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로펌서 활약하는 한국계 변호사들 "글로벌 코리아 우리가 이끈다"

150명 홍콩에 둥지틀고 한국비즈니스 주도연봉 100만$ 넘는 파트너 변호사도 상당수

2016-01-23     김진원
영국계 로펌인 Linklaters 홍콩사무소에서 한국 비즈니스 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상훈 미국변호사는 지난 12월 중순 서울을 방문했다.

Linklaters가 대리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니제르 이모라렝 광산 지분 인수와 관련, 한전 관계자들을 만나 이 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힘을 보태는 게 이번 방문의 목적 중 하나. 니제르 이모라렝 광산은 세계 2위의 우라늄 광산으로, 한전은 니제르 이모라렝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아레바사의 자회사인 Areva NC Expansion사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이 광산의 지분 10%를 인수한다. 계약대로 진행되면, 2013년부터 24년간 우리나라의 연간 우라늄 소비량의 약 15%에 해당되는 700톤 정도의 우라늄을 들여오게 되는 의미있는 거래라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투자금액은 모두 3000억원. 이 변호사는 특히 프랑스법을 준거법으로 정해 진행되는 이 거래에서 한전 경영진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국내에선 또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한전에 자문을 제공했으며, 상대방인 프랑스회사는 영국계 로펌인 Simmons & Simmons가 대리했다.

프랑스법이 준거법

비슷한 시기에 미국계인 Sidley Austin의 김도형 미국변호사도 한국을 찾았다.

삼성전자 등 삼성계열사와 포스코 등 고객회사들의 해외투자 등과 관련, 경영진과의 업무협의가 목적이었다. 그는 미리 잡아 놓았던 인터뷰 약속을 뒤로 미뤄 만날 만큼 서울에서 바쁘게 시간을 보낸 후 새해를 이틀 앞 둔 12월30일 새벽 홍콩으로 되돌아갔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한국계 외국변호사들이 외국의 유명 로펌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 중엔 미국, 영국사람들도 되기 어렵다는 파트너(partner) 변호사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적지 않으며, 대형 외국로펌의 한국팀장도 대부분 한국계 변호사들이 맡고 있다.

한국계 변호사들은 뉴욕과 워싱턴, 홍콩, 동경, 런던 등 외국로펌의 사무소가 위치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로펌에서 한국과 관련된 일을 주로 다루는 한국시장의 전진기지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4시간이 채 안 걸리는 홍콩. 한국계 변호사들이 홍콩섬의 초현대식 빌딩에 자리잡고 있는 영, 미 로펌의 홍콩사무소에 둥지를 틀고 수시로 서울을 오가며 글로벌 코리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시장 전진기지 홍콩

이들은 영미법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유창한 영어와 우리말 실력을 앞세워 외국로펌 내에서도 막강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또 상당한 연조의 파트너 변호사의 경우 연봉이 보통 1백~2백만 달러에 이르는 등 경제적인 보상도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계 변호사들에 따르면, 외국로펌에서 한국 관련 일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10여년 전인 1997년 IMF 위기 때라고 한다.

한국의 기업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백방으로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기업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외국로펌의 한국계 변호사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외국로펌에선 경쟁적으로 한국팀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홍콩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변호사도 IMF 위기 이후 몰라보게 늘어났다. 말하자면, IMF 위기를 극복하며 한국의 주요 로펌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듯이 외국로펌들도 IMF 이후 한국 관련 일감이 쏟아지며 한국계 변호사가 급증하게 된 셈이다.



특히 세계 13위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경제가 발전을 계속하며, 외국로펌의 한국비즈니스도 탄탄한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2008년에 터진 세계경제위기 이후 뉴욕과 런던 등에선 로펌의 변호사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이 성행했지만, 홍콩사무소의 한국팀은 한국경제가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해 내면서 오히려 경제위기 이전보다 더욱 활발한 분위기라고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한국법률시장의 개방이 임박해짐에 따라 외국로펌들이 한국 상륙에 앞선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한국계 변호사들을 홍콩에 전진배치하고 있는 데는 이런 사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FTA 앞두고 전진배치

리걸타임즈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홍콩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변호사는 100~15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Linklaters의 이상훈, 안형 변호사와 Sidley Austin의 김도형, Allen 김 변호사, Cleary Gottlieb의 한진덕 변호사와 해외 증권 발행 및 해외 M&A 일을 많이 수행하는 이용국 변호사, 강성관, 한상진 변호사, Simpson Thacher의 박진혁, Paul Hastings의 김종한, 김세진 변호사, Baker & McKenzie에서 M&A 및 중국 관련 일을 많이 수행하고 있는 이원 변호사, 항공기 금융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문가인 Milbank의 김영준 변호사, M&A 전문인 Orrick의 마크(Mark) 리 변호사와 데이빗(David) 조 변호사, DLA Piper의 이재철 변호사, Clifford Chance의 김현석, Shearman & Sterling의 이경원 변호사 등이 특히 활발하게 한국물 시장에서 활약하는 파트너 또는 이에 버금가는 연조의 변호사들이다.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한 해외파들이지만, 최근 들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또는 대학 졸업 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유학파가 늘고 있다.

서울대 다니다 브라운대 유학

Baker & McKenzie의 이원 변호사는 서울대를 다니다가 유학을 떠나 미 브라운대와 예일대 로스쿨(J.D.)을 나왔다. 또 Clifford Chance의 김현석 변호사도 어려서 독일에서 공부한 적이 있지만, 연세대 상대를 나와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케이스다.

Paul Hastings의 한국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종한 변호사는 이와 관련, "어소시엣 변호사를 뽑을 때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로스쿨을 나온, 한국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변호사를 선호한다"며, "앞으로는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공부한 해외파보다도 이런 스펙의 변호사들이 외국로펌의 한국시장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Sidley의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 프랙티스(practice)와 관련, 소송, 중재, 특허, 경쟁법 분야와 중국과 EU 등 개척할 분야가 수없이 많다"며, "선배들의 틀만 보지 말고, 중국어를 완벽하게 익히는 등 새로운 분야를 폭넓게 개척하라"고 당부했다.

리걸타임즈는 한국 법률시장의 개방이 임박한 2010년 신년호 특집으로 홍콩 현지 취재를 계획했다.

그러나 이들 한국계 변호사들이 서울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도시를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 취재일정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11월의 경우 홍콩 사무실에서 업무를 본 것은 이틀에 불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마침 새해를 앞두고 고객사와의 업무협의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한국계 변호사들을 서울에서 만나 취재할 수 있었다. 여러 날에 걸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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