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지원행위

2015-07-31     원미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 총수일가의 보유지분 비율이 높은 계열사에 대하여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개월 동안 수개 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진행되었고, '현미경식 조사'로 표현될 정도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향후 현장조사가 계속될 경우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그룹에 대한 예상과 더불어 이미 조사를 받은 회사들에 대한 공정위의 행정처분 여부, 시기 및 수위 등에 관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3년 법 개정으로 신설

소위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조항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23조의2를 말한다. 이는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규정으로 2014. 2. 14.부터 시행되었는데, 시행 당시 계속 중인 거래에 대해서는 시행일로부터 1년간 종전 규정을 적용하는 유예기간을 거쳐 2015. 2. 14.부터 적용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위 규정 신설 이전에 이미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는 규정(23조 1항 7호)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23조의2 규정이 신설되어, 부당지원행위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에 비해 규제가 보다 용이해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용이해져

부당지원행위 사건에서는 "지원 객체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 즉 '공정거래 저해성'이 있어야 부당지원행위가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었다. 이에 따르면, 특수관계인 개인에 대한 지원행위의 경우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여 규제가 어려웠다. 실제로 특수관계인 개인들에 대하여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에 매도한 것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해당 행위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어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1두6364 판결).

반면 공정거래법 23조의2 규정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사와의 거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 저해성 여부에 대한 입증 없이 규제할 수 있다.

이러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므로,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로서는 제재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그룹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 비율을 30%(비상장사의 경우 20%) 미만으로 조정할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일감몰아주기 규정의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상당수의 그룹이 지분 매각이나 합병 등으로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 비율을 30%(비상장법인의 경우 20%) 미만으로 조정하였다. 일부 회사들은 총수일가의 지분을 29.9%로 조정함으로써 일감몰아주기 규정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9.9%로 조정해 벗어나기도

그러나 지분 비율 조정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일감몰아주기 규정의 예외 또는 안전항 요건을 적극 검토하고 주지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금지되는 거래의 유형 중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또는 자산거래'의 경우(1항 1호, 3호)는 정상적인 거래 조건과의 차이가 7% 미만이고 거래당사자간 해당 연도 거래총액이 50억원(상품 · 용역의 경우 200억원) 미만인 경우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또 '사업기회 제공' 규정(2호)은 (i)지원주체가 해당 사업기회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 (ii)지원주체가 사업기회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은 경우 (iii)그 밖에 지원주체가 합리적인 사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규정(4호)은 (i)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고, (ii)거래당사자간 상품 · 용역의 해당 연도 거래총액이 200억원 미만이고 거래상대방의 평균 매출액의 12% 미만인 경우에는 상당한 규모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한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소속되지 않는 회사나 총수일가의 지분 비율이 30%(비상장법인의 경우 20%)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부당지원행위 금지 규정(23조 1항 7호)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종전에는 부당지원 행위가 '현저히' 유리한 정도에 미치지 못하면 규제할 수 없었으나 개정 후에는 '상당히' 유리한 경우에도 규제할 수 있게 되었고, '통행세' 관행(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 · 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 근거도 신설되어,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부당지원행위 적용 유념해야

다만 최근 공정위의 부당지원행위 규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부당지원행위 규정이 금지하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의 한 유형으로 '자산 또는 상품 · 용역을 정상가격에 비하여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는 행위'가 있고, 여기서 '정상가격'이란 당해 거래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을 의미하는데, 최근 판례가 정상가격의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판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정책 방향과 개별 사건에서 수집되는 증거 등에 따라 부당지원행위의 제재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부당지원행위 규제가 어려워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신애(법무법인 화우, sapark@hwaw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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