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모색하는 중국 로펌업계

[김종길 변호사]

2014-05-11     김진원
지난 4월 초 법률매체 《The Lawyer》에 실린 쥔허(君合, Junhe)와 중룬(中倫, Zhonglun)의 합병 추진 소식에 대하여 중국 로펌업계는 '의외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出人意料, 情理之中)'는 반응이다.

중국에서 Top 3 혹은 Top 5 로펌을 얘기할 때면 항상 거론되는 두 로펌간의 합병 논의를 보면서 사람들은 1987년 '매직 서클'의 Clifford Turner와 Coward Chance가 합병하여 Clifford Chance라는 세계 최대 로펌 중 하나를 탄생시킨 역사를 떠올린다. 쥔허와 중룬, 두 로펌 내부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합병 논의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며, 단지 합병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아 최종적으로 합병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성사 여부 미지수



두 로펌에는 여러 합병 소문이 계속 있어 왔다. 중룬은 직전에 옛 카이원(凱文)의 140명의 변호사를 흡수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카이원은 국내 자본시장업무에 특화된 부띠크 로펌으로서 역시 같은 분야에 특화된 궈펑(國楓)과 합쳐 궈펑카이원을 만들었으나, 2년 만에 다시 갈라섰다. 반면 쥔허가 추진하던 통상과의 합병은 차이나포리스트 사건으로 통상이 쥔허를 제소하면서 무산되었다고 한다. 다만, 중룬과 쥔허가 서로 합병을 모색할 것이라고는 주변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중국은 변호사의 역사도 짧고, 로펌의 역사도 짧다. 1958년 변호사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후 20년간 변호사 없는 나라로 유지되다가 개혁개방 이후인 1978년에 비로소 변호사제도가 부활되었고, 민영 로펌은 1990년대 초반에야 비로소 등장한다. 로펌의 역사는 이제 겨우 20여년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중국의 로펌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이미 아시아의 법률시장을 주도할 기세이다.



베이징 로펌의 통계를 보면, 2005년도의 경우 수입기준 랭킹 1위는 진두(金杜, King & Wood)로 변호사 239명에 연수입 2.71억 위안(한화 약 487억원)이다. 그 뒤를 류선(柳沈, Liushen, IP에 특화한 로펌임)이 변호사 233명에 연수입 1.89억 위안(한화 약 340억원), 쥔허가 변호사 188명에 연수입 1.88억 위안(한화 약 338억원), 중룬이 변호사 196명에 연수입 1.27억 위안(한화 약 228억원)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쥔허-중룬 합치면 중국 최대

5년이 지난 2010년에는 진두가 변호사 630명에 연수입 7.07억 위안(한화 약 1272억원), 2위는 몸집 불리기에 들어간 다청(大成, Dacheng)으로 변호사 1426명에 연수입 5.90억 위안(한화 약 1062억원), 3위는 쥔허가 변호사 312명에 연수입 3.065억 위안(한화 약 551억원), 4위는 중룬이 변호사 347명에 연수입 3.064억 위안(한화 약 551억원)이었다. 전년도의 경우 체계적인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개략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진두가 변호사 1000명 이상에 연수입 18억 위안(한화 약 3240억원), 다청이 변호사 4000명 이상에 연수입 16억 위안(한화 약 2880억원), 중룬과 쥔허가 각각 10억, 8억 위안으로 1~4위를 차지했다. 쥔허와 중룬을 합칠 경우 18.3억 위안(한화 약 3294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쥔허와 중룬이 합병한다면 일거에 수입기준으로 중국 내 최대 로펌이 될 수 있다.

위의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쥔허와 중룬은 최근 10년 동안 항상 4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엎치락뒤치락해 온 베이징의 엘리트 로펌들이다. 두 로펌은 그러나 주요 업무분야에서 차이가 있다. 쥔허는 변호사 구성에서 해외 유학파들이 주류이고, 외국 클라이언트가 대다수인데 반하여, 중룬은 국내파 변호사들이 많고 국내 클라이언트를 위주로 한다. 둘 다 종합로펌이기는 하지만, 쥔허의 주요 업무는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 및 자본시장 등이고, 중룬은 부동산과 일본 업무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이런 점에서 보면 두 로펌간의 합병은 한국의 한미와 광장의 합병에서와 같이 주요 업무분야와 클라이언트가 구분되므로, 시너지효과를 확실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 사뭇 달라

그러나 난제도 적지 않다. 두 로펌은 모두 중국 내 로펌들 중에서는 진두 및 상하이의 팡다(方達)와 더불어 가장 '회사화(조직화)'된 4개의 로펌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기는 하나, 각각의 구조는 사뭇 다르다. 쥔허는 해외 유학 후 해외 로펌에 근무하던 '하이꾸이(海龜)' 출신의 중국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다보니, 로펌의 업무분배나 이익분배의 구조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영미 로펌 방식이다.

