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M&A시장 전망

[김상곤 변호사]

2016-02-12     김진원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연초에 일상적인 업무에 더해 함께 일하는 기업들 방문도 다니고 신년인사도 나누다 보니 정신없이 1월도 다 지나갔다. 국가를 경영하는 높은 분들께서 하시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으면 지난 한 해를 반추하는 한편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도 하고 또 신년인사를 하면서 나누는 얘기의 상당수도 올 한 해의 전망이다 보니 여러 생각과 고민을 나누게 되어 이를 지면을 통해 공유해 볼까 한다.

먼저 올 한 해의 경제 전망에 대하여 좋게 보는 분이 한 분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의 서막이 오른다고 하는 분도 계시고 IMF 이후 급격하게 해외시장 특히 중국시장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대외환경이 너무 안 좋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 차라리 IMF처럼 급격한 위기라면 기업의 옥석이 가려지고 살아남은 기업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도 있는데, 저금리 시대에 서서히 불황으로 들어서다 보니 좀비 기업들이 늘고 있어 오히려 종국에는 IMF보다 더 안 좋은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다.

선택과 집중 가능성 높아

향후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걸로 봐서 기업들은 모험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별로 잘하는 사업에 좀 더 선택과 집중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사이의 화학 및 방산업종 빅딜이 그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러한 사례들이 발생하면 다른 그룹들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자발적인 구조조정, 사업교환의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회복한 기업들이 다시 M&A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리되어 새로운 주인을 찾은 가까운 사례가 있다. 금융권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의 토대가 되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 조항에 걸려 연장이 되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로펌 도산팀 강화 얘기도

정부와 금융권에서도 한계기업을 정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도 갚기가 부족한 기업도 많이 늘어났는데 미국발 금리인상까지 고려하면 악화된 금융환경에서 계속 생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쟁 로펌 변호사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수요가 예측이 되어 도산팀을 강화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간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큰 축이 되었던 산업은행도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관리하고 있던 많은 기업들에 대한 매각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기업들이 경기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기업들을 장기 보유하는 것은 당연히 위험을 수반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기 위해 매각 기업들을 관리도 하고 시장 상황도 고려해 자회사로 장기 보유했겠지만 시장 상황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매도자 우위 시장을 고려해서는 더 이상 합리적인 제값 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면서 한화에게 제시한 위약금 몰취 조항을 더 이상 제시할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동부익스프레스 등 매각 무산

이러다 보니 모두 일치된 의견은 더 이상 M&A시장은 매도자 우위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M&A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확실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러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었다. 그러나 작년만 하더라도 모두들 탐나는 매물이라고 했던 동부익스프레스도 현대백화점이 단독 응찰한 가운데 끝내 협상이 매각되어 무산됐다. 동부팜한농 매각도 LG화학의 단독 응찰로 흥행에 실패했다. 이제는 매수자 우위 시장의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매수인이 요청하는 매물에 대한 보장 요구 사항들이 많아지고 협상 과정이 지난해지는 경향도 생긴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조정을 위하여 이른바 원샷법을 만들어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원샷법에서 얘기하는 합병이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분할 등의 절차 간이화는 사실 본질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더 이상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아니라 중국 등 외국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기업들을 인수, 합병하려고 하면 매출액에 따라 중국 등 외국의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웬만한 기업 인수의 경우에는 서너 군데 국가에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지고 있고 이에 대한 비용도 매우 많이 발생한다.

기업결합승인에 6개월 예사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다. 중국 상무부에서 기업결합신고 승인을 받으려면 서류가 제대로 갖추어졌다는 입안을 받는 데만 보통 2개월 걸리고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으려면 6개월 걸리는 것이 예사이다. 그런데 이렇게 장기간 걸리는 중국 정부의 기업결합신고 승인은 매물로 나온 기업의 중국 매출액이 약 500억원정도만 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절차이다. 아무리 국내에서 구조조정 절차를 빨리 한다 하더라도 외국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승인을 붙잡고 있으면 소용이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원활해지려면 어차피 외국 경쟁당국에 발목이 잡혀 있는 절차 간이화보다는 기업이 정말로 목말라 하는 세제 지원 등이 뒷받침되고 주식매수청구권 등 기업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피부에 와 닿는 지원책인데 현재 원샷법에선 이러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정말 새해 전망이 너무 어두워 보인다. 그렇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고 준비된 자만이 이러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는 한 해를 기대해 본다.

김상곤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sanggon.kim@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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