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스쿨 실패'의 교훈

2013-06-03     김진원
학비와 생활비를 더해 3년 과정의 로스쿨을 졸업하는 데 드는 비용 20만달러, 졸업생 평균 부채 10만달러, 취업률 62.5%.

한국 로스쿨 얘기가 아니다. 한국 로스쿨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로스쿨의 실상이다. 비싼 등록금을 조달하기 위해 로스쿨 학생의 90%가 대출을 받지만, 졸업생 3명 중 한 명은 취업에 실패하며, 취업하더라도 비정규직이거나 시간제인 경우가 많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로스쿨의 브라이언 타마나하(Brian Z. Tamanaha) 교수가 최근 펴낸 《로스쿨은 끝났다》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 로스쿨의 얘기라고 하지만, 졸업생들의 취업난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로스쿨도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만은 아니다.

'어느 명문 로스쿨 교수의 양심선언'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미 로스쿨의 현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로스쿨의 비용 대비-효과 경제모델이 붕괴되었다고 진단했다. 로스쿨 학비는 엄청나게 비싸졌지만, 로스쿨 졸업장의 경제적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전에는 로스쿨이 출세와 성공의 지름길이었지만, 요즈음 미 로스쿨의 졸업생들은 취업에 성공한 친구를 보고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부러워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로스쿨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해 배출된 1기 졸업생에 대한 로스쿨별 발표내용을 보면, 평균 취업률은 미국 로스쿨보다 높아 보이지만, 로스쿨 출신의 취업전선은 미국 못지않게 열악한 것 같다.

다시 타마나하 교수의 말을 빌리면, 과거 미 로스쿨에선 연봉이 적은 업체에 취직하거나 변호사가 되는 데 관심이 없고 법학학위로 다른 일을 할 계획을 가진 졸업생도 경제적으로 앞날을 헤처갈 수 있었다고 한다. 30년 전 등록금이 5000달러였던 시절에 로스쿨을 다닌 타마나하 교수도 졸업 후 기업 로펌을 거절하고, 처음엔 국선변호사로, 나중엔 개발도상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소중한 경험을 쌓았지만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출범 5년을 맞은 한국 로스쿨이 '미국 로스쿨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매우 어리석은 결과가 될 것이다. 취업의 측면만 따진다면, 로펌 등 전통적인 변호사 직장만 생각하지 말고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로스쿨 졸업생이 진출할,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적지 않을 것이다. 또 기업 등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로스쿨 출신을 활용하는 이익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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