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본 이사회 결의의 유무효

[박성진 변호사]

2016-04-18     김진원
주총 시즌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다래의 박성진 변호사가 주주총회 결의의 유효 여부만큼 실무에서 중요한 이사회 결의의 유무효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편집자

우리법상 이사회 소집절차나 결의요건은 주식회사의 주주총회나 비영리법인의 사원총회의 소집절차나 결의요건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당해 이사회의 결의는 하자있는 이사회 결의라고 판단할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그런데 실제의 소송과정에서는 이와 달리 주주총회나 사원총회라면 소집절차나 결의의 하자에 해당하고 총회결의의 무효나 취소를 초래하는 문제로 취급될 수 있는 하자임에도 이사회의 경우에는 유효하게 취급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이사회 결의의 무효 자체를 소송절차에서 다투거나, 이사회 결의의 후속절차인 주주총회나 사원총의 결의의 무효, 하자를 선행하는 이사회 결의의 무효를 이유로 다투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 유효요건의 해석에 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주주총회의 경우와 비교해 보았을 때 특이점이 있는 이사회 소집절차나 결의의 하자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주주총회와의 차이를 불문하고 이사회 결의 자체의 요건 해석에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목적사항 통지 여부

주주총회의 경우에는 그 소집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363조에서 제2항이 회의의 목적사항을 소집통지서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데 비해, 이사회 소집의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390조에서는 이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이런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 2011. 6. 24.선고 2009다35033 판결은 "이사회 소집통지를 할 때에는, 회사의 정관에 이사들에게 회의의 목적사항을 함께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거나 회의의 목적사항을 함께 통지하지 아니하면 이사회에서의 심의 ㆍ 의결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 소집통지의 경우와 달리 회의의 목적사항을 함께 통지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회의 목적사항을 통지하지 않더라도 이사회 소집절차는 유효하게 될 여지가 많음을 알 수 있다.(예외적으로 목적사항을 통지하지 않은 경우 이사회 소집절차를 부적법하게 만드는 '이사회에서의 심의 ㆍ 의결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의 집적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일부 이사에 통지하지 않고 소집한 이사회의 효력

원칙적으로는 무효이지만, 대법원 1992. 4. 14. 선고 90다카22698 결정은 "이사 3명 중 회사의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경영에 관한 모든 사항을 다른 이사들에게 위임하여 놓고 그들의 결정에 따르며 필요시 이사회 회의록 등에 날인만 하여 주고 있는 이사에 대한 소집통지 없이 열린 이사회에서 한 결의는 위 이사가 소집통지를 받고 참석하였다 하더라도 그 결과에 영향이 없었다고 보여지므로 유효하다"고 설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대법원판례를 조금 더 확장해서 적용해보면 기계적으로 타 이사에게 경영권을 위임하였고 실질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유로 불참 이사의 의결권 행사가 그 이사회 결의에 영향이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이와는 다른 사유라 하더라도 소집통지를 받지 않은 이사가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이사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경우에는 당해 이사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더라도 그 이사회는 유효하다는 결론의 도출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안을 다룬 우리 대법원 판결 내지 결정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이런 경우에 유효한 이사회라고 하고 있다.

3. 대표이사 1인의 찬성으로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진 경우

사람의 경우에는 신체를 분할할 수 없으므로 이사회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3인이고, 이사회에 3인이 출석한 경우 2인 찬성, 2인 출석의 경우에는 2인 모두 찬성해야 과반수 찬성요건을 만족하는 것이다. 따라서 3명의 이사 중 대표이사와 특별이해관계 있는 이사 등 2명이 출석하여 대표이사 1인의 찬성으로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진 경우 얼핏 보면 2명이 출석하여 1명이 찬성하였으므로 과반수 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 1992. 4. 14. 선고 90다카22698 판결은 "특별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나 의사정족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이사의 수에는 포함되고 다만 결의성립에 필요한 출석이사에는 산입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회사의 3명의 이사 중 대표이사와 특별이해관계 있는 이사 등 2명이 출석하여 의결을 하였다면 이사 3명중 2명이 출석하여 과반수 출석의 요건을 구비하였고 특별이해관계 있는 이사가 행사한 의결권을 제외하더라도 결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출석이사인 대표이사의 찬성으로 과반수의 찬성이 있는 것으로 되어 그 결의는 적법하다"고 판시하고 있어, 위와 같은 경우에도 유효한 이사회 결의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또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다1521 판결은 "민법 제74조는 사단법인과 어느 사원과의 관계사항을 의결하는 경우 그 사원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74조의 유추해석상 민법상 법인의 이사회에서 법인과 어느 이사와의 관계사항을 의결하는 경우에는 그 이사는 의결권이 없다. 이 때 의결권이 없다는 의미는 상법 제368조 제4항, 제371조 제2항의 유추해석상 이해관계 있는 이사는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나 의사정족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이사의 수에는 포함되고, 다만 결의 성립에 필요한 출석이사에는 산입되지 아니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고 설시하고 있어, 위와 같은 법리는 주식회사의 이사회뿐만 아니라 비영리법인의 이사회의 경우에도 적용됨을 알 수 있다.

4. 서면결의에 의한 이사회 결의의 유효 여부

이사는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여야 하고 대리행사는 허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대법원 1982. 7. 13. 선고 80다2441 판결 참조) 얼핏 보아서는 서면결의에 의한 이사회 결의도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그러나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2554 판결은 "구 신용협동조합법(1998. 1. 13. 법률 제550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은 이사회의 결의를 요하는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이사회의 결의 방법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사회 결의를 요하는 사항에 관하여 이사들에게 개별적으로 결의사항의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후 미리 작성한 이사회 회의록에 날인 받는 방식으로 의결을 하는 이른바 서면결의 방식에 의한 이사회 결의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시하고 있어, 비영리법인의 이사회의 경우 의결권을 타인에게 위임하여 행사하는 대리행사가 아니라 이사 본인이 행사하되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하는 서면결의는 유효함을 알 수 있다(위와 같은 결론이 주식회사의 이사회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에 관해서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대법원 판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 이사회 결의 후 이사 총수가 증원된 경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20670 판결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991. 2. 1.자 이사회 결의 당시에는 그 결의요건을 충족하였더라도, 그 결의에 따라 이루어진 1991. 4. 29.자 연대보증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그 사이 이사 일부와 이사 총수가 변경됨으로써 이사회 결의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어 결국 위 이사회 결의는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사회 결의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는 이사회 결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결의의 대상인 연대보증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진 날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어, 이사회 결의 당시를 기준으로 정족수를 산정하는 것이 적법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위 판결에 따른다면 이사회 결의에 필요한 이사의 수는 결의가 성립하는 그 순간까지는 요건을 만족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총 이사의 수가 5인인 경우에는 3명 이상이 출석해야 하는데, 3명이 출석한 경우 중간에 1명이 사라져 결의 순간에는 2명만이 남았다면 과반수 출석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여 그 결의는 무효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박성진 변호사(법무법인 다래, guildsj@darae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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