할 때의 알려지지 않은 얘기 하나. 2년의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지난해 여름 이 변호사는 소속 로펌 경영진으로부터 사면심사위원에서 사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가 경제인 등이 포함된 특별사면을 실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이 변호사가 사면심사위원으로 있으면 이 로펌에선 컨플릭트(Conflict) 때문에 사면 사건을 수임하는 게 곤란해 사임요청을 해 온 것. 이 변호사는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했다"며 "만일 요청대로 사임했다면 힘 있는 사람을 사면하려고 하는데 반대할 위원을 미리 사퇴시켰다는 등 불필요한 오해만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비리 사건 담당

서울고법 배석판사 시절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관련된 12.12 및 5.18 사건과 두 전직 대통령의 뇌물 비리사건을 담당하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있을 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와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의 영장을 발부하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영장은 기각하는 등 영장담당 판사로도 활약한 그는 변호사 개업 후인 2011년 9월 대한변협으로부터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재조와 재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그가 중소 법무법인 대호의 대표를 맡아 또 한 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대호는 판, 검사 출신 등 변호사 24명의 규모로, 이번에 이충상 대표와 함께 부산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 출신의 석동현 변호사도 대표변호사로 취임했다. 또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합류했다.

"전에는 착수금을 받기 전엔 의뢰인이 갑, 착수금 지급 후엔 변호사가 갑이라고 했지만 요즈음은 그렇지 않아요. 이제 대호의 대표를 맡은 만큼 열심히 의뢰인들을 찾아다니며 대호의 높은 경쟁력을 알리려고 해요."

재조 시절부터 뛰어난 총기로 비상한 관심을 받아 온 이충상 변호사가 로펌 대표로서 두 번째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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