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봄바람

2016-04-01     김진원
요즈음 조간신문을 펼치면 변호사 개업광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신문 1면의 왼쪽 또는 오른쪽 아래에 네모상자로 깜찍하게 단장된 개업인사 광고가 연일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매년 이맘때면 연중행사처럼 반복되는 일이지만 예년에 비해 개업광고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또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종전과 달라진 새로운 점을 감지할 수 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 영입광고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서초동 법조타운에 사무실을 열었다는 개인변호사 개업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변호사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지난해 3월 이후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면서 검사장, 고법부장 이상의 고위 판, 검사 출신은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대형 로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갈래야 갈 수가 없다. 또 대형 로펌의 사정이 예전 같지 않아 전관 영입에 덜 적극적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고검장, 검사장, 고법부장 출신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에 개인사무소를 열었거나 준비 중에 있으며, 공직자윤리법 적용대상이 아닌 중견 판, 검사 출신의 개업도 줄을 잇고 있다. 중소 로펌들에겐 또 공직자윤리법의 제한이 고위직 판, 검사 출신의 합류라는 호재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대형 로펌들은 송무파트를 늘리며 판, 검사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대법관, 검찰총장 출신부터 기수별로 포진한 막강한 송무군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송무시장도 이미 오래 전에 대형 로펌 위주로 재편되어 치열한 대리전이 전개되고 있다.

관심은 최근 서초동에 부는 개업바람이 법조타운, 개인변호사 시장의 또 다른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서초동에서 변호사 개업을 도와주는 개업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모처럼 서초동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변호사 경기가 다시 좋아지길 기대했다.

법률시장의 주체를 대형 로펌, 중소 로펌, 부티크, 개인변호사 사무실 등으로 나눠볼 때 시장이 어느 한쪽에 쏠려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제각각 역할을 하며 성장을 도모할 수 있어야 시장이 발전하고, 법률서비스의 소비자인 의뢰인에게도 좋다.

비록 최근의 서초동 개업열기는 상당한 경력의 판, 검사 출신에 국한된 얘기이지만 이 열기가 개인변호사 전체, 법률시장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서초동에 이는 봄바람이 유난히 상쾌하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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