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의 성공전략

"경쟁 안한다…우리만 할 수 있는 것 하자"업무혁신 통한 독점영역 구축 주문 기업처럼 'R&D 하는 로펌' 지향

2014-06-23     김진원
한 중견 로펌 대표가 기자에게 법무법인 율촌을 발전모델로 삼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른바 차세대 로펌으로서 역사도 그리 길지 않고, 구성원들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성해 빠르게 발전하는 로펌 율촌을 높게 평가해서 한 말이다.

율촌이 법무법인을 구성한 것은 1997년 10월. 김앤장에서 독립한 우창록 변호사가 서초동에 법률사무소를 연 1992년부터 계산해도 율촌의 역사는 20년 남짓 불과하다. 그러나 5월 현재 국내외 변호사만 280여명이 포진한, 메이저 로펌으로 성장한 율촌을 가리켜 차세대 로펌이니 다크 호스(dark horse)니 등의 수식어를 붙여 부르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변호사 수 기준으로 치면 국내 6위. 그러나 율촌은 총매출이나 변호사 1명당 매출 등 실질적인 지표에서 그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변호사 1명당 5.85억원 벌어

한 언론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율촌은 지난해 한국 로펌업계에서 매출 4위의 높은 실적을 올렸다. 또 변호사 1명당 매출은 국내 로펌 중 두 번째로 많은 5억 8500만원으로 한국 로펌 중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발전을 거듭하는 곳이 율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쟁 로펌의 관계자들도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많은 매출을 올리는 율촌의 높은 수익성을 부러워한다. 리걸타임즈가 2년 전부터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를 맡아 율촌의 고성장을 이끌고 있는 윤세리 대표변호사를 인터뷰했다. 윤세리 대표는 미 로스쿨(JD)로 유학을 떠나 미 로펌에서도 근무한 국제통으로, 로펌 매니지먼트에도 정통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율촌의 모토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Commitment(고객에 대한 헌신), Innovation(창의적인 혁신), Excellence(탁월한 서비스) 이 세 가지다. 우리가 추구하는 율촌의 가치이자 율촌의 비약적인 성공을 이끈 핵심 동력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표가 Commitment, Innovation, Excellence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하나씩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가장 먼저 얘기한 것은 법률서비스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Excellence. 그는 "율촌은 모양이나 형식 보다는 실질, 일관성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랬다 저랬다 하거나, 한 번 해 보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며 "이런 자세가 고객에 대한 헌신, Commitment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배분도 팀플레이

특히 그가 탁월한 서비스를 보장하는 전제로 제시한 율촌의 업무스타일 중 하나는 팀플레이. 팀별로 여러 명의 변호사가 모여 일종의 분업과 협업의 형태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의 업무처리 시스템 상 당연한 주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윤 대표는 이와 관련해서도 율촌의 다른 점을 얘기했다. 업무처리는 물론 사건수임과 성과를 나누는 수익배분에 이르기까지 팀플레이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배분까지 팀플레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로펌의 분배구조를 크게 실적주의(meritocracy)와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락스텝(lockstep)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율촌은 성과배분에서 락스텝의 비중이 50%를 차지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 로펌들은 대부분 수임 및 사건처리 실적으로 대표되는 실적주의에 치우쳐 있다. 이에 비해 율촌은 락스텝의 비중이 높은 거의 유일한 로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율촌의 분배방식을 가리켜 공산주의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일종의 수정된 락스텝(modified lockstep) 구조가 율촌의 팀플레이를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분배구조에서 수임 및 사건처리 실적의 비중은 얼마나 되나.

"두 개를 모두 합쳐 10% 밖에 안 된다. 나머지 90%는 팀플레이가 어떻게 되어 나오느냐를 보고 평가한다. 또 수임실적, 책임실적(율촌에선 사건처리 실적을 책임실적이라고 부른다)도 팀 단위로 평가한다. 이어 팀 안에서의 변호사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리더로서의 역할(leading role)이나 팀 내 협조를 얼마나 잘 했느냐를 보고 한다.

수임 · 사건처리 실적 10% 불과

팀장이나 그룹장은 팀의 성과가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되며 개인평가는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팀플레이를 얼마나 잘 했느냐를 따져 성과배분에 적용한다고 보면 된다. 대표를 맡은 나는 사무실 전체의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윤 대표는 또 "누가 사건을 가져왔든 베스트 팀을 짜 사건을 처리한다"며 "이를 통해 높은 클라이언트 만족도를 도출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건수임이나 사건처리 실적 등의 비중이 낮은 락스텝 구조를 강조한 나머지 변호사들이 사건수임 노력을 소홀히 한다든가 하는 부작용은 없을까.

