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추락사고 관련바른, 보잉사 상대 미 법원에 소송 낸다

2점식 안전벨트, 4초전 스톨 경고 등 문제

2013-10-04     김진원


7월 7일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추락사고와 관련, 피해 승객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맡으려는 국내외 로펌의 설명회 등이 잇따르고 있다. 로펌 입장에선 사건 수임을 위한 일종의 마케팅의 성격이 없지 않으나, 사고 후 시간이 경과하며 그만큼 소 제기 여건이 성숙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해배상액 등에서 유리한 미국 법정에서 소송을 내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와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소송 전략의 핵심.

이코노미석엔 2점식 벨트

법무법인 바른은 9월 26일 오후 7시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바른 본사 강당에서 '아시아나 항공사고 미국소송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국내외 변호사 10명으로 구성된 바른의 아시아나 사고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에는 shoulder belt가 있는 3점식 벨트가 장착되어 있는 것에 비해, 이코노미석에는 복부벨트(lap belt)만 있는 2점식 벨트가 장착되어 있어서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심각한 척추 부상, 복부 파열, 안면 부상 등의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보잉사에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보잉사는 미 연방 안전법규상 규정된 2점식 벨트를 제공했기 때문에 3점식 벨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결함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 변호사는 이미 자동차 제조물책임 소송에서 lap belt만 있는 2점식 벨트에 대해 결함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고, 그 결과 10여년 전부터 자동차의 모든 좌석에 3점식 벨트가 장착된 점에 비추어 보잉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변호사는 또 "바깥 쪽으로 터져야 할 탈출비상슬라이드가 비행기 안쪽으로 터지면서 비상구에 앉아 있던 항공기 승무원을 덮쳐 승무원이 부상을 당했다"며, "이는 명백한 기체결함이기 때문에 부상을 입은 승무원은 보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틱쉐이커 4초전 작동도 결함"

이와 함께 스톨(항공기 추진력 완전 상실)을 경고하는 스틱쉐이커가 충돌 4초 전에야 작동되어 사고예방에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고, 항공기의 비행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경고장치가 충돌 4초전보다 훨씬 전에 작동되어 음성으로 조종사들에게 알려 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점도 기체결함이라는 게 바른 변호사들의 주장. 바른의 한 변호사는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오토스로틀(자동 적정속도 유지장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청구원인으로 주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관리하고 있는 미 연방정부에 대해서는 담당 관제사의 과실 등을 청구원인으로 청구한다는 것이 바른의 소송 전략. 바른의 변호사는 "아시아나 항공기의 조종사들은 사고 발생 전 관제사로부터 필요한 경고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후 약 20일 지난 7월 25일 대만 EVA 항공의 조종사는 아시아나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보잉 777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려다가 관제사로부터 착륙 2분 전 'climb immediately'라는 경고를 듣고 항공기를 재상승시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바른의 변호사는 "EVA 항공 사건과 대비해 보면, 아시아나 조종사가 'climb immediately' 경고를 받지 못한 것은 관제과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중 제소 계획

바른은 원고를 모집 중에 있으며 이르면 10월 중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낸다는 계획. 하종선 변호사는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피해자들과 상담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사건 수임이 확정되면 10월 중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보잉을 주 타깃으로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변호사이자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자격도 갖추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사고와 관련, 미국 소송을 수행한 경험이 있으며, 한국에서 오래 근무한 바른의 피난스키 미국변호사는 풍부한 국제소송경험을 자랑한다.

이에 앞서 법무법인 동인은 정석우, 김지연 변호사 등 항공기사고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법률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동인도 태스크포스 구성

또 지난 8월 6일 항공우주법연구회(회장 이상면)가 '괌사고 16주년 기념 KE 801 괌사고와 Asiana 214 샌프란시스코 사고의 비교에 관한 학술세미나'를 열어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고의 여러 법적 측면을 깊이있게 조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특히 참석자들이 기체 결함과 관제탑의 과실을 거론하며 위자료 산정 등에서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미국 법원에서의 소송 가능성을 집중 제기해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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