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로펌 진출의 이해득실

2012-08-03     김진원
예상보다 많은 수의 영미 로펌이 한국 진출을 추진하면서 국내 로펌은 물론 외국 로펌들 사이에서도 이해득실 계산이 분주하다. 과연 서울행 티켓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향하는 보증수표임에 틀림없는 것일까.

기자는 우선 한국의 법률서비스 수지 통계부터 찾아보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외국 로펌들이 한국 기업들로부터 11억 836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3000억원이 넘는 법률서비스 수입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법률시장의 4분의 1이 훨씬 넘는 액수로, 이 수치만 보아도 한국 법률시장은 외국 로펌들에게 꽤 짭짤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향하는 영미 로펌들은 일단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영미 로펌이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국 기업이 외국 로펌에 지출하는 법률서비스 비용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 그동안 한국 관련 업무를 많이 수행해 온 홍콩은 물론 동경과 런던, 미 본토에서 주로 활약하던 변호사와 로펌들까지 앞다퉈 서울사무소를 개설하려고 하는 데는 한국 시장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이같은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통계상으로도 2006년 6억 9740만 달러를 기록한 한국 기업의 대외 법률서비스 지출은 5년만에 거의 2배 규모로 늘어났다.

특히 미 본토에서 날아오는 로펌들은 종래 외국 로펌들이 많이 수행했던 자본 조달이나 M&A 자문보다는 IP나 경쟁법 분야와 관련된 미국 내 소송, 통상 이슈, 미국 정부의 규제나 인허가와 관련된 시장에 한층 관심이 많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서울사무소 개설 추진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대외 법률서비스 지출 증가도 미국 내 소송 증가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소송과 같은 분쟁 관련 사안은 가급적 한국 기업들이 피해야 할 경우여서 주의가 요망된다. 회사 가까이에 외국 로펌의 사무소가 있어 손쉽게 서비스를 받는 것은 좋을지 몰라도 행여 영미 로펌의 진출이 한국 기업의 분쟁 증가로 이어진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미국 로펌의 한 변호사는 "서울사무소를 열려는 로펌이 늘어나며 로펌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겠지만 덕을 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 기업 등 수요자들"이라고 강조했지만, 영미 로펌의 경쟁적인 진출에 이같은 대목이 숨어있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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