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레이터스의 서울사무소 운영전략

장기적 자세로 M&A, 프로젝트, 자본시장 집중영국, 미국, 한국변호사만 7명 상주 3단계 개방 어떤 전략 선택할까 주목

2014-06-27     김진원
체임버스아시아 2014년 '올해의 한국 최고 외국 로펌상(South Korea International Law Firm of the Year)', ALB코리아 2013년 '올해의 외국 로펌상(Foreign Law Firm of the Year)' 수상…

30년 넘게 한국 관련 업무를 해 왔다는 영국 로펌 링크레이터스(Linklaters)가 받은 최근의 수상 내역이다. 링크레이터스는 리걸타임즈가 지난해 가을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내변호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경쟁력 평가에서도 외국 로펌 중 '톱 10'에 드는 인기를 과시했다.

외국 로펌 '톱 10' 들어

서울사무소 개설은 상대적으로 늦었다. 지난해 7월 문을 열어 영국계인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 디엘에이 파이퍼(DLA Piper),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Herbert Smith Freehills)에 비해 길게는 1년 정도 사무소 개설이 늦었다. 그러나 서울사무소 개설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링크레이터스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자세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고 어떻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을지로의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동관에 위치한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안형중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는 "한국의 법률시장이 열린다고 해서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등의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먼저 들어가는 것보다 일단 들어가면 장기적으로 있을 거니까 생각을 잘 해보자, 그런 자세로 파트너들의 의견을 모아 서울사무소를 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변호사인 그는 또 "우리는 (어떤 사안에 대해) 이렇게 하겠다고 미리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구조가 아니다. 오랫동안 논의해 결정한 결과"라며 서울사무소의 개설시기를 특별히 정해 놓고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스티븐(Stephen Le Vesconte) 영국변호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어느 나라에 사무소를 열어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링크레이터스의 퀄리티라든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링크레이터스가 원하는 모습으로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계획을 잘 짜서 준비가 되었다 싶을 때 서울에 사무소를 연 것"이라며 "링크레이터스는 한 번 들어가면 오래 있고, 금방 사무소를 철수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픈 시점에 2단계 개방 시작

링크레이터스가 서울사무소를 오픈한 2013년 7월은 특히 한국 법률시장의 2단계 개방이 시작되는 시기여서 이 점에서도 링크레이터스의 서울사무소 개설 시기가 궁금했다. 한국 로펌과의 사건별 제휴가 허용되는 2단계 개방에 맞춰 한국에 진출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링크레이터스는 물론 이런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약 380명에 이르는 파트너들의 논의를 거쳐 서울사무소 개설을 결정했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좀 걸렸다는 입장이다. 안형중 변호사는 "한국 로펌과 사건별 제휴가 허용되는 2단계 시장개방은 링크레이터스 등 외국 로펌의 사업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실제로 서울에 진출한 19개의 영미 로펌은 한국 법률시장이 열리기 이전부터 홍콩사무소 등을 중심으로 한국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한국 로펌들과 서로 사건을 맡기는(refer) 등 협력해 오고 있지만, 2단계 개방에서 가능해진 사건의 공동수임과 공동처리, 수익분배를 공식화한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개방 이전부터 한국 로펌과 협력

그러나 2년 후 시작될 3단계 시장개방 시기엔 링크레이터스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3단계 시장개방에선 한국 로펌과의 조인트벤처(Joint Venture)를 통한 동업 로펌의 설립이 가능하고, 한국변호사 채용을 통한 동업 로펌의 한국법 자문도 가능하기 때문에 링크레이터스 등 영미 로펌의 선택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변호사는 일단 "3단계 개방이 미칠 영향과 이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꾸준히 고려할 것"이라고 신중하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모두 2600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는 링크레이터스는 전 세계 20개 나라에 모두 29개의 사무소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다 호주의 Allens나 남아프리카의 Webber Wentzel처럼 제휴(alliance) 등의 형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사무소를 포함하면 링크레이터스의 사무소는 28개국 40개 사무소로 늘어난다.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 현지 로펌과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가 2013년 라이선스를 취득해 독립했으며, 브라질에선 Lefosse Advogados와 'best friends' 관계로 협력하기도 했다. 또 일본에선 2004년 당시 일본 내 6위였던 미쓰이 야스다 법률사무소를 합병해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링크레이터스가 2년 후 동업로펌 설립이 가능한 한국 시장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 변호사는 "동업보다는 링크레이터스 사무소를 통해 자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지역이 더 많으며, 현재로써는 동업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변호사 7명 상주

