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사업의 새로운 신용보강 방안

[강율리 변호사]

2015-09-14     원미선
오랜 침체 끝에 아파트 분양시장이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신규 분양이 봇물을 이루면서 사업비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수요도 많아졌다. PF로 자금을 대출하는 금융기관(이하 'PF 대주')의 입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 시공사(이하 건설회사와 혼용함)의 신용보강이다. 그런데 과거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아파트 미분양 등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이 난항을 겪자, PF 시 과도한 연대보증 또는 채무인수를 한 건설회사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신청한 사례들이 많았다. PF로 자금을 조달받는 개발사업에서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가 PF 대주를 위한 연대보증 등 채무를 부담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상이다.

원칙적으로 PF는 사업을 추진하는 실질적 사업주체 즉 스폰서에 대한 상환청구가 제한되는 비소구금융(non-recourse financing)으로서, 정확한 사업성 분석과 평가를 통해 해당 사업 자체로부터 나올 장래의 현금 흐름을 담보로 대출이 실행되는 금융기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잦은 건설 경기 변동과 사업성 평가의 어려움, 시행사의 영세성 등으로 말미암아 PF 대주들은 자금력이 부족한 차주 대신 PF 대출금 상환을 책임질 수 있는 신용도 높은 사업 관련 기관으로부터 신용을 보강 받는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시공사 워크아웃, 회생사례 많아

PF의 신용보강 방안으로 종래 가장 많이 이용되던 것은 사업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가 PF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거나, 차주가 대출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그 채무를 인수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PF사업 대상 건축물에 대한 인허가 지연, 미분양 등으로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시공사가 이행해야 할 다액의 PF 보증채무로 인해 시공사 자체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시공사는 더 이상 직접적이고 무조건적인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 의무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이에 최근 PF 대주에게 새롭게 의미가 부각되고 있는 시공사의 신용보강 방안으로 책임준공확약이 있다. 영미에서는 책임준공 대신 완공보증(Completion Guarantee)이라고 부르는데, 차주가 PF 대출에 대해 자기의 일반재산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대신 목적물의 완공을 통해 대출채권의 담보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보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PF 대주에게 하는 확약

우리나라에서 책임준공확약이란, 시공사가 PF 대주에게 하는 확약으로서, 천재지변, 내란,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PF 차주가 공사비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해당 사업을 위한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정해진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료하여 사용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확약을 말한다. PF사업에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물이 완공되면, 그 건축물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이나 임대차를 통한 임료 등 현금흐름을 통해 PF 대출금의 상환이 이루어질 수 있고, 설사 분양이나 임대가 완료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해당 건축물 완공 후에는 그에 대한 담보 대출이 가능하므로 선행된 PF 대출은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건축을 맡은 시공사의 책임준공확약은 실효성 있는 PF 신용보강 방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한편 시공사가 책임준공확약을 위반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손해액의 입증 문제가 남게 되는데, PF 대주는 그 입증의 편의를 도모하고 신속하게 대출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책임준공확약과 더불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문구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 밖에 시공사가 책임준공확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PF 대출채무를 인수하기로 하는 책임준공 미이행 조건부 채무인수 약정을 체결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실질적 담보 역할"

책임준공확약의 성질에 대하여 대법원은 대주를 위한 실질적 담보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20628 판결), 형식상 '건축물에 대한 준공의무'로서 '하는 채무'의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PF 대주를 위한 신용공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공사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절차에 들어가게 된 경우, PF 대주에 대해 부담한 책임준공확약 자체도 채무재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책임준공확약 역시 그 불이행 시 시공사의 금전적 손해배상책임으로 귀결되는 만큼, 정확한 사업성 평가가 수반되지 않은 과도한 책임준공의무의 부담이 시공사의 존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임준공확약과 더불어 PF 대주가 시공사로부터 받는 신용보강 중 최근 각광받는 것이 책임분양약정이다. 책임분양약정이란 아파트 등 사업 목적물의 사전 분양 결과 PF 대출금 상환이 충분히 확보될 만한 예정분양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시공사가 그 미분양 된 구분소유 건물을 일정한 가격에 매입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책임분양 약정은 예정분양률 미달이라는 일정한 조건 충족 시에 향후 준공 시까지 분양되지 못한 건축물을 매입하기로 하는 약정이므로 기본적으로 매매예약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차주가 대출금 상환 재원 확보

책임분양약정이 이행되면 매매대금의 입금을 통해 차주가 PF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게 되는 면에서 PF 대주를 위한 신용보강으로 기능하게 되는데, 해당 시공사는 매매의 결과 유형자산(건축물)을 취득하기 때문에 건설회사가 PF 대주에게 편면적으로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와는 구별된다.

특히 일시적으로 낮은 사전 분양률이 예상되지만 준공시점에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전망되는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시공사가 책임분양약정을 하는 경우, 시공사는 매수한 물량의 전매를 통해 도급공사비 외의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책임분양약정은 PF 대주에 대한 책임준공확약과 더불어 시공사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시공사가 책임분양약정을 이행하기에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고, 책임분양을 통해 매수한 물량을 적절한 시기와 원하는 가격에 전매할 수 있는 제반 시장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그렇다.

앞서 살펴 본 책임준공과 책임분양은, 시공사가 단순한 수급인의 지위를 넘어 사업주체인 시행사에 준하여 해당 사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PF 대주 또한 시공사의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원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최근 건설회사들이 시행사로부터 단순히 도급을 수주받는 일에 국한하지 않고, 자체 사업을 실시하거나 시행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일이 많아지는 현상은 PF 대주의 입장에서나 수분양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강율리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ylkang@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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