윤 대표가 지옥과 천당의 우화를 하나 소개했다.

"지옥에 가면 숟가락이 아주 길다고 해요. 그 긴 숟가락으로 서로 자기만 먹으려고 하니까 밥을 흘리고 잘 먹지를 못하는데 천국에선 그 숟가락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먹여주니까 똑같이 긴 숟가락인데도 밥 먹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일종의 크로스 사건배당이라고 할 수 있겠죠. 내가 가져온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만, 다른 변호사도 내게 사건을 보내주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같아지는 것이죠. 대신 누가 사건을 가져왔든 잘 하는 사람을 찾아 처리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만족도나 일의 성과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고 봐요."

일종의 크로스 사건배당

그는 "실적주의를 강조하면 변호사들이 펌(firm) 전체에는 중요하지 않더라도 자기에게 중요한 클라이언트를 중시하게 되고, 펌 입장에서 보면 덜 중요한 사건, 덜 중요한 고객을 개발하는 데 특히 젊은 파트너들이 신경을 많이 쓰게 되어 펌 전체의 수입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율촌의 락스텝 방식에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 요컨대 락스텝 방식과 팀플레이를 통해 고객만족과 함께 많은 매출을 도모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율촌의 높은 수익 창출은 구체적인 사건 수행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윤 대표가 지난해 9월 김능환 전 대법관이 합류한 송무팀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구분할 수 있는 소송사건의 매출내역을 분석해 보면 성공보수의 비중이 착수금보다 크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승소율이 높은 율촌 송무팀의 경쟁력이 재무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는 셈"이라며 "1, 2심에서 패소한 사건의 항소심, 상고심 사건을 많이 수행하는 것도 율촌 송무팀의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상소심 사건 처리(Appellate Practice)가 강하다는 것인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

"Appellate Practice 강해"

윤 대표는 "1심 사건의 경우 마케팅 활동이나 네트워킹을 통해 변호사, 로펌이 선임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1심 선고 이후엔 그 분야에서 정말 실력 있는 변호사, 로펌을 찾아가게 마련"이라며 "율촌이 상급심 사건을 많이 처리한다는 것은 그만큼 의뢰인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클라이언트들도 1심까지는 그 사건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러니까 무조건 이긴다고 하는 데나 싸게 해준다는 변호사를 찾아가기 쉽죠. 그러나 1심을 한 번 해보면, 2심까지 해 보면 클라이언트들도 그 사건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잘 알게 돼요. 판결을 받아 보면 자기 변호사 얘기하는 것과 판결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또 상대방이 써오는 것도 보고 그러니까 2심부터는 훨씬 더 정보가 뒷받침된 결정을 할 수 있죠. 이런 결정을 해서 상급심에서 위임할 때 율촌이 많이 선택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율촌이 실력 있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해 율촌의 변호사 1명당 매출이 높게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했다. 다른 로펌의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로 일을 많이, 열심히 한다고 할 때 결국 율촌의 높은 성과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합병, 인수한 적 없어

율촌의 20년 역사를 들춰 보면, 율촌은 합병이나 다른 로펌을 인수한 전례가 없다. 해마다 신입변호사를 충원하고, 경력변호사 영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유기적으로(organically) 발전해 왔다. 윤 대표는 "합병을 하자거나 인수해가라는 제의는 여러 번 받았으나 협동하는 문화, 문화적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한 외형 성장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율촌의 확고한 방침이다. 윤 대표는 "전체 변호사 숫자에 있어서 2위 경쟁을 하거나, 3위 경쟁, 4위 경쟁, 5위 경쟁도 우리는 안 한다"고 못 박았다. 율촌은 변호사 수 기준으로는 여섯 번째로 크다.

윤 대표는 그 대신 알찬 경영, 내실 있는 경영을 율촌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율촌이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인재양성에 있어서도 그는 얼마 전까지 자주 얘기되던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말을 인용하며 필요한 만큼 뽑아 잘 키운다는 내실 있는 선발과 훈련을 강조했다. 율촌은 2007년 상시교육기관인 율촌아카데미를 사내에 설립해 전문가와 스탭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희철 변호사가 원장을 맡고 있는 율촌아카데미에선 연차별 맞춤형 성장 프로그램, 전문 법률 프로그램, 맞춤형 어학 프로그램, 고객사 등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맞춤형 어학 프로그램에선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와 외국인 프로페셔널을 위한 한국어 과정 등을 두고 외부의 전문강사를 초빙해 사내에서 1대1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2007년 율촌 아카데미 설립

윤 대표가 이번엔 율촌의 3대 가치 중 하나인 Innovation으로 화두를 옮겨 율촌의 미래 발전전략으로 소개했다. 그가 손자병법 얘기를 꺼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진정한 승리"라는 내용이다.

