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의 국제화 전략

"한국형 로펌에서 글로벌 로펌으로 도약하자""최고의 법률서비스, 최선의 방법으로 전달"

2014-09-06     원미선
회사법 자문에서 합리성이 돋보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혁신 로펌'(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이 로펌이 어디일까? '변호사와 스탭들이 일하기 좋은 로펌' 6년 연속 선정(ALB), 이 로펌이 어디일까?

IB대상 법률자문상도 받아

법무법인 태평양에 대한 고무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태평양은 올 초 국내의 한 전문매체가 선정한 '대한민국 IB대상 최우수상 법률자문상'을 받았으며, 또 다른 매체가 주관한 '금융대상 M&A 법률자문부문상'도 수상했다. 지난해엔 유로머니로부터 '여성 전문가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한국 로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로펌업계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 태평양에게 이런 평가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태평양이 어떤 로펌인가. 일찌감치 파트너십을 구축해 주요 업무분야의 리그테이블에서 줄곧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는 한국 굴지의 로펌이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가 태평양이다. 2013년 매출은 약 2000억원.

기자는 오히려 시기에 주목했다. 법률시장이 열려 영미 로펌들이 서울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태평양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또 태평양 내부적으로도 강용현 변호사가 업무집행대표로 선출되어 2013년부터 경영을 총괄하는 등 변화가 없지 않았다.

2년 전 업무집행대표 선출

강용현 대표변호사를 만나 태평양이 새롭게 가동하고 있는 시장개방 시대의 발전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2001년 합류해 11년만에 업무집행대표가 된 주인공으로, 솔직하면서도 투명한 리더십으로 구성원들의 높은 신임을 받고 있다. 또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다방면으로 태평양의 활기찬 모습이 감지되고 있어 경쟁 로펌들도 그의 범상치 않은 행보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로펌 중 가장 먼저 파트너십을 구축한 곳이 태평양으로 알고 있어요. 사람에 의해 사무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제도화한 것인데, 제도의 핵심은 파트너십이죠. 태평양 발전의 원동력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봐요.



그는 약 2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30년 넘게 축적된 태평양의 전통, 강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낭보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태평양의 앞선 문화와 높은 경쟁력의 바탕 위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가 태평양의 3대 핵심가치,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태평양의 홈페이지에도 명시되고 있는 인재경영, 가치경영, 선진제도경영의 세 가지다. 가치경영이란 로펌 운영에서의 윤리적인 면을 강조한 개념이며, 선진제도 경영은 공정하면서도 투명한 파트너십과 민주적 정당성을 갖췄다는 리더십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또 28개에 이르는 업무분야별로 수많은 스타급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는 인재경영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28개 업무분야 구축

강 대표는 한국의 문화와 영미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결합해 우리 현실에 맞게 한국적 로펌의 모델을 제시한 곳이 태평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김인섭 변호사 등 국내파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태평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형 로펌' '한국 토종 로펌'이란 수식어로 더 유명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우리 문화에 걸맞은 투명한 파트너십이 곧 한국형 로펌의 핵심 내용이라고 한다.

그에게 태평양의 파트너십, 특히 나중에 파트너들끼리 수익을 나누는 분배구조에 대한 보충 설명을 부탁했다. 태평양의 파트너십은 중소 로펌들 사이에서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만큼 로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강 대표가 태평양의 3대 행동강령 중 하나라는 희생(sacrifice)을 들어 설명했다.

"주니어 변호사를 배려하고 선배가 후배를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는 전통을 강조하고 싶어요. 자기 것 다 챙기면서 파트너십 하려고 하면 잘 안되죠, 파트너십이 잘 구현되려면 본인이 먼저 희생을 해야 합니다. 태평양은 보수체계에 있어서도 주니어 변호사에게 훼이버(favor)를 주고 에쿼티 파트너(equity partner) 외에 3년 기간의 워킹 파트너(working partner) 제도를 두어 젊은 파트너들이 사건 수임의 부담 없이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요."

3년 기간 워킹 파트너제도 운영

워킹 파트너란 사건 수임에서 별로 기여를 안 해도, 업무수행만 잘 해도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파트너로, 다른 로펌에도 인컴 파트너(income partner) 등 유사한 제도가 있다. 강 대표에 따르면, 태평양의 파트너 변호사 150명 중 약 3분의 1이 워킹 파트너라고 한다.

