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펌과 미국 로펌

2011-09-02     김진원
"서울에 상주할 변호사의 자격문제 등만 해결되면 가능한 한 빨리 서울사무소를 열 계획입니다."

한-EU FTA가 발효되기 전인 지난 5월 홍콩에서 만난 유명 영국 로펌의 아시아대표는 한국 진출에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서울사무소를 개설할 것인지 여부, 개설시기 등과 관련, 물론 신중한 의견을 보인 영국 로펌도 적지 않았지만, 몇몇 로펌은 시장이 열리면 곧바로 서울에 들어간다는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가능하면 빨리 서울에 상륙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홍콩 베이스로 처리하는 한국 관련 업무에서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데다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지고 있어 강력한 경쟁상대인 미국 로펌에 대해 선발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로펌의 변호사들은 영국 로펌이 먼저 서울에 입성할까 조바심을 내고 있다. 홍콩에서 만난 한 미국 로펌의 변호사는 영국 로펌의 서울 진출과 관련, "한국 정부가 FTA에서 정한 변호사 자격요건 등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영국 로펌이 서울에 진출할 때 편법을 쓰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국내 로펌 관계자들에 따르면, 런던 등에 사무소가 있다며, 한-미 FTA가 아닌 한-EU FTA에 따라 영국 로펌과 함께 서울에 진출할 수 없느냐고 물어오는 미국 로펌도 없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미국 로펌 중엔 아직 한-미 FTA가 비준되지 않았지만, 비준만 되면 서울에 들어갈 것이라고 진출방침을 분명하게 밝히는 곳이 적지 않다. 또 한국 기업들에게 서울에 사무소를 열어 가까이에서 서비스하겠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한-EU FTA 발효 두달이 지나도록 영국 로펌 등이 서울사무소 설립을 신청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그만큼 영국변호사를 대표로 앉혀야 하는 등 변호사 자격문제가 간단치 않은 장애물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행여 영국 로펌이 한국 진출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이미 열렸고, 이제는 개별 영국 로펌 등의 전략적 · 사업적 판단만 남아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로펌 등의 경계심을 늦추려고 노력해 온 그들의 태도를 감안하면, 어느 날 슬그머니 서울에 사무소를 열고 진출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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