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은 탁월한 문사이자 전인적 사상가"

최종고 교수, 담화 등 묶어 《우남 이승만》출간"이승만 연구, 보수 · 진보 공방전에서 벗어나야"

2011-07-29     김미정
"이제는 이승만 연구가 보수와 진보의 공방전에서 벗어나 보다 심도 깊은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기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왕성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최종고 교수가 우남의 사상을 집중 조명한 책을 펴냈다. 청아출판사에서 발간된 《우남 이승만》은 특히 우남이 지은 시와 담화문, 저술 등 우남이 직접 남긴 자료를 묶어 일종의 자료집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대통령리승만담화집'과 1904년 탈고해 6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발간된 우남의 대표적 저서인 《독립정신》, 1941년 뉴욕에서 출간된, 일본의 미국 침공을 경고하는 내용의 《일본내막기》 등이 최 교수가 우남의 사상을 끄집어 내 소개한 주요 자료들이다.

최 교수는 "(우남이 남긴) 편지나 일기, 메모 같은 자료도 있지만 그 정도로 범위를 넓힐 수는 없고, 활자로 공간된 (우남의) 발언들만을 수록대상으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또 우남으로부터 직접 육성을 듣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해설을 붙이면서도 평가는 삼갔다고 덧붙였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모아 주제별로 분류하고 정리한 끝에 최 교수가 내린 결론은 우남이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고의 지식인이요, 국제정세를 꿰뚫어 파악한 독립운동가였다는 것.

최 교수는 또 "우남이 실로 탁월한 문사였고, 전인적 사상가였다"고 서문에서 기리고 있다.

"한 인물을 평가함에 있어 온전한 시각에서 공적과 과오를 바르게 파악하고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평가하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기의 좁은 붓대롱 속에 비친 인물평은 금물이지요."

최 교수는 "우리가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되지만 한 인간을 정치로만 평가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우남은 이제부터 새롭게 진지하게 연구되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가 이 책의 출간에 착수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그는 2009년 초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대학에서 〈동아시아 법철학〉을 강의하며, 접한 이스라엘의 초대 수상 벤구리온에 대한 다양한 연구성과에 자극을 받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두 나라는 똑같이 유엔의 도움으로 1948년 같은 해에 건국되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벤구리온을 국부(國父)로 존경하며 그의 사상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으나, 우남에 대해서는 각자의 입지와 관점에 따라 주장, 평가만 하려 할 뿐 정작 우남의 삶과 사상 자체에 대한 차분한 연구가 희소하다는 것.

텔아비브에서 돌아온 최 교수는 곧바로 우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서울대 법대의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우남의 자료를 찾아 정리한 끝에 약 2년만에 탈고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김미정 기자(mjk@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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