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국선변호인 선정하고도 소송기록 접수통지 안해 항소이유서 제출 불발…위법"

[대법] "변호인 조력 받을 권리 보호했어야"

2015-05-11     김덕성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었으나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안 해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국선변호인에게 항소이유서 제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가운데 선고된 항소심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며 직권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4월 23일 컴퓨터등사용사기, 횡령, 특수절도, 장물알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모(29)씨에 대한 상고심(2015도2046)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한 경우 형사 항소심은 기본적으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항소이유에 관하여 심판하는 구조이고(형사소송법 364조 1항),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은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기산하게 되므로(형사소송법 361조의3 1항, 361조의2 1항), 위 형사소송규칙 156조의2 1항이 피고인과 별도로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도록 한 취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선변호인에게 피고인을 위한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여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형사 항소심에서 항소이유서의 작성과 제출이 지니는 위와 같은 의미와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항소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도 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항소이유서 제출기회를 주지 아니한 채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하고, "국선변호인 선정의 효력은 선정 이후 병합된 다른 사건에도 미치는 것이므로,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이후 변호인이 없는 다른 사건이 병합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361조의2, 형사소송규칙 156조의2의 규정에 따라 항소법원은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에게 병합된 사건에 관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함으로써 병합된 다른 사건에도 마찬가지로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작성 ·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병합 전후의 모든 사건에 관하여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함으로써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통지일로부터 기산한 소정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한 항소이유서를 작성 ·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였어야 했음에도, 국선변호인에 대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누락함으로써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기회조차 주지 아니한 채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송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을 맡은 대구지법은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 사건에서 구속된 이씨를 위하여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도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지 않았다. 대구지법은 이후 순차로 이씨에 대한 같은 법원의 다른 사건 3개를 병합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도 국선변호인에게 병합된 각 사건에 관한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누락, 그 결과 이씨는 모든 사건에 대하여 자신이 작성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으나 국선변호인은 병합 전후의 모든 사건에 대하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구지법이 2015년 1월 병합을 이유로 제1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면서 이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 대법원에서 문제가 됐다.

형사소송법 33조 1항은 피고인이 구속된 때 등 각 호의 사유가 있으면 피고인의 청구가 없더라도 필요적으로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형사소송규칙 156조의2 1항은 위와 같은 필요적 변호사건에 있어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경우 항소법원은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 그 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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