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싱 완승' '와이탄지왕프로젝트' 1심 판결

[김종길 변호사]

2013-07-08     권은오
중국의 회사법에는 많은 용어가 있고 많은 조문이 있지만, 아마도 '우선매수권'과 제72조는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용어와 조문중 하나일 것이다.

2011년 12월 말경 소호(SOHO)는 상하이 와이탄의 황금부지에 소재한 프로젝트, 이른바 '와이탄지왕프로젝트'를 차지하고자, 기존 주주의 주식매수권을 회피하기 위하여, 프로젝트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회사의 주주의 지배권을 100% 확보하는 방법으로 지분 50%를 간접인수한 바 있다. 즉, 당해 프로젝트회사의 지분을 직접인수한 것이 아니라, 당해 프로젝트회사의 주주의 지분을 전부 인수하여 프로젝트회사 지분을 간접인수한 것이다. 이에 다른 주주인 푸싱은 자신의 우선매수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법원에 제소하였으며,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리걸타임즈 2013년 2월호에 상세히 소개한 바 있다.



우선매수권 회피 무효

2013년 4월 23일 상하이제1중급인민법원이 이 분쟁에 대한 제1심판결을 내렸다. 소호가 간접지분양도방식으로 우선매수권 조항을 회피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하여 푸싱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결론은 상당히 많은 법률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고, 그로 인하여 법조계에 상당한 반향을 몰고 왔다.

소호의 법무총괄 임원(General Counsel)은 이 소송의 패소로 사직해야 했다. 아직은 1심판결만이 나온 것이고 소호, 쩡다, 뤼청 등 패소측이 상소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여 상급심인 상하이고등인민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중국에서 제1심판결이 제2심에서 번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중급법원이 중요한 사건인 경우에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고급법원과 협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제1심 판결이 제2심에서도 뒤집힐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우선 중국의 회사들은 복층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즉, 지주회사, SPC, 프로젝트회사를 통하여 각종 인허가규제나 세금부담을 회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복층구조 많은 중국 회사

중국의 법제는 우리나라처럼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없고, 배당수익에 대하여 이중과세를 하지 않으므로, 프로젝트회사, 지주회사나 SPC를 설립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고 이점이 많기 때문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SPC, 지주회사, 프로젝트회사 등의 복층구조를 통하여 정부의 인허가규제나 세금부담을 회피하거나, 관련 계약상의 규제를 회피하는 것에 익숙한 중국의 법률계에서 '간접지분양도방식으로 우선매수권을 회피하는 것'이 무효로 된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향후 법률실무도 그에 맞추어 상당한 정도로 바뀌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복층구조를 통하여 중국 정부의 인허가규제나 세금부담을 회피하는 것에 대하여 중국 정부도 이미 몇 가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우선 해외에서의 지분양도라 하더라도, 중국내의 자산이나 지분양도의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중국내에서 과세할 수 있다는 규정이 나왔다. 국가세무총국은 2009년 12월 10일 에서 "해외투자자(실제투자자)가 중국주민기업의 지분을 간접양도하며, 피양도되는 해외지주회사 소재국(지구)의 실제세금부담이 12.5%이하이거나 주민의 해외소득에 대하여 소득세를 징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중국세무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면서, "해외투자자(실제투자자)가 조직형식을 남용하는 등 중국주민기업의 지분을 간접양도하고, 합리적인 상업목적이 없으며, 기업소득세 납부의무를 회피한 경우"에는 중국 세무당국이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다음으로 반독점법에서의 기업결합신고에서 해외에서의 지분거래에 대하여도 중국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중국 정부에 신고하도록 요구하는 규정도 나와 해외에서의 지분거래를 통해 중국내 정부인허가를 회피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손자회사 만들어 투자

