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이해하기

[이종혁 변호사]

2015-04-02     김진원
지난 글에서 관세를 주제로 다루었으니 내친김에 FTA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우리에게 FTA는 결코 낯선 단어가 아니다. 몇 년 전 미국과 FTA를 체결할 때에 찬반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이후로 우리가 외국의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하였다는 소식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단어인데도, 실상 FTA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FTA가 본래 세금문제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정부가 열심히 홍보하고 있듯이, 이제 FTA는 시대의 흐름이자 우리의 숙명과도 같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할지 몰라도, 이제 우리가 FTA를 이해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FTA는 본래 세금문제

FTA는 Free Trade Agreement의 약자로서, 우리말로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새긴다. 말 그대로 국가 사이에서 자유롭게 무역을 하기로 협정을 맺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무역'의 핵심은 관세를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본래 물건이 국경을 넘을 때에는 으레 관세가 부과되는데, 두 국가 사이에서는 국경이 없는 것처럼 취급해서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사이의 협정은 어떠한 효력을 가지는 것일까? 흔히들 단순히 외교상 약속일 뿐 자국 내에서 강제력을 갖는 법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법의 대원칙인 조세법률주의를 떠올려 보자. 세금을 매길지 말지의 문제는 오직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FTA는 국내에서 법률과 같은 지위를 가져야 한다. FTA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보통의 법률과 같이 국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FTA는 엄연한 우리 세법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엄격하게 지켜져야 함은 물론이다.

국회 표결 걸쳐야

FTA로 인하여 관세를 물리지 못한다면, 국가 입장에서는 일단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경쟁에 취약한 산업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근래에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FTA를 체결하는 이유는 그만큼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국가 사이의 교역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리고 교역이 자유로울수록 양국의 이익은 극대화된다. 예컨대 우리는 2004년 최초로 칠레와 FTA를 시작하였는데, 이로써 우리 국민은 칠레산 와인, 홍어와 돼지고기 등을 싼 값에 누릴 수 있게 되었다. FTA의 이익은 비단 우리 소비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FTA는 우리 제품을 전 세계에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2011년과 2012년 연달아 EU 및 미국과 FTA를 시작하였는데, 이로써 우리의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세계 1, 2위의 시장에 널리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우리는 현재 최대의 교역국인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의 주요 교역국들과 FTA 체결을 앞두고 있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이제 우리는 명실공히 세계를 대표하는 FTA 강국이라 불릴 만하다.



FTA 핵심은 원산지 검증

FTA는 협정을 맺은 당사국의 물품에 대해서만 관세를 철폐한다는 약속이므로, 그 물품이 진정 해당 국가의 물품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를 원산지 검증 절차라고 하는데, FTA 제도 운영의 핵심은 '원산지 검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컨대 한-미 FTA를 통해서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옷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그 옷이 미국산이라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옷이 미국산인지 여부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미국의 수출업체가 멕시코로부터 모든 원단을 수입해서 미국에서 옷을 만들었다면 이 옷은 미국산인가 멕시코산인가? 이는 원재료 산지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옷으로 완성된 장소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국가들은 FTA를 체결할 때에 각 물품 별로 원산지를 판정하는 기준을 따로 정하게 된다. 그런데 원산지 규정은 각 국가의 실정을 반영한 협상의 결과물이어서 그런지, 그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체결한 각 나라별 FTA를 보면 원산지 판정 기준이 모두 제각각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도무지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FTA, 제대로 활용해야

FTA는 분명히 기회이자 혜택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수입자, 수출자들이 FTA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아직 새로운 제도인데다 낯설고 어려워서 그럴 것이다. 실제로 FTA를 충분히 적용받을 수 있는데도 관세를 냈다가 나중에 부랴부랴 세금을 환급해 달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미 때가 늦은 경우가 많다. 또한 FTA로 인해서 해외에 관세 없이 물품을 팔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몰라 계약에 실패한 후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아무리 국가가 제도를 잘 갖추어 놓아도 국민들이 잘 몰라서 제대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수출입업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제 인터넷 거래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거꾸로 전 세계 시장에 물품을 직접 판매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일반 소비자와 수출입업자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래국가와 FTA가 체결되어 있는지, 원산지를 판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원산지 증명은 어떻게 구비하여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해는 필수일 것이다. FTA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세법 상식의 대표적 예가 아닐까 한다.

이종혁 변호사(jonghlee@yulchon.com)

◇이종혁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USC대 로스쿨(LLM)을 졸업했다. 한국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며, 글로벌 로펌인 Steptoe & Johnson 워싱턴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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