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선수는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할까

2015-06-03     원미선
이제 우리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나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해외의 유명 리그에서 활약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만큼 이들의 연봉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일례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추신수 선수는 7년 간 총 1억 3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300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그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연봉의 45%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말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단순 계산을 해도 세금만 6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저 많은 세금을 어느 나라에 내야 할까? 추신수 선수가 야구를 해서 돈을 버는 곳은 미국이다. 그렇지만 그의 국적은 한국이고, 경기가 없을 때에는 한국에 와서 방송출연도 하고 광고를 찍기도 한다. 이 경우 세금을 우리나라에서 낼지, 미국에서 낼지, 아니면 양쪽에서 다 내야 할지 참 아리송하다.

어느 나라가 과세권을 행사할지의 문제에서 국적은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세금은 실질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그 사람이 어느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서 소득세법은 '거주자'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일단 우리나라 거주자에 해당하면, 그 사람이 어디에서 돈을 버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모든 소득에 대해서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비거주자'는 소득의 원천이 우리나라에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우리나라에 세금을 낸다.

거주자 vs 비거주자

그렇다면 소득세법에서 거주자에 해당하려면 어떠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소득세법은 국내에 '주소'나 '183일 이상의 거소'가 있으면 거주자로 본다. 말 자체가 어려운데, 하나씩 풀어서 설명해 본다. 주소는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을 말하는데, 꼭 주민등록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한다.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나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내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거소'는 주소와 같이 밀접한 생활관계는 아니더라도 상당기간 거주하는 장소를 말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1년 이상의 거소를 두어야 했으나, 올해부터는 법이 개정되어 183일 이상의 거소만 두면 거주자가 된다.

183일 이상 거소 두면 거주자

실제로 이러한 기준으로 거주자를 판정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많다. 일례로 최근에 조세심판원은 일본에서 활약했던 축구선수가 우리나라 거주자인지 문제된 사건에서, "992일 중 836일을 일본에서 거주했지만, 연봉 대부분을 국내 개설 계좌로 송금하였고, 병역 미필자로 국내복귀가 예정되어 있으며, 국내에 본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주소가 대한민국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위 선수를 우리나라 거주자로 보아 그에 대한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판단이 옳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각 나라들은 가급적 세금을 많이 거두려고 하기 때문에, 자국의 거주자 개념을 넓게 인정하려고 한다. 예컨대 A국 국민인 사람이 A국과 B국을 오가면서 많은 돈을 번 경우, A국과 B국 모두 이 사람이 자국의 거주자라고 하면서 과세권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중과세의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 나라들은 '조세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조세조약에는 양 국가에서 모두 세법상 거주자인 경우 어느 나라의 거주자로 볼 것인지, 즉 거주지국을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한 순차적인 판정기준을 두고 있다. 조세조약은 두 나라 사이의 약속이므로 그 내용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개별 사안마다 상대 나라와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는지, 체결되어 있으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 일일이 따져 보아야 한다.

사안마다 조세조약 따져봐야

한편 조세조약에 따라 거주지국이 결정된다고 해서 이중과세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비거주자일지라도 소득의 원천이 그 나라에 있는 경우에는 과세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A국 사람이 B국에서 많은 돈을 벌었는데, 조세조약에 의해서 A국의 거주자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소득의 원천이 B국에 있는 경우라면, A국과 B국 모두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나라들은 세액공제 또는 소득공제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 납부한 세금을 조정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이 바로 국제조세라고 불리는 주제의 핵심 얼개이다. 필자의 설명은 스포츠 스타들의 간단한 예로 시작했지만, 사실 이 주제는 국제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개인 또는 법인들 모두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일례로 필자의 고객 중에는 외국에서 번 돈에 대해서 그 나라에서 세금을 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세금폭탄을 맞게 된 사례도 있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 때, 반대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돈을 벌 때, 자신이 어느 나라의 거주자인지, 어느 조세조약이 적용되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납부한 세금을 어떻게 공제받을 수 있는지를 미리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서는 우리 세법만 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

◇이종혁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USC대 로스쿨(LLM)을 졸업했다. 한국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며, 글로벌 로펌인 Steptoe & Johnson 워싱턴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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