안형중, 스티븐 변호사가 이끄는 링크레이터스 서울사무소엔 모두 7명의 변호사가 상주하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진용으로, 한국 시장을 중시하는 링크레이터스의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안 변호사는 "3단계 시장이 열릴 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을 더 잘 알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파트너 변호사 외에도 카운셀(Counsel)인 김경석 미국변호사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율촌, 알렌앤오베리(Allen & Overy)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강효영 영국변호사, 이주희 변호사 등 다양한 경력의 변호사들이 서울사무소에 포진하고 있다.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이주희 변호사는 한국의 사법시험에 합격해 링크레이터스의 변호사가 된 주인공으로, 2008년 사법연수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당시 홍콩사무소에서 변호사생활을 시작, 화제가 됐었다.

특히 한국계가 아닌 스티븐 변호사는 같은 링크레이터스 변호사인 부인과 함께 서울에 거주하며 서울사무소 발전에 힘을 쏟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부인도 스티븐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금융 분야가 전문이나, 한국 업무보다는 홍콩팀과 함께 아시아 쪽의 일을 많이 한다. 전에 모스크바 사무소에서도 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스티븐 변호사는 이와 관련, "어느 사무소나 안정적인 팀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서비스하는 게 중요하다"며 "서울에서도 그런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석 변호사, M&A 팀장 맡아

링크레이터스는 김경석 변호사가 팀장을 맡고 있는 기업법무와 M&A, 뱅킹 및 프로젝트, 자본시장의 3개 분야를 서울사무소의 중점적인 업무분야로 제시했다. 서울에 사무소를 열기 전부터 링크레이터스 한국팀에서 해 오던 주요 업무분야인데, 안형중 변호사는 "원래 해오던 업무, 잘 하는 업무에 집중하자는 전략"이라며 "그렇게 하면 한국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업무들도 홍콩이나 런던사무소 등 링크레이터스의 다른 팀에 연결해 얼마든지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너무 많은 업무분야를 내세우면 집중의 강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에서 소개한 3개의 업무분야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들 분야는 두터운 업무실적과 함께 링크레이터스가 활발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분야로 정평이 나 있다.

안 변호사가 지휘하는 자본시장 분야의 경우 2013년 한국 기업의 GDR(해외주식예탹증권) 발행 3건 중 두산인프라코어의 4억 달러, 영원무역의 1억 1380만 달러 등 2건의 발행에 관여했을 만큼 상당한 실적을 자랑한다. 또 주가연계증권과 관련해서도 현대상선과 GS건설 케이스에서 활약하는 등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스티븐 변호사가 관장하는 뱅킹 및 프로젝트팀은 한국 기업의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 등과 관련해 링크레이터스가 중시하는 역점 분야 중 하나로 소개된다. 이주희 변호사는 "링크레이터스가 광업 등의 분야에 방대한 업무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서울사무소 팀에서 산업 관련 노하우와 기술적 전문성을 국내 시장에 적용하고,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실질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국가의 링크레이터스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업무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먼 청산관리인도 자문

이 외에도 링크레이터스는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의 글로벌 청산관리인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등 다른 분야에서도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 세계 20개 나라에 위치하고 있는 29개의 사무소로 표현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살려 다양한 국제 업무영역에서 한국 고객을 돕겠다는 얘기인데, 안형중 변호사는 서울에 상주한 이후 고객 관계가 훨씬 좋아지고 시장도 한층 빨리 개발되고 있다고 고무적으로 이야기했다.

링크레이터스 서울사무소엔 한국 고유의 창살 무늬를 넣은 디자인이 여러 곳에 장식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스티븐 변호사는 "세계 어느 곳의 사무소든 링크레이터스 고유의 사무실 디자인이 있지만 서울사무소이니까 한국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것"이라며 "한국 시장을 중시하고, 한국 고객을 존중하려는 링크레이터스의 자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2002년 분홍색의 새 CI를 선보이는 등 회사 브랜딩 전략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링크레이터스는 이런 자세로 한국에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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