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선택한 재야법조계'보통변호사 시대' 열었다

[LegalTimes 2월호 커버스토리]첫 직선제 변협회장에 위철환 변호사 당선청변 출신 나승철 변호사 서울회 운영 맡아

2013-02-14     김진원
변호사들은 변화를 원했다. 첫 직선제로 치러진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서 지방 출신의 위철환 변호사(54)를 회장으로 뽑고, 전국 변호사의 70% 이상이 활동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선 변호사 경력 5년의 나승철 변호사(35)를 선택했다.

두 사람 모두 판, 검사를 역임하지 않은 순수 변호사 출신이며,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똑같다. 위철환 변호사는 야간고를 다녀 서울교대에 입학,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으며, 교사로 근무하며 성균관대 야간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고려대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된 나승철 변호사는 또 20~30대 청년변호사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청변 출신으로 유명하다.

비서울대 순수 변호사 출신

법조계에선 이번 변호사단체장 선거 결과를 비주류의 반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위철환 변호사의 당선이 '지방 출신 · 비주류의 반란'이었다면 나 변호사의 당선은 '젊은 변호사들의 반란'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변협, 서울변호사회 등 재야 법조계에 변화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승철 변호사는 1월 28일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원 변호사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갈망이 그만큼 컸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히고, 안정 속의 개혁으로 보답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위철환 변호사도 1월 21일 당선이 확정된 후 "미국의 소외된 사람들이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을 선택했듯이 비주류 변호사들이 평범한 저를 변협 회장으로 뽑은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의 당선을 스스로 비주류의 선택으로 풀이했다.

위 변호사는 비주류인 자신을 보통변호사라고 불렀다. 화력한 경력을 가지지 못한 평범한 변호사, 지방에서 일해 온 변방 변호사, 소박함을 간직한 보통변호사라는 의미로, 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첫 직선제 변협 회장 선거에 뛰어들어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역전 드라마 연출

1월 11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실시된 선거에서 위 변호사는 서울 출신의 김현 후보에게 217표 뒤져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유효투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 후보가 한 사람도 없어 1주일 후 1, 2위 득표후보를 상대로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김현 후보를 729표 차이로 꺾고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변협 회원 1만 2325명 중 4895명이 투표한 결과로, 위 변호사는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얻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득표율은 절반이 훨씬 넘는 유효투표의 57.5%.

나승철 변호사는 또 서울회 소속 유권자 9131명 중 4430명(48.51%)이 투표에 참가한 유효투표 4406표 중 1443표를 확보해 825표를 얻는 데 그친 이병주 변호사를 618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2년 전 선거에선 26표 차이로 낙선했으나, 두 번째 서울변호사회장 도전에서 지지층을 넓혀 성공한 것이다.

위철환, 나승철 변호사의 당선에 대한 해답은 역시 일선 변호사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주류를 선택한 일선 변호사들이 변협 등 변호사단체에 거는 기대는 무엇일까. 그것을 가늠해 보면, 앞으로 위철환, 나승철 변호사가 이끌어 갈 재야 법조계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소통과 통합에 도움"

위철환 변협 회장 당선자는 당선 후 가진 리걸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변협 회장 직선제의 의미를 민주화로 규정했다. 그는 "변협 회장 직선제 실시로 모든 회원들의 선거권과 평등권이 평등하게 보장되었다"고 의미짓고, "소통과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고, 그래서 변협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변협이 발전하면 국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실제로 대한변협의 61년 역사에서 변협 회장은 으레 서울지방변호사회 출신이 차지하는 게 관례였다. 서울에 중량급의 유명한 변호사도 많지만, 전국 대의원의 간선제로 치러지는 변협 회장 선거에서 소속 대의원이 가장 많은 서울변호사회 출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간선제에서의 변협 회장 선거는 서울회 추천 후보를 변협 회장으로 뽑는 통과의례에 불과했고, 서울회 추천 후보를 뽑는 선거가 사실상 변협 회장 선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전국 변호사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변협 회장엔 더욱 힘이 실릴 게 분명하고, 변협의 활동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시 존치' 가장 먼저 추진

우선 위철환, 나승철 변호사의 공약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법시험 제도의 존치 추진이 주목된다. 위 변호사는 로스쿨과 병행해 사법시험을 존치시킬 수 없다면 변호사 예비시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민의 법조계 진출을 위한 사다리를 마련하자는 주장으로, 나승철 변호사는 사시 존치를 회장 취임 후 가장 먼저 추진할 과제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 해 2500명까지 배출된 신규 변호사의 감축 또한 두 후보의 공약에 똑같이 들어 있는 내용. 나 변호사는 "한 해에만 2000명이 넘는 변호사를 공급하여 법률시장의 혼란만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대한변협과 협력하여 변호사 공급을 연간 1000명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변호사업계 상황 심각

이와 함께 위철환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1차투표때 3위를 한 양삼승 변호사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정책연합으로 수용한 대법관 50명으로의 증원과 검찰중립, 나승철 변호사가 내 건 로스쿨 출신의 검사 즉시 임용 폐지 등도 주목을 받고 있으나, 두 단체장의 공약은 변호사 특히 젊은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 개업환경 개선에 가장 우선순위가 두어져 있다. 그만큼 재야 법조계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로, 문을 닫는 법률사무소가 속출하는 등 일부 대형 로펌 등을 제외한 일선 변호사업계의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철환 변호사는 여러 공약 중에서도 변호사강제주의의 도입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형사사건의 국선변호인 제도와 마찬가지로 민사사건의 합의부 사건 등에 있어서 의무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위 변호사는 법률구조제도와 민사국선제로 보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즉, 합의부 사건의 당사자로 하여금 돈 많은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강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률구조제도 등을 통해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어려운 당사자를 도와주고, 사건이 없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며 일거양득 아니냐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를 실시하기 위한 재원의 마련. 위 변호사는 구조재단을 활용하고, 정부의 보조를 이끌어내는 방법 등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부당해고 일상적 발생

또 나승철 회장은 고용변호사의 근로계약서 작성과 처우개선 등을 가장 중시하는 역점사업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의무이지만 변호사업계에서는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고, 부당해고도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 나 변호사는 또 고용변호사들이 연차휴가와 퇴직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적절한 감독을 통해 여성변호사의 출산휴가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임신을 이유로 부당하게 무급휴직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변호사를 대신해 소속 로펌의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영, 미 로펌의 서울사무소 개설이 이어지고, 국내적으로도 검찰개혁 등이 예고되는 등 법조계에 변화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로스쿨 2기 졸업생의 배출과 법조일원화 본격 실시, 변리사와 법무사 등 유사 법조 직역의 소송대리권 요구 등 변호사업계를 둘러싼 이슈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변호사들은 '변화의 기수'를 선택했다. 위철환 변협 회장과 나승철 서울변호사회 회장이 이끌어 갈 재야 법조계의 모습에 변호사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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