"우리는 경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쟁을 피해간다 이것이 율촌의 목표예요. 무슨 말이냐 하면 경쟁하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자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만 하는 일을 하는 거죠."

그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고, 포착하지 못한 기회, 리스크(risk)를 포착해서 그것을 우리가 서비스하자는 것"이라며 "그것이 경쟁을 피해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독점영역을 구축하자는 얘기인데,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의미가 분명해진다.

"삼성전자나 애플처럼 R&D를 많이 하는 기업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니까 시장에서 독점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런 기업들처럼 R&D 하는 로펌이 되자는 것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러려면 변호사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율촌의 우창록 대표는 오래 전에 "우리는 잘 하는 것만 하려고 한다"며 전문화 전략을 율촌의 발전전략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실제로 율촌은 그동안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짧은 기간에 압축성장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가 그렇고, 부동산, IP, 송무 분야로 경쟁력이 이어지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 해외분야 인력 보강

최근엔 변호사와 전문가가 잇따라 합류하며 금융 분야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있다. 또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아웃바운드 팀도 해외사무소 개설과 함께 외국변호사들이 가세하며 활발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윤세리 대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며 독점영역 구축을 업무 혁신의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율촌은 한국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해서도 개방 이전부터 줄곧 고무적인 자세로 접근했다. 위기라는 우려보다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윤 대표가 이유를 설명했다.

"외국에 나가 보면 한국에 사무소를 연 로펌들보다 더 좋은 로펌들이 훨씬 많아요. 이들 로펌들은 아직 서울에 사무소를 열 계획이 없는데, 한국과 관련된 업무 수행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며 율촌에 많은 구애를 해오고 있어요."

그는 "율촌이 발전하고 브랜드가 알려지며 유명 외국 로펌들이 율촌을 대하는 태도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며 "변호사 교환이나 공동세미나 교체 등 외국 로펌과의 교류와 협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그가 시장개방을 발전의 기회로 생각하는 근거는 일종의 온실이론. 지금까지 온실과 같은 환경에 놓여 있던 한국 로펌들이 시장개방과 함께 온실 바깥으로 나오면서 한국 로펌, 변호사들의 체질도 새로운 환경에 걸맞게 강화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만 거칠어지면 안 되죠. 시장개방을 계기로 한국 로펌, 변호사들도 비즈니스 마인드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해요."

공익법인 온율 출범

율촌은 지난 3월 공익 사단법인인 온율(溫律)을 출범시켰다. 매출 4위 등 율촌의 빠른 성장에 따른 자신감이 공익활동 강화로 나타난 결과로, 율촌은 이미 8억 3000만원을 출연한 데 이어 매년 상당한 금액을 출연하며 온율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언론계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해 메이저 로펌의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브랜딩 작업 등에 지혜를 모으고 있다.

윤세리 대표가 생각하는 법무법인 율촌, 한국 로펌의 발전방향은 무엇일까.

그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 기업들을 거명하며, "글로벌마켓에서 이들 한국 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한국 로펌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 로펌들이 적어도 우리 기업들이 하고 있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자본, 기술, 시장 등 기업의 발전을 위한 여러 요소를 따져보면 로펌이 못할 이유가 없어요. 로펌은 진입장벽도 기업만큼 높지 않고, 자본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술도 쉽게 구득할 수 있잖아요. 오히려 기업보다 유리하죠."

그는 이미 영미의 유명 로펌에서 파트너, 매니징 파트너의 반열에 오른 수많은 한국계 변호사들의 우수성이 한국 로펌의 발전가능성을 웅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왁텔 립튼(Wachtell Lipton Rosen & Katz)에서도 얼마 전 한국계 파트너가 나왔다고 한다. 검사와 베이커앤맥켄지(Baker & McKenzie)에서의 3년 근무를 포함해 법조 경력 30년이 훌쩍 넘은 윤세리 대표의 자신에 찬 전망이다.

김진원 · 이은재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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