그리고 복층구조를 통하여 중국 정부의 인허가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중국정부에 의하여 제지된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제2이동통신회사인 유니콤(聯通)이 출범할 때,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여 해외의 통신사들(한국의 삼성전자, SK텔레콤을 포함하여)로부터 기술과 자본을 유치한 바 있다. 이때 '중중외(中中外)' 방식을 사용하였다. 즉, 당시 통신업종은 외국인투자금지업종이었으므로, 외자기업은 통신업을 영위할 수 없었고, 외자기업은 통신업종에 투자할 수도 없었다. 그러므로 외자기업과 그 자회사인 내자기업은 통신업에 종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내자기업의 자회사인 내자기업, 즉 외자기업의 손자회사인 내자기업에 대하여는 명문으로 금지한 규정이 없었다. 그리하여 외자기업이 자회사인 내자기업을 만들고, 그 내자기업이 다시 손자회사인 내자기업을 만든 후, 그 손자회사인 내자기업이 통신업체(즉, 유니콤의 지역자회사)에 지분투자한 것이다. 형식적으로 중국의 법률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이 통신업에 외자지분을 허용하지 않는 원칙이나 정책에는 위반하는 결과가 조성되었다. 이에 대하여 중국 정부(당시의 신식산업부)는 고민 끝에 중중외 방식은 중국 정부가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선언하며, 지분참여한 외국계 통신사들의 지분을 모두 철수하도록 하고, 유니콤을 홍콩에 상장시켜 자금조달한 바 있다.

'우선매수권 회피' 불법목적 감춰

이번 판결에서 지분양도를 무효로 판단한 근거는 "합법적인 형식으로 불법적인 목적을 감춘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심법원은 소호, 쩡다, 뤼청이 프로젝트회사의 주주의 지분을 양수도함으로써 프로젝트회사를 간접양수도한데 대하여 '푸싱의 우선매수권을 회피'하려는 불법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까지 '불법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는 다른 견해를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M&A를 추진함에 있어서 해당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지, 그 모회사의 지분을 인수할지는 인허가, 세금, 기타 여러 가지 장단점을 따져서 결정하는 것인데, 그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한 우선매수권 이슈를 가지고 '불법목적'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아마도 제2심법원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중 하나로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1심법원에서 '불법목적'을 지닌 것으로 판단한 것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한 결과일 것이다.

우선 소호는 푸싱의 우선매수권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전에 푸싱과 접촉하여 협상하였다든지, 거래직전에 푸싱에 짧은 기간을 주고 통지를 하게 한 것이라든지, 그리고 프로젝트회사의 주주가 가진 자산을 분리시켜 프로젝트회사주식만을 남기게 하였다든지….



'모계약' 존재 인정

소호와 푸싱간에 극명하게 대립하였던 이슈 중의 하나가 '모계약'의 존재였다. 푸싱은 일관되게 프로젝트회사(하이즈먼)의 정관에 제72조의 내용과 동일한 우선매수권조항이 규정되어 있는 외에, 지배주주들간에 모계약인 '합작투자계약'이 체결되어 있고, 거기에는 "상대방의 사전서면동의를 받지 않으면 일방 당사자가 본계약상의 여하한 권리나 의무를 전부 또는 일부 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이 약정되어 있어 뤼청과 쩡다가 계약상 권리의무를 양도하는데 푸싱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소호는 일관되게 모계약의 존재를 부인했다. 1심판결문을 보면, 주주들간에 모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그렇다면 소호는 왜 굳이 모계약의 존재를 부인했을까? 어떤 사람은 소호의 법무총괄 임원인 라이추산(賴楚姍)이 소송 패소 후 즉시 사임을 했는데, 사임원인은 그녀가 홍콩변호사여서 중국내 소송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특히 이 모계약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패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호의 판스이(潘石屹)는 대외적으로 계속하여 모계약의 존재를 부인했는데, 이는 라이추산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여 보고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무총괄 임원 사임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왜냐하면, 모계약은 이미 재판과정에서 푸싱이 법원에 제출하였고, 소호측도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판스이가 모계약의 존재를 부인한 것은 아마도 "계약은 체결당사자들에게만 구속력이 있다"는 효력의 상대성을 고려한 때문일 것이다. 즉, 프로젝트회사의 정관은 대세적인 효력이 있으므로, 지분을 인수하려는 소호로서도 구속받을 수밖에 없지만, 주주들간에 체결된 '합작투자계약'은 당사자들간에만 효력이 있는 것이므로 소호가 그러한 모계약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면, 당해 계약의 구속을 받지 않고, 그러한 계약의 존재를 몰랐다면, '선의의 제3자'가 되어 지분인수자체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호는 끝까지 모계약의 존재, 구체적으로는 모계약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주관적 악의' 존재 인정

