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66만원 상당 금품 · 향응받은 서울시 공무원 강등 부당"

[서울행법] "재량권 일탈 · 남용 해당"'1000원 이상만 받아도 처벌' 박원순법 제동

2015-09-25     김덕성
상품권을 포함 66만원 상당의 향응과 금품을 받은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에게 강등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가 2014년 8월 업무 연관 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원이 1000원 이상만 받아도 처벌할 수 있게 한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 일명 '박원순법'에 제동을 건 판결이어 주목된다. 박 시장도 판결 후 트위터를 통해 "공직자에겐 보다 엄격한 청렴의 잣대가 필요한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차행전 부장판사)는 9월 17일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상품권 50만원 등 66만원 상당의 향응 및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받았다가 소청심사에서 강등처분으로 감경된 서울 시내 모 구청의 도시관리국장 A씨가 강등처분을 취소하라며 구청 측을 상대로 낸 소송(2015구합72061)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A씨를 조사하다가 금품수수 등 비위행위를 적발하고, 올 3월 서울시장에게 A씨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구청 측은 7월 'A씨가 이수건설 전무 B씨로부터 2015년 2월 후배들과 함께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회센터에서 1인당 4만 3000여원의 저녁식사 향응을 제공받고, 같은 날 신세계상품권 50만원을 받았으며, 5월경 구청 집무실에서 롯데물산 소속 직원으로부터 총 12만원 상당의 롯데월드 어드벤처 자유이용권 8매를 수수했다'는 징계사유로 A씨에게 해임 및 66만여원의 징계부가금 부과처분을 했다. 이에 A씨가 소청심사를 청구, 강등처분으로 감경하는 결정을 받았으나 A씨는 강등처분도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는 청렴과 품위 유지 의무가 요구되는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금품 · 향응을 수수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공무원 직무의 청렴성과 공정성을 훼손하였으며,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시켰고, 따라서 위와 같은 비위행위를 한 원고에 대하여는 엄한 징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롯데월드 어드벤처 자유이용권은 롯데물산에서 홍보용으로 구청 도시관리국 비서실에 제공한 것이고, B씨로부터 받은 금품 · 향응도 그 제공받은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를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수수한 것이라기보다는 호의를 베푸는 것에 대하여 마지못해 수동적으로 수수한 것이라고 할 것인 점 ▲원고가 징계사유와 같이 금품 · 향응을 받은 대가로 관련자들에 대하여 편의를 제공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B씨에게 제공받은 금품 · 향응 상당의 돈을 반환하는 등 징계사유에 대하여 반성하고 있는 점 ▲해당 구청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 제2조 제1항 [별표 3] 징계에 대한 개별기준에서 금품 · 향응 수수한 경우 100만원 미만(수동)일 때에는 감봉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강등 외에 그보다 가벼운 정직, 감봉과 같은 처분을 하는 것도 가능한데, 원고에 대한 정직, 감봉으로도 징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외에 서울특별시 소속 지방공무원이 100만원 미만의 금품 · 향응을 수동적으로 받은 경우 강등처분을 받은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징계의 종류 중 그 공무원 직급을 한 단계 낮추는 중징계에 속하는 강등을 택한 이 사건 처분은 원고 신분의 특수성, 징계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등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처분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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