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싱 vs SOHO 사건

[김종길 변호사]

2013-02-12     권은오
중국의 가 얼마 전 '2012년 5대 상전(商戰)'을 선정했다. 토지를 놓고 싸운 푸싱(復星)국제유한공사(푸싱)와 SOHO중국유한공사(SOHO), 검색을 놓고 싸운 360과 바이두(百度), 온라인쇼핑몰에서 가격전을 벌인 징동(京東)과 쑤닝(蘇寧), 왕라오지 상표를 놓고 싸운 광야오(廣藥)와 자둬바오(加多寶), 특허를 놓고 싸운 애플과 삼성을 선정하였고, 그 중 푸싱과 SOHO의 토지싸움이 첫머리에 올랐다.

2012년 11월 29일 상하이 와이탄(外灘)의 금싸라기땅을 둘러싼 소송사건이 상하이제1중급인민법원에서 정식으로 개정되었다. 푸싱은 뉴욕타임즈에서 미니판 버커셔 헤서웨이로 불리고, 파이낸설 타임즈는 궈광창(郭廣昌)을 중국의 워렌 버핏이라 불렀다. 푸싱의 투자분야는 의약, 황금, 강철, 매체, 금융 등에 걸쳐있고 전체적인 자금규모는 SOHO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새로 진입한 부동산분야에서는 중국 부동산업계의 풍운아인 판스이(潘石屹) 부부가 이끄는 SOHO가 대학생이라면 푸싱은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셈이라 할 수 있다. 판스이와 궈광창은 법정 밖에서도 매체 인터뷰, SNS 등을 통하여 서로 상대방에 대한 폭로전을 벌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우선매수권'이었다.



이 사건의 관련 당사자인 SOHO, 푸싱, 상하이쩡다(證大)방지산유한공사(쩡다), 뤼청(綠城)중국지주유한공사(뤼청)는 모두 홍콩상장기업이다. 이들이 홍콩거래소에 공시한 내용과 각 당사자들이 폭로한 내용을 종합하면 사건의 개략적인 경위는 다음과 같다.

낙찰가 92.2억 위안

2010년 2월 1일, 쩡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인 상하이쩡다치업유한공사(쩡다치업)는 92.2억 위안의 가격으로 와이탄국제금융중심(8-I)부지(와이탄부지)를 낙찰받는다. 와이탄부지는 면적이 4.5만평방미터로 상하이 중심지인 예원(豫園)에서 스류푸상해엑스포부두에 걸쳐 있고, 당시 낙찰 총가격 기준으로 전국 최고가 기록이어서 '지왕(地王)'으로 불리게 된다.

혼자의 힘으로 이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워지자 쩡다는 2010년 4월 25일 푸싱, 뤼청과 공동으로 와이탄부지를 개발하기로 합의하고 하이즈먼(海之門)회사를 설립하여 쩡다치업의 와이탄부지 권리를 양도한다.

푸싱이 50% 주식 소유

공상등기자료를 보면, 하이즈먼의 지분구조는 다음과 같다. 즉, 저장푸싱상업발전유한공사가 50%, 쩡다우다커우회사가 25%, 뤼청허성이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 신화신탁이 10%, 상하이판스가 5%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신화신탁이 보유한 10%는 대리보유로 배후의 실제지배인이 쩡다우다커우이고, 상하이판스의 실제지배인도 쩡다우다커우이다. 이상의 관계를 보면, 하이즈먼의 주식은 50%를 푸싱, 40%를 쩡다, 10%를 뤼청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베이징의 부동산시장에서 주로 활약하던 SOHO는 2009년부터 상하이의 부동산시장에 진출해서 베이징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이미 400억 위안을 투입했으며, 상하이의 랜드마크 건물이 될 와이탄부지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푸싱, 쩡다 및 뤼청과 접촉한다. 때마침 자금압박으로 와이탄부지의 지분을 매각하고자 했던 쩡다와 뤼청은 적극적으로 SOHO와 협상을 진행한다. 이후의 협상과정은 개략 다음과 같다.

