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와 증여세

[이종혁 변호사]

2014-07-07     김진원
신기하게도 평소에는 팝콘을 먹지 않는데 영화관에서는 꼭 팝콘을 들고 영화를 보게 된다. 팝콘 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매번 들지만, '영화관하면 팝콘'이라는 주문에 걸려서인지 쉽게 거부하기 어렵다. 만약 내가 영화관 주인이라면 이렇게 짭짤한 사업을 모르는 사람에게 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영화관에서 팝콘을 팔도록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가족끼리 서로 돕고 함께 잘사는 것이 미담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여기에 증여세가 문제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족들끼리 서로 돕고 사는 일에 단지 일감을 몰아주었다고 세금을 내라면, 야박하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실제로 이런 세금이 있을까? 바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제도가 있다. 이는 일감몰아주기로 재벌들이 상속세를 피해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지만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이다.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선뜻 납득되지 않는 이러한 제도가 생겨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재벌가들은 가족들끼리 나누어 그룹의 계열사들을 소유하면서 서로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이익을 나누어 갖는 일이 많았다. 좋게 말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로 보아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재벌가들의 '가족사랑'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일반 서민들은 부모가 자식들 결혼할 때에 전세금만 보태주어도 증여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벌가 안에서 엄청난 이익이 오가는 것을 그냥 두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2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제도가 생겼다.

재벌가의 과도한 '가족사랑'

제도의 얼개는 이렇다. 어떤 법인(수혜법인)이 자신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가 있는 법인(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전체 매출액의 30%(정상거래비율)를 넘는 일감을 받고 있다면,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 이 경우 수혜법인에 대한 지분율이 3%(한계보유비율)가 넘는 대주주가 그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일정액을 증여받았다고 보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들 사이에서 일감의 30% 이상을 몰아주는 관계에 있다면, 그 혜택을 보고 있는 회사의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30% 넘으면 증여세 과세대상

주목할 점은 이 제도는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들 사이에서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했다는 이유로 증여세를 물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정상적인 가격에 따라 거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매출이 일정 비율이상 편중되었다면 수혜법인의 지배주주는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는 입법 당시부터 다양한 비판에 직면하였다. 먼저 실제 문제가 되는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기업은 일부 기업에 불과한데, 마련된 제도는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서로 지분이 있는 법인 간의 거래 중 많은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업부서 사이의 거래에 다름 아닌데, 여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증여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과는 달리 지분이 분산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적용대상에 해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문제가 있었다. 애당초 이 제도는 주로 대기업 계열사들 사이에서의 일감몰아주기를 막고자 마련된 것이었는데,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불똥이 튀게 된 것이다.

중기 과세대상 축소

최근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 올해부터 그 적용범위를 축소하였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상거래비율을 30%에서 50%로, 한계보유비율을 3%에서 10%로 완화하였고, 중소기업 사이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을 과세대상 매출액에서 제외하였다. 그 결과 올해부터 중소기업의 경우 과세대상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서 문제점이 일부 시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일감몰아주기를 증여로 보아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법리에 맞느냐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거래에서 수혜법인이 얻는 이익은 자신의 영업에 의한 소득이지 증여에 의한 이익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도 기본적으로 일감몰아주기는 '증여'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

2003년 법 개정으로 이른바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가 도입되었다. 민법의 증여계약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보지 않고, 세법이 독자적으로 포괄적인 증여 개념을 정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감몰아주기는 명의신탁재산과 같이 증여로 '의제'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증여는 아니지만 세금을 매길 필요가 있기 때문에 증여로 보겠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입법은 되었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거세다.

일감몰아주기 거래에 따른 이익에 대해서는 법인세가, 주주에게 배당이 될 때에는 배당소득세가, 주주가 수혜법인의 주식을 매도할 때는 양도소득세가 각기 과세되는데, 여기에 다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세금의 이중부과라는 것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거듭된 법 개정이 있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결국에는 명의신탁 증여의제처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세대상 여부 확인해야

우선 자신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법 개정으로 과세대상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우선 확인한 후에 마음을 놓는 것이 순서이다. 만약 과세대상에 해당한다면, 거래나 주식의 소유관계를 바꾸어야만 과세를 면할 수 있다.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살펴볼 것을 권한다. 최근에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일이 많은데, 아마도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만큼이나 독특하고 논란이 많은 제도이다. 그래도 엄연히 현재의 세금제도인 이상 이를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종혁 변호사(jonghlee@yulchon.com)

◇이종혁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USC대 로스쿨(LLM)을 졸업했다. 한국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며, 글로벌 로펌인 Steptoe & Johnson 워싱턴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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