중국에서는 해외 유학 후 중국에 귀국한 사람을 하이꾸이(海龜) 즉, 바다거북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해외 귀국'을 줄인 '해귀(海歸)'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여 순수 국내파는 '투베(土鼈)' 즉, 토종자라고 부른다.

한편 중룬은 중국 내 토종 로펌들이 그러하듯이 office-sharing 방식으로 시작하여 back office 업무를 통합하고 팀 간 업무교류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화했다. 중룬은 통합적인 파일관리와 재무관리시스템을 마련하여 로펌 내에서 팀 사이에 효과적인 업무협력을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중국 내 로펌 중 유일하게 업무파일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활용하는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두 로펌이 어떻게 구조를 통합할 것인지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전혀 구조가 달랐던 화백과 우방이 결국 화우로 합병하는데 성공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의지만 있다면 통합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최대 다청, 변호사 4000명

중국 로펌의 대형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다. 진두는 중국 내 소규모 로펌들을 병합하며 중국 내 최대 로펌으로 성장한 후 호주의 Mallesons와 합병하더니 그 후 영국의 SJ Berwin과도 합병하여 국제적인 로펌으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중국 내에서 가장 먼저 대형화에 불을 붙인 다청은 2005년경까지는 100여명의 변호사가 소속된 중소 규모의 로펌에 불과했으나, 그 후 전략적으로 소규모 로펌과 지방 로펌들을 흡수하여 지금은 변호사 4000여명, 사무소 30여개를 거느린 변호사수 기준 중국 최대 로펌, 세계 10대 로펌이 되었다.

아직도 변호사 1인당 수익의 면에서 진두, 쥔허, 중룬이나 통상, 경천공성, 하이원, 글로벌 등 섭외업무를 주로 하는 로펌들이 100만 위안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규모의 효과가 갈수록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잉커, 1인당 연 수입 20여만 위안

다청의 뒤를 이어 또 다른 모델로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잉커(盈科)의 경우, 대표변호사인 메이샹롱(梅向榮)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12년의 연수입이 4.5억 위안, 변호사 1800명(기타 직원 1000여명)으로 1인당 수입이 위에서 언급한 로펌들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20여만 위안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잉커 모델'이 제대로 자리 잡는 데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잉커는 최근 '율운(律雲)'이라는 명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 사이버 로펌의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 로펌 업계의 추세 중 하나는 '연맹화'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연맹은 SGLA(中世律所聯盟)로, 영국 로펌 Hogan Lovells가 주도하여 중국의 지방로펌들이 가입되어 있다. 상하이의 올브라이트, 선전의 화상, 광저우의 광다, 항저우의 텐처, 쓰촨의 타이허타이 등 각 지방의 최대 로펌이 상당수 가입되어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19개의 로펌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연맹화 추세 활발

ECLA(中國精品律所聯盟)는 산동더헝, 쓰촨헝허신, 푸젠퉈웨이 등 대형 지방 로펌들이 주도하여 현재 20여 지방로펌이 가입되어 있다. YLN(長江律師聯網)에도 전국 각지의 약 30개 로펌이 가입되어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중소 규모 로펌들의 연합체인 금전율소연맹(金磚律所聯盟)과 지방로펌으로 구성된 팔방연맹(八方聯盟) 등도 있다. 이외에 궈하오(國浩, Grandall)의 집단화방식은 좀 더 강화된 버전의 연맹화라고 볼 수 있는데, 전국 16곳의 사무소가 '궈하오'라는 동일한 명칭을 쓰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주목해야 할 사항은 회계법인의 로펌 진출이다. 작년에는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Deloitte가 상하이에 친리(勤理, Qin Li)라는 로펌을 만들더니, 올 3월에는 마찬가지로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Ernst & Young이 상하이에 기반을 둔 잉밍(瑛明, Chen & Co)을 인수했다. 유럽에서와 같이 회계법인이 로펌업계를 잠식하는 일이 중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안다-McDermott 전략 제휴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특이한 형태의 로펌으로는 상하이의 위안다(元達)가 있다. 영문으로는 ‘MWE China’라고 적으며, 미국 로펌인 McDermott Will & Emery와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McDermott Will & Emery의 홈페이지에도 위안다를 자신들의 상하이사무소로 올려놓고 있다.



중국 로펌들이 20여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일구어왔다. 더구나 한국의 로펌들은 대체로 동질적인 성장과정을 거쳤는데 반하여, 중국의 로펌들은 오화팔문(五花八門)의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향후 어떤 형태의 로펌이 주류를 이룰 것인지 현 단계에서 단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다양한 시도가 기존 로펌들에게 자극제로 작용하여 로펌업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흘러가는 강물 위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뒤쳐지는 것이다.

김종길 변호사(중국 글로벌로펌 한국팀장, jonggil.kim@globallawoffice.com.cn)

◇김종길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북경대 법대(LL.M)를 졸업한 중국법 전문가로, 중국 글로벌로펌의 한국업무부를 이끌고 있다. 지용천, 김승봉 중국변호사 등과 함께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물론 중국 내 법인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문제에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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