SOHO는 쩡다와 뤼청에 50%의 지분을 38.5억 위안에 매입하겠다고 제안을 하고, 쩡다와 뤼청은 푸싱에 38.5억 위안으로 지분을 매입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푸싱은 여기에 5억 위안을 얹은 42.5억 위안에 50% 지분을 매입할 의향이 있는지 SOHO에 타진한다.

SOHO 2009년부터 상하이 진출

SOHO는 푸싱의 제안을 일축하고, 쩡다와 뤼청에 40억 위안에 매입하겠다고 다시 제안하였으며, 쩡다와 뤼청은 40억 위안에 50% 지분을 SOHO에 매각한다.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푸싱은 SOHO와 쩡다 및 뤼청간의 거래는 우선매수권 조항을 위반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게 된다. 당사자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6개월간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실패하고, 푸싱이 2012년 5월 30일 SOHO, 쩡다, 뤼청 그리고 그들의 자회사 등 6개 회사를 상대로 거래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SOHO는 푸싱의 우선매수권 문제를 처음부터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SOHO가 쩡다와 뤼청으로부터 와이탄부지의 50% 지분을 확보하면서 직접 쩡다우다커우, 뤼청허성, 상하이판스가 보유한 하이즈먼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 자회사인 상하이창예로 하여금 쩡다치업으로부터 쩡다우다커우의 100% 지분 그리고 자허실업으로부터 뤼청허성의 지분을 100% 인수하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하이즈먼의 50% 지분을 확보했다. 그리하여 푸싱의 우선매수권 위반 주장에 대하여, SOHO, 쩡다 및 뤼청은 하이즈먼의 지분은 전혀 변화가 없으므로 푸싱의 우선매수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회사법에 관련 조항 있어

중국의 회사법은 우선매수권에 대하여 제72조, 제73조의 두 개 조항을 두고 있다. 제72조는 다음과 같다. "유한책임회사의 주주간에는 상호 그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 주주가 주주 이외의 자에게 지분을 양도할 때는 다른 주주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주는 지분양도사항을 다른 주주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 동의를 구해야 한다. 다른 주주가 서면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만 30일내에 답변이 없으면 양도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나머지 주주 과반수 이상이 양도에 동의하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은 주주는 그 양도지분을 구매해야 한다. 구매하지 않으면 양도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주주의 양도동의를 받은 지분은 동등한 조건하에서 다른 주주가 우선매수권을 가진다. 2명 이상의 주주가 우선매수권 행사를 주장하면 협상을 거쳐 구매비율을 확정해야 한다.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양도시 각자의 출자비율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 회사정관에 지분양도에 대하여 별도의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에 따른다."

제73조는 다음과 같다. "인민법원이 법률규정에 따른 강제집행절차로 주주의 지분을 양도할 때 회사 및 전체 주주에게 통지해야 하고, 다른 주주는 동등한 조건하에서 우선매수권을 가진다. 다른 주주가 인민법원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만 20일내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

주주과반수 동의요건 갖춰

여기에서 '다른 주주 과반수'는 지분율로 따지는지 주주수로 따지는지가 문제이나 조문의 내용으로 보아 지분율이 아니라 주주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본건의 경우 만일 하이즈먼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지분 50%인 푸싱이 반대하더라도 30%, 10%, 5%를 보유한 주주들이 동의하면 4명의 주주 중에서 3명이 동의하였으므로 주주과반수 동의요건은 갖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동등조건'을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도 있다. 동등조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핵심인 거래가격 이외에 지급조건, 지급방식 등의 요소도 고려하고, 그 외에 계약에서 약정한 투자, 업무협력, 채무부담 등의 조건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합자기업에 관한 중외합자경영기업법실시조례에도 우선매수권 조항이 있다. 즉, "합영일방이 제3자에게 그 전부 혹은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자 할 때 합영타방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심사허가기관의 비준을 받고, 등기관리기관에 변경등기절차를 취해야 한다. 합영일방이 전부 또는 일부 지분을 매각할 때 합영타방은 우선매수권을 가진다. 합영일방이 제3자에게 지분양도하는 조건은 합영타방에 양도하는 조건보다 유리해서는 안된다. 상기규정에 위반하면 양도는 무효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법과 다른 합자기업법

합자기업법의 규정은 회사법과 약간 다르다.