파트너들의 수익배분 때 고려하는 요소는 다른 로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통 연공서열로 표현되는 경력에 따른 일정한 보상과 함께 사건 수임, 업무수행, 법인에 대한 비계량적 기여 등을 평가하여 보상하는 구조다.

강 대표는 특히 "합리적인 보상제도의 확립과 함께 평가가 공정해야 한다"며 공정한 평가에 따른 보상의 시행을 태평양의 강점으로 이야기했다. 여기에 하나 추가하면 상황이 바뀌어 불합리한 점이 노출되면 그때그때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합리적이고 현실성 있게 제도를 고쳐 나가는 유연한 운영을 태평양의 장점으로 들 수 있다. 인터뷰에 배석한 이준기 변호사는 "보상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언제든지 고칠 수 있기 때문에 파트너들이 사생결단하고 잘 싸우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제도의 구축과 공정한 시행, 유연성이 태평양 보상시스템의 3대 요소"라고 거들었다.

개척정신 유명

파트너십의 운용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희생정신 외에 태평양의 또 다른 두 가지 행동강령은 개방성(openness)과 개척정신(frontiership)이라고 한다. 강 대표는 "개척정신, 도전정신으로 국제화를 선도해 온 로펌이 태평양"이라며 "태평양을 한국형 로펌, 한국 토종 로펌으로만 이해한 나머지 행여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고, 한국형 로펌 일면만 보는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태평양은 지금은 잠정 폐쇄했지만, 국내 로펌 중 일본 사무소를 가장 먼저 열어 해외에 진출한 로펌이며, 연장선상에서 북경과 상해사무소 두 곳을 운영하며 중국 업무를 서울 본사와 연계해 3각 구도로 수행하기 시작한 것도 태평양이 처음이다. 또 국내 로펌 중 최초로 방송통신팀, 중재팀, 북한팀을 만들어 의뢰인들에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하면 변호사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유한법무법인으로의 전환도 태평양이 2007년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2007년 유한법무법인 전환

강 대표는 "태평양이 그동안 한국형 로펌과 국제화의 양 날개로 발전해왔다면 이제는 국제화에 더 무게를 두고 글로벌 로펌으로 나가야 한다"며 "도전정신을 한 번 더 발휘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해외 매출이 더 많을 만큼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며 "법률서비스도 그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거듭 로펌의 국제화를 강조했다.

강 대표는 2013년 업무집행대표로 취임하며 '더 건강하고 따뜻하고 자랑스러운 BKL이 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는 비교급 수식어 '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태평양이 다른 어느 로펌보다도 건강하고 따뜻하고 자랑스러운 로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다짐이라는 의미이다.

그에 따르면, "건강한 로펌"이란 모든 규정을 잘 지키는 준법 로펌, 윤리적인 로펌을 의미한다. 그는 또 "열정과 활력이 넘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로펌이어야 건강한 로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따뜻한 로펌'은 인재를 중시하고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 상호신뢰하고 존중하는 로펌을 가리키며, '자랑스러운 로펌'은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참여해서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생산하고, 공익적 가치도 중시하는 그래서 내 직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로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가 1년 전 업무집행대표로 취임하자마자 변호사와 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은 소통과 부서간 협업의 강화. 그는 "의뢰인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소통이 잘 되고 부서간 협력을 잘 해야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로 취임해 보니까 인원이 워낙 늘었고, 건물도 셋으로 나뉘어 있어 소통과 협업을 증진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토털사커(total soccer)처럼 관련 부서가 망라된 토털서비스(total service)를 제공해야 의뢰인의 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구성원들에게 독려하고 있어요."

국내외 변호사 약 400명 포진

7월 현재 태평양의 변호사는 외국변호사 45명을 합쳐 약 400명. 태평양은 특히 합병 등 인위적인 방법이 아니라 태평양의 문화와 철학에 맞는 인재를 찾아 유기적으로 규모를 늘려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점에서 김앤장, 법무법인 율촌 등과 성장과정이 비슷하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 위치하고 있는 태평양은 매년 변호사가 늘며 한국타이어빌딩과 현대해상화재빌딩, 한국지식재산센터빌딩 세 곳을 나눠 쓰고 있다. 또 변리사들이 함께 포진하고 있는 특허법인은 인근의 신덕빌딩에 위치하고 있다.

업무집행대표를 맡은 지 1년이 지난 올 초 강 대표는 또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최선의 방법으로 제공하자"는 것.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생산해야 함은 물론 이를 전달하는 방법도 최선의 방법이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강 대표는 "결국은 기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뒷부분의 최선의 방법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내용을 풀어냈다.

