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변호사공익대상 받은 염형국 변호사"열린 자세로 소통해야 공익활동도 활성화"

일반 사건 안 하고 10년째 공익 전념

2013-03-14     김진원

"공익활동을 하는 변호사에겐 특히 열린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나만 옳다는 식으로 나갔다간 사회에서 알아주지도 않고 오래 갈 수 없죠."

공익전담 변호사의 선구라고 할 수 있는 염형국 변호사는 후배들에게 먼저 겸손한 자세를 강조했다. "짧고 굵게 몇 년 할 거면 큰 의미가 없다"며,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에게도 보다 열린 자세로 소통해야 저변이 확대되고 공익활동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2004년부터 변호사 활동

공익활동만 9년. 공익인권법재단인 공감 소속의 염형국 변호사는 매우 독특한 경력의 변호사다.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나, 수임료를 받고 민, 형사 소송 등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난민, 이주 노동자, 성매매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변호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또 사회복지사업법 등 공익 관련 법률의 개정과 연구, 교육 등 소수자 인권의 개선을 위한 사회활동이 변호사인 그의 주요 활동내용이다.

물론 염 변호사 이전에도 이른바 인권변호사로 불리는 여러 변호사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변호하는 일을 많이 했다. 그러나 염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활동은 일체 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보듬는 공익활동에만 전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은 그의 뒤를 이어 20명이 넘는 변호사가 공익전담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성과

9년 전 공감의 창립멤버로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그는 그동안 노인학대예방센터의 상담원들에게 법적인 측면을 안내한 상담 매뉴얼을 만들어 제공하고,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입장에서 형사절차 일반을 소개한 《쫄지마 형사절차》의 공동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장애인시설에서 벌어지는 각종 인권침해행위를 막기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참여해 2011년 말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개별적인 사건의 무료변론을 통한 직접적인 피해구제도 그의 역할 중 하나. 청각 장애를 이유로 해고되자 관련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전문대 교수의 변호를 맡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청각 장애 교수 무죄 받아내

이런 그에게 대한변협은 지난 2월 18일 제1회 변호사공익대상을 수여했다. 공익활동을 통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공헌에 이바지한 변호사를 치하하기 위해 변협과 변협 인권재단이 공동 제정한 상으로 그가 첫 수상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가 보는 한국의 변호사, 로펌의 공익활동은 어느 수준일까.

염 변호사는 우선 로펌의 공익활동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펌마다 위원회 등을 설치해 공익활동을 장려하고 있는데, 위원회 활동으론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로펌도 공익전담 변호사를 두어 보다 체계적으로 공익활동에 나서야 합니다."

그는 "최소한 10대 로펌 정도는 공익전담 변호사를 별도 채용해 공익활동을 중개하고, 코디네이팅하는 등의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법원이나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일부 단체에만 집중되어 있어 많은 공익활동 변호사나 단체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의 유명한 로펌인 스캐든 압스(Skkaden Arps Slate Meagher & Flom)가 운영하는 공익활동 펠로우십을 소개했다. 스캐든에서 기금을 만들어 매년 40~50명의 공익전담변호사를 지원하는 제도로, 이들 공익전담변호사들은 스캐든 소속이 아니다. 장애인 지원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매년 스캐든에 신청해 지원을 받고 있다.

매년 40~50명 지원

"로펌의 공익활동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하겠지만, 이와 함께 스캐든처럼 공익변호사단체를 지원하는 양자가 보완적으로 진행되어야 변호사 전체의 공익활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염 변호사는 이어 "공익활동하면서 좋은 보수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직업적으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열정이랄까, 봉사정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어떻게 해서 공익전담 변호사를 지원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막연하게 공익을 위해 사는 것이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큰 고민 없이 뛰어들었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가 공익전담변호사가 되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집안의 가훈은 "(남을) 위해서 살라."

치열한 경쟁 속에 변호사업계가 어렵다고 야단들이지만,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서인지 공익전담 염형국 변호사는 시종일관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