첫째, 효력에서 합자기업법은 우선매수권을 위반하면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회사법에는 위반시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둘째, 절차에 있어서 회사법은 지분양도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으나 합자기업법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 회사법 제218조에 따르면, 외상투자유한책임공사는 회사법을 적용하나, 외상투자의 법률에 별도의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합자기업의 경우에는 (1)우선매수권절차는 회사법의 절차를 적용하고, (2)우선매수권 조항에 위반하면 그 효력은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본건에서와 같이 내자기업간의 지분양도에서 우선매수권을 위반한 경우 지분양도자체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사법실무상 무효설, 취소설, 효력미정설, 유효설등이 있어 명확한 입장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이번 소송이 계류되어 있는 상해시에서 나온 제10조, 제11조, 제12조를 참고할 만한데, 그에 따르면, "주주가 주주이외의 자에게 지분을 양도할 때, 기타주주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양도주주와 제3자가 체결한 지분양도계약은 회사와 기타주주의 공상등기의 공시효력에 대항할 수 없다. 다만, 당해 지분양도계약은 양도주주와 제3자간에 여전히 법률효력을 가진다" "기타주주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 양도대상지분을 구매하면, 양도주주와 제3자간에 체결한 지분양도계약은 이행불능이 된다. 양도주주 혹은 제3자는 지분양도계약에 따라 계약이행요구를 제외한 나머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주주가 주주외의 제3자에게 지분을 양도하고자 하고, 기타주주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여 양도대상주식을 매수하는 경우, 기타주주 혹은 회사가 법원에 지분양도계약의 취소나 지분양도계약의 무효를 청구하면 법원은 지지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지분양도 효력 학설 갈려

푸싱의 소장을 보면, SOHO의 지분인수거래의 무효를 주장하는 근거는 계약법 제52조 제2항의 "악의적으로 결탁하여 국가, 집체 혹은 제3자의 이익을 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SOHO의 자회사인 상하이창예가 쩡다치업, 자허실업과 악의적으로 결탁하여 푸싱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을 악의로 침해하였고, 푸싱의 이익을 해한 것이라는 것이다.



푸싱이 우선매수권을 직접 주장하지 않고, 계약무효를 주장한 것은 부득이한 상황하에서 심사숙고한 끝에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SOHO는 상하이창예를 통하여 쩡다치업이 보유한 쩡다우다오커우의 100%지분 및 자허실업이 보유한 뤼청허성의 100% 지분을 매입하였고, 하이즈먼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하에서, 푸싱이 우선매수권을 직접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약하고 소송에서 패소할 리스크가 크다. 그리고 푸싱이 직접 우선매수권을 주장하게 되면 법원이 우선매수권 행사를 요구할 수 있어 대량의 현금을 지급해야할 리스크도 안을 수 있다.

우선매수권 대신 계약무효 주장

둘째, 푸싱의 소송청구는 전략적인 고려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법원이 관련계약무효를 확인해주면, 푸싱은 한걸음 더 나아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만일 법원이 관련계약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하면, 소송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추가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소송과정에서 조정이 성립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서 다음의 몇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합자계약 계약체결시, 상대방이 페이퍼컴퍼니인 경우 우선매수권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합자계약 내지 정관에만 우선매수권을 규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당해 페이퍼컴퍼니의 모회사에게도 구속력이 미칠 수 있도록 약정해야 한다.

둘째, 지분양도시 주주 이외의 제3자에게 양도할 때는 과 이 규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다른 주주에게 동의를 구하고, 다른 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서면통지하는 등 절차를 이행하여야 한다.

셋째, 지분인수시, 지분인수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하기 전에 정관과 합자계약상의 우선매수권 행사 절차를 적법하게 취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넷째, 지분양수도시 기타주주는 합리적인 기간내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고, 우선매수권이 침해받으면 적시에 자신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김종길 변호사(중국 글로벌로펌 한국팀장, jonggil.kim@globallawoffice.com.cn)

◇김종길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북경대 법대(LL.M)를 졸업한 중국법 전문가로, 중국 글로벌로펌의 한국업무부를 이끌고 있다. 지용천, 김승봉 중국변호사 등과 함께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물론 중국 내 법인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문제에 대해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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