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변호사예요?"

2014-09-02     원미선
뉴욕의 나이트클럽에서 함께 춤을 추던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의 직업이 변호사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여자가 하는 말 "당신도 변호사예요?" 두 사람의 대화엔 워낙 수가 많은 변호사에 대한 평가절하의 뉘앙스가 섞여 있다.

요즈음 한국의 재야법조계가 꼭 이런 모습이다. 전국의 개업변호사만 이미 1만 5000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의뢰인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변호사들은 예전엔 겪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젊은 변호사 중엔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무실로 등록하고 커피숍에서 의뢰인을 만나 상담하는 이른바 '재택(在宅)변호사'도 등장했다고 한다. 개업한 지 꽤 되는 경력 변호사들도 월 평균 수임건수가 점점 줄어 사무실 운영에 허덕이고 있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로스쿨과 사법연수원, 변호사단체 등에서 직역다각화를 내걸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보다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면 심한 표현일까.

지난 여름 휴가때 전에 읽었던 링컨 카플란(Lincoln Caplan)의 "스캐든"을 다시 꺼내 읽었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그는 1976년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로펌 몇 군데에 지원했다. 스캐든이 그에게 입사를 제의했다. 그러나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스캐든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후 유명 컨설팅 그룹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언론계에 투신하여 1993년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헤어질 때 농담삼아 함께 내뱉은 말이 있다. '합사분생(合死分生)'.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역설적인 표현인데, 법조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하는 젊은 변호사들도 한 번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한국의 최고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젊은 변호사들이 이미 공급이 수요를 현저하게 초과하고 있는 법조만 기웃거려선 법조를 위해서나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나 답답한 선택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변호사가 늘어나는 공급초과의 법조에서 제살깎기식의 출혈경쟁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법조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마음껏 잠재력을 발휘 할 것인가. 후자 쪽에 오히려 기회가 더 많을 수 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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