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경영 성적표

2014-05-08     김진원
미국의 법률잡지 아메리칸 로이어(The American Lawyer)가 최근 2013년 총매출을 기준으로 선정한 미 100대 로펌 명단을 발표했다. 1위에 오른 DLA Piper를 시작으로, Baker & McKenzie, Skadden, Greenberg Traurig, Cleary Gottlieb, K&L Gates, Simpson Thacher, Ropes & Gray, Paul Hastings, Mcdermott Will, Squire Sanders, O'Melveny, Covington & Burling, McGuireWoods, Sheppard Mullin, McKenna Long 등 서울에 사무소를 낸 미국 로펌 대부분이 100대 로펌에 들었다.

원래 미국의 100대 로펌에 선정되면 매출 증가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2013년은 그렇지 못했다는 게 아메리칸 로이어의 분석. 변호사 1명당 매출(RPL) 평균이 전년 대비 0.4% 감소한 84만 963 달러를 기록하고, 파트너 1명당 수익(PPP) 평균은 단지 0.2% 증가한 147만 22 달러로 집계되었지만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우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개 로펌에서 RPL이 감소한 가운데 46개 로펌이 변호사를 방출했으며, PPP도 32개 로펌에서 감소했다. 지분파트너를 줄인 로펌은 50곳. 아메리칸 로이어는 파트너를 줄이는 것이 성장전략이 될 수 없지만, 지분파트너를 줄인 로펌이 더 적었다면 훨씬 더 많은 로펌에서 PPP 감소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PPP가 최소 200만 달러(평균 300만 달러), RPL이 최소 100만 달러(평균 120만 달러)에 이르는 20개의 슈퍼 부자 로펌들은 변호사 수는 단지 1% 늘었지만 매출 등 재무적 통계는 4~5% 증가라는 높은 실적을 거두었다. 아메리칸 로이어에 따르면, 이들 20대 로펌은 100대 로펌 전체 변호사의 18%를 차지하고 있으나, 수임료 수입의 26%를 벌어들이고 있다.

한국 로펌들도 지난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분명 성장한 로펌이 있는 게 시장이다. 메이저 로펌 중 어디 어디는 지난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고 하고, 직전 연도의 역성장에서 유턴해 의미 있는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는 로펌도 있다. 또 한 중견 로펌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는 얘기가 로펌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비교적 탄탄한 성장세를 구가해오던 한국 로펌들도 매출액 등 경영지표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매출의 증가여부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아무런 비전도 준비하지 않고 로펌 경영에 무심한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작금의 로펌 경기는 소속 변호사들의 능력 못지않게 고도의 매니지먼트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지표로 보여주고 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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