"변호사들이 생산한 최고의 자문내용을 의뢰인이 원하는 적합한 시기에 예의와 품격을 갖춰 전달하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는 식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가 상대하는 의뢰인들이 모두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분들인데 마땅히 예의와 품격을 갖춰 대해야겠다 이런 내용입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시기에 전달"

그는 특히 "지금은 영미 로펌들도 들어와 있는 시장개방시대"라며 "법률서비스의 내용은 물론 의뢰인을 대하고 의견서 등을 전달하는 방법도 글로벌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뢰인들의 기대수준, 요구수준이 높아졌다는 게 그의 판단. 강 대표는 "태평양의 변호사들이 자부심이 강하고, 일은 잘 하는데 법률서비스를 전달하는 이런 부분은 좀 부족한 점이 없지 않느냐는 반성적 고려도 작용한 게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법률의견서, 준비서면만 잘 써 주면 되지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든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의뢰인의 눈높이에서 보고, 의뢰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거듭 당부했다.

강 대표는 이런 연이은 주문에 태평양 구성원들의 호응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부서간 협업만 해도 사건 수임단계부터 관련 부서의 변호사들이 함께 참여해 큰 사건을 따내는 등 이미 상당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그마한 변화가 물줄기를 바꾸는 법이다. 태평양의 이런 고무적인 움직임은 업무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삼성 상속소송 최종 승소

태평양은 올 들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 관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고, LG디스플레이를 대리한 TFT-LCD 담합 관련 314억원의 과징금 등 취소소송에서도 전부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또 홍콩의 X사가 한국의 D사를 상대로 공급거래계약 위반을 이유로 중국국제경제무역촉진위원회(CIETAC)에 제기한 중재 사안에서, 중국 로펌과 함께 한국 기업을 대리해 한국 기업의 CIETAC 중재 첫 완승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태평양 조세팀이 한 시중은행을 대리해 지주회사에 대한 상표권 사용대가 지급과 관련, 과세전적부심에서 1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과세예고 결정을 번복시킨 것도 올 초 화제가 되었던 사건. M&A팀에선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 사업부분 인수,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 주식 100% 인수 등의 거래에서 인수자 측 대리인으로 활약하는 등 주요 M&A 거래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증권금융 분야에서도 IBK와 한화케미칼의 GDR 발행 및 외국 증권거래소 상장, BGF 리테일 상장과 관련해 자문했으며, 태평양은 삼성에버랜드가 이르면 연내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 자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Ropes & Gray와 공동세미나

국제화를 통한 글로벌 로펌으로의 도약을 발전방향으로 잡고 있는 태평양은 외국 로펌과의 협력관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분야별로 전문성과 함께 의뢰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수를 청구하는 해외 로펌을 파악해 풍부한 DB를 구축하고 있으며, 공동세미나 개최, 인적교류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태평양은 지난 4월 미국 로펌 Ropes & Gray와 "한국과 미국에서의 형사/행정상 규제의 최근 동향과 대응전략"이란 주제의 공동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약 한 달 뒤엔 유럽 로펌 CMS와 함께 개최한 "Doing Business in Europe" 세미나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독일, 터키, 중 ∙ 동부 유럽 국가(CEE) 등의 투자와 M&A 이슈를 다뤄 기업체 변호사 등 참석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강 대표는 "파트너인 IP 전문의 조원희 변호사가 지난 3월부터 6개월 예정으로 IP가 발달한 유명 미국 로펌의 뉴욕사무소에서 파견근무하고 있다"며 "외국 로펌과의 인적교류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니어 변호사가 미국 로스쿨 등으로 해외연수를 떠나 현지의 외국 로펌 사무소에서 경험을 쌓는 경우는 많으나 파트너 변호사의 외국 로펌 파견근무는 새로운 시도여서 주목된다.

환경, 에너지 분야 등 중시

'한국형 로펌'으로 사랑을 받으며 높은 성장을 일궈 온 태평양이 다양한 부문에서의 업그레이드 작업과 함께 또 하나의 성장엔진을 힘껏 가동하고 있다. 물론 그 방향은 더욱 글로벌 로펌으로 발전하자는 것. 이런 노력이 최근의 잇따른 고무적인 평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강용현 대표는 앞으로 법률이슈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좀 더 힘을 쏟고자 하는 분야로 환경, 에너지, 헬스케어, 해외건설, 방위산업 분야 등을 제시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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