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휴대전화번호 있는데도 연락 안 해 보고 궐석판결하면 위법"

[대법] "송달받을 장소 등 확인해 봤어야"

2013-03-12     김덕성
공소장에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는데도 연락해 보지 않은 채 주소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소환장 등을 공시송달 처리한 후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해 내린 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월 15일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을 흡입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태국인 J(35)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55)에서 징역 6월과 추징금 1만 5000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63조 1항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하여 할 수 있으므로, 기록상 피고인의 집 전화번호 또는 휴대전화번호 등이 나타나 있는 경우에는 그 전화번호로 연락하여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여 보는 등의 시도를 하여 보아야 하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63조 1항, 365조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제1심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장부본과 피고인소환장 등이 송달불능 되자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로 전화하여 피고인에게 제1회 공판기일을 고지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였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로 피고인과 전화통화를 시도하여 보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피고인소환장 등을 공시송달로 송달할 것을 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원심으로서는 공시송달 명령을 함에 앞서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로 연락을 하여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여 보는 등의 시도를 하여 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하였으므로, 이는 형사소송법 63조 1항, 365조를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J씨는 2007년 12월 중순 토요일 밤 11시경 수원에 있는 회사 기숙사에서 태국 출신 동료들과 함께 메스암페타민(태국명 아이스)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J씨가 퇴사한 뒤 소재 파악이 안되자 J씨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해 출석시킨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 벌금 400만원과 추징금 1만 5000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공소장에 J씨의 주거로 기재된 인천시 주소로 소송기록접수통지서와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고지서를 송달했으나 J씨가 퇴사하는 바람에 송달불능된 데 이어 항소이유서와 피고인소환장까지 송달불능되자 검사에게 주소 보정을 명하고 경찰에 소재탐지를 촉탁했다. 그러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주소가 보정되지 않자 피고인소환장 등의 서류를 공시송달로 처리하고 궐석재판을 진행해 J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J씨가 상고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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