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개인회생 신청 증가

"주택담보채권 처리 등 회생제도 개선해야"서보민 판사, '회생 · 파산법관 포럼'서 주장

2012-09-28     김덕성
부동산 가격 하락, 과다한 주거 비용 및 교육 비용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소득을 보유한 중산층의 재정적 파탄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11년 1년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사건은 모두 6만 5171건. 2010년보다 38.7%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서도 7월까지 5만 2843건이 접수돼 지난해 1년간 전체 사건의 81.08%에 이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서보민 판사는 9월 14~15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2012년 전국 회생 · 파산법관 포럼'에서 "무주택, 저소득층의 과중 채무자 뿐 아니라 고소득, 주택 보유 채무자들도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기 시작하였고, 그 수는 점차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중산층의 가계부채 증가는 경기 침체, 부동산 가격 하락 등과 함께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포럼에서 서 판사가 발표한 주제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개인회생 사건의 심리방식 변화". 그는 "재건형 도산절차인 개인회생절차가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의 가계부채 문제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고, 증가되고 있는 중산층 과중 채무자도 구제하는 기능을 하여야 한다"며, "개인회생절차가 이러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에 따른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911조 4000억원

실제로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911조 4000억원. 사실상 가계부채라고 볼 수 있는 일부 소규모 자영업자의 대출금 140~170조를 포함하면 1000조를 훌쩍 뛰어넘는다. 2010년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1%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85%)과 비슷한 수준이고, 그리스(61%)보다는 훨씬 높다.

서 판사는 특히 개인회생절차에서 별제권으로 취급되고 있는 주택담보채권의 처리와 관련, "주택소유 채무자의 경우 대부분 주택이 담보로 제공되어 있고,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하여 담보가치가 담보채권액에 미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택 소유 채무자의 주거를 보장하고, 주택담보채권에 의한 담보권 실행의 급증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 규모, 주택 가격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주거 보장의 대상이 되는 채무자의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서 판사의 의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별제권을 가진 채권자는 개인회생절차의 변제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권리를 행사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고, 그러한 권리행사에 의하여 변제를 받을 수 없는 채권액에 관해서만 개인회생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또 중지 · 금지명령 또는 개시결정의 효력에 의하여 담보권의 실행이 중지 또는 금지되나, 이와 같은 효력은 변제계획 인가시까지만 유지되고, 인가 이후에는 담보권의 행사가 가능하다.

서 판사는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는 주택 소유 채무자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별제권 규정으로 인하여 주거의 안정을 얻기 어렵고, 담보 주택은 경매시장에서 처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회생절차 내에서 주택 소유 채무자의 주거가 보장되고, 이로 인하여 주택에 대한 담보권 실행의 급증이 완화된다면, 채무자의 회생과 주택 시장의 회복에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주택담보채권에 대한 사회 · 경제적 대책과 이를 포함하는 개인회생절차에 대한 입법적 대책 양면에 걸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거비 생계비 포함 논의 가능

서 판사는 이어 담보권자 또는 제3자로부터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담보권을 변제하는 이른바 대환 대출의 경우, 신규 대출에 대한 이자를 일정 범위에서 주거 비용으로 인정하여 생계비에 가산하는 방안과 이른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등에서 채무자인 소유자가 주거비용을 지출하는 형태의 계약관계가 형성되는 경우에는 주거비용을 생계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가용소득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일 앤드 리스백은 정부와 금융권 등에게 논의되고 있는 대책 중 하나로, 주택의 소유권을 대출 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채무자가 그 주택을 임차하되, 채무자에게 매수청구권을 주는 방안이며, 쇼트 세일(Short Sale)은 대출 은행과 주택 소유 채무자의 합의 하에 담보 대출 잔액 이하로 주택을 리츠나 전문 주택임대관리업자 등 3자에 매도하고 채권채무관계를 종결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경매보다는 높은 가격에 매각하고 은행은 나머지 금액을 탕감하게 된다. 또 은행들이 공공기금을 조성해 주택을 매수하는 배드 뱅크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서 판사는 발표에서 "최근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에까지 이르고 있다"며, "중산층의 생계비와 주거 문제를 개인회생절차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해결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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