중국의 사법에 대하여 이런 말이 있다. "큰 사건은 정치적으로 결정하고(大案看政治), 중간 사건은 사회적 영향을 보아 결정하고(中案看影響), 작은 사건은 법률에 따라 결정한다(小案看法律)." 이번 판결에서도 1심법원은 법률의 규정 이외에 다른 사항, 즉 프로젝트의 정상적인 개발에 어느 것이 유리한지를 고려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본건 지분거래 이전에 프로젝트회사는 "회사 내부의 인합성(人合性), 지분구조의 합리성, 주주간의 신뢰관계 등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는데" 지분거래 이후에는 "회사의 주주간에 최초에 설정된 인합성과 내부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깨어져…프로젝트회사의 실질적인 경영과 운영에 불리하게 되고, 와이탄 8-1부지의 정상적인 개발을 보장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하였다. 소호가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지분양도를 진행한 것에는 '주관적인 악의'가 존재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1심판결문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주주의 우선매수권관련 분쟁에 있어서…내부적 신뢰관계의 유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다음으로 지분양도자유원칙에 대한 제한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하며, 그 다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외적 거래의 안정성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문장은 제1심판결을 쓴 법관이 자신의 저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소호와 입장 다른 쩡다, 뤼청

이처럼 1심은 푸싱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리고 소호, 쩡다, 뤼청은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쩡다와 뤼청은 소호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지분인수대금을 이미 전액 지급받았고, 당시에는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여 50%의 지분을 42.5억위안이라는 비교적 헐값에 매각했었다. 토지매입대금만 92.2억달러이고 그 이후에 부담한 각종 제세공과금을 감안하면 최소 100억위안이상이 투입되었는데, 토지매입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50%지분을 매각하였던 것이므로 당해 계약이 무효로 되어 원상회복 된다고 하더라도 쩡다와 뤼청의 입장에서는 손해는 없고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심에서 뤼청, 쩡다의 태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심판결 후 소호, 뤼청, 쩡다는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여 1심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상소하여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에 세 기업이 모두 서명했지만, 소호의 미니블로그에만 실려 있고, 뤼청, 쩡다의 웹사이트에는 실리지 않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또한 뤼청의 한 인사는 "1심판결은 뤼청에 아무런 손해도 없다.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다만, 동사장 쏭웨이핑 선생은 의리를 중시하므로 소호의 상소에 적극 협력할 것이다. 다만, 일반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미지수다"라는 말을 했다. 향후 소수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한다면 소호에 협력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쩡다가 우선매수권 요구

한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원래 우선매수권은 쩡다가 푸싱에 요구한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쩡다는 푸싱이 혹시 지분을 임의의 제3자에게 매각하여 자신들이 바라지 않는 주주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청한 것인데, 2년후 자금압박으로 지분을 매각하고자 할 때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젼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SPC의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중국내 자산이나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기존주주의 우선매수권 등 계약상 의무사항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주주간계약을 체결할 때 우선매수권뿐 아니라 경영권변동에 관한 조항에도 신경을 써서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종길 변호사(중국 글로벌로펌 한국팀장, jonggil.kim@globallawoffice.com.cn)

◇김종길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북경대 법대(LL.M)를 졸업한 중국법 전문가로, 중국 글로벌로펌의 한국업무부를 이끌고 있다. 지용천, 김승봉 중국변호사 등과 함께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물론 중국 내 법인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문제에 대해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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