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 경 수사권 합의 의미와 전망

[노명선 교수]

2011-07-04     김진원
지난 6월 20일 총리 주재 하에 합의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논쟁은 양자 간에 조금씩 양보하는 형식으로 매듭지어졌다.

경찰에서 많은 사건을 자율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2항에「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마련하면서, '모든' 수사에 대해서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함으로써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그대로 유지하였다(같은 조 제1항). 또 검찰청법 제5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법경찰관리의 검사에 대한 명령복종의무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형사소송법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조 제3항에「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으로 대체하면서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검 · 경간 협의로 정하기로 하였다.

검 · 경 조금씩 양보

이러한 검 · 경간의 합의는 그 동안 논란이 되어 온 경찰의 자율적인 수사개시권을 명문으로 인정하여 법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합의 내용은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에 관한 것이 아니고 문언 그대로 '수사현실'을 명문으로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므로 기본적인 수사구조나 사법적 통제로서의 검사의 수사지휘체계는 바뀌지 않았다.

일찍부터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주영 의원)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합의를 이루었으나 법률 조문화 작업과정에서 해묵은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져 나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경찰의 '자율적'인 수사개시권을 자칫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개시권으로 이해하고, 이는 경찰의 고유권한이므로 무조건 검사의 지휘권은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큰일이다. 이는 현재의 일선 수사현실을 명문화한 합의안의 취지에도 반할 뿐 아니라 판사와 검사에 의한 사법적 통제라는 우리나라의 기본적 수사구조에도 반하기 때문이다.

수사착수 실질설이 다수설

범죄사실에 관한 확인이나 정보수집 등 탐색단계에서는 경찰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 피의자를 소환하거나 압수 · 수색과 같은 강제처분 등으로 범죄혐의 있음을 외부적으로 표시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이 있을 때에는 수사에 착수하였다고 보는 실질설이 학자들의 다수설을 차지하고 있다. 대법원 또한 범죄의 인지는 실질적인 개념이므로 형식적으로 입건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하여 수사를 개시한 경우에는 인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 2001. 10. 26. 선고 2000도2968 판결)고 하여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수사를 위한 보완적 지휘만이 아니라 내사라는 명칭으로 이루어지는 경찰의 부당한 수사에 대해서도 이를 중지하거나 입건 후 송치하도록 명령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수사로 직결되는 부당한 내사에 대한 통제도 '수사지휘'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인권보장을 위한 검사의 지휘권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내사단계라도 적정절차를 통한 증거수집만이 추후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도 검사의 수사지휘권의 근거이기도 하다.

검찰은, 경찰이 자율적인 수사개시권을 갖게 된 만큼 내사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으려 하거나 유치장 감찰을 통해 내사기록을 일일이 검토하는 방식으로 지휘하려는 생각은 자제하여야 한다.

나아가 검찰은 본래의 인권보장기능에 충실하게 가급적 직접적인 수사는 자제하고, 경찰을 지휘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검사가 수사에 직접 관여하면 할수록 경찰의 부당한 수사에 대한 견제기능에 소홀히 하게 되고, 오히려 불법의 연대책임자로 전락할 수 있다.

내사기준 등 신속히 만들어야

수사의 정확한 개념 정의, 내사와의 명확한 구별기준, 검사의 지휘시점과 방식, 입건의 합리적인 기준 등을 신속히 만들어 공포함으로써 일선 현장에서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향후 수사권의 조정문제는 형사소송의 전체적인 체계, 국민의 법의식, 수사기관의 능력 등을 종합하여 국민적 합의로 도출해 나가야 한다.

이를 논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 마련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검사의 지휘를 근간으로 하는 사법적 통제를, 영미법계는 주민통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은 양자를 교묘하게 절충한 제3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법통제나 주민통제로부터 자유로운 경찰의 수사권은 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통제장치 마련 필요

만약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수사권을 실행하려 한다면 영미와 같은 외부적인 통제장치를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경찰이 1차적인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서 경찰의 지방분권화를 전제로 하고, 자치경찰제의 도입과 행정 · 사법경찰의 분리 등 경찰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변혁을 선결조건으로 다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사권 조정을 논의함에 있어서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지휘체계상 무엇이 문제인지, 새로운 제도변혁을 통해 얻게 되는 순기능은 무엇인지, 폐해는 없는지를 신중히 검토하여야 하고, 일단 바꾸고 보자는 생각은 단견에 불과하다. 그에 따른 불이익은 주권자이고 수혜자인 국민에게 송두리째 돌아가기 때문이다. 검 · 경 수사권의 조정은 경찰의 민주화, 분권화, 사법과 행정경찰의 분리라는 구조적인 개혁이 이루어진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노명선 교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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