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미필적 고의 사고…보험사 책임 없어"

[중앙지법]"확정 고의와 마찬가지…운전자가 배상해야" "손잡이 잡고 있는 피해자 무시하고 출발…미필적 고의"

2004-11-30     김진원
조수석의 문 손잡이를 잡고 "잠깐 보자"고 말을 건네는 피해자를 무시하고 그대로 차동차를 출발시켜 피해자가 바닥에 넘어지면서 사고가 난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운전자의 확정적 고의 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자동차사고의 경우도 보험사는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한 취지의 판결이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이상무 판사는 11월11일 이모(48 · 여)씨가 한모(41 · 여)씨와 삼성화재해상보험(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2가단112229)에서 삼성화재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한씨는 이씨에게 8311만여원을 주라"고 원고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당시 한씨는 원고가 승용차의 창문을 두드리면서 차를 세우고 무엇인가 말을 하기 위해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출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한씨는 원고에 대하여 상해를 가하려는 확정적 고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승용차를 운전하는 한씨로서는 원고가 무엇인가 이야기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상 차를 세우지 않고 그대로 출발하면 원고가 넘어져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였다 할 것이어서 적어도 상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고가 피고 한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 일어난 상해사건인 이상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무리하게 차문 손잡이에 매달린 사정에 대한 잘못을 물어 피고 한씨의 책임을 75%로 제한했다.

원고의 남편과 여러차례 불륜관계를 맺어 오던 한씨는 2001년 4월5일 오후 10시쯤 원고의 남편 이모씨를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에 태우고 이씨의 집 부근인 서울 논현동 차로상에서 이씨를 내려 주었는데, 때마침 원고가 이 장면을 발견하고 한씨의 승용차를 뒤쫒아가 승용차가 대로로 진입하기 위해 거의 정지해 있을 무렵 창문을 두드리고 조수석 문 손잡이를 붙잡으면서 "저 잠깐만 봅시다"라고 말을 걸었으나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그대로 출발, 원고가 바닥에 넘어지며 뇌출혈 등 상해를 입혀 원고가 한씨와 피고 회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씨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중상해죄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