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상장 허용되는 호주 로펌업계

[조세호 호주변호사]

2011-06-03     정승혜
호주에선 로펌도 일반 기업처럼 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 2007년 5월 첫 테이프를 끊은 Slater & Gordon과 Integrated Legal Holdings(ILH) 두 로펌이 상장돼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두 로펌은 어떻게 됐을까.

근로자에 대한 재해보상(workers' compensation) 전문으로 이름이 높은 S&G의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 가격은 호주 돈 1달러, 대략 한화 1000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2007년 5월 21일 호주 주식시장인 ASX (Australian Stock Exchange)에서 1.32달러에 거래되기 시작해 그 날 장이 마감했을 무렵 1.40달러를 기록했다. 기업공개가보다 무려 40% 이상 상승한 것이다. 기업공개는 성공적이었다.

첫날 40% 상승

S&G는 상장을 통해 투자가들로부터 약 350억원의 자본금을 모을 수 있었고, 그 후 호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로펌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서운 속도로 호주 법률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1935년 William Slater 변호사와 그의 처남인 Hugh Gordon 변호사가 함께 근로자 재해보상 전문 법률사무소로 문을 연 S&G의 2011년 현재 전 직원은 900명. 여전히 근로자 재해보상과 보험(insurance) 그리고 대인상해(personal injury) 분야의 전문성을 고집하며, 호주 전역에 40개 이상의 사무실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ILH는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2007년 8월 0.38 호주 달러에 상장한 ILH의 주가는 4년이 지난 현재 0.13 달러까지 내려왔다. 단 한 번도 상장가를 넘어 본 적이 없다. 로펌도 결국 일반 기업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탁월한 경영과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장을 한다 하더라도 성공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ILH는 법률그룹 형태

주가의 향배도 그렇지만, S&G와 ILH는 사업모델도 서로 다르다. S&G는 모든 사무실과 기본적인 인프라를 S&G 브랜드 아래 하나로 통일시킨 반면 ILH는 각기 다른 브랜드를 유지하는 로펌과 법률관련 일반 서비스업체 등이 계열사 형태로 모여 일종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S&G는 특히 실력과 고객 기반이 탄탄한 작은 로펌들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어 더욱 관심을 사고 있다. 일종의 비유기적(inorganic)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S&G가 홈페이지 (www.slatergordon.com.au)에서 공개하는 로펌 인수 · 합병 사례만 따져 보아도 1년에 평균 5개 이상의 로펌을 사들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S&G는 지난 2010년 회계연도에 호주국세청에 약 200억원의 세후 순이익을 올렸다고 신고했다. 2009년과 비교해 약 16% 상승한 수치이다. 2010년 총 매출은 약 1430억원,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참고로 호주엔 연매출 5000억원이 넘는 로펌이 3곳, 4000억과 2000억원 사이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로펌이 약 10곳에 이른다. S&G는 연매출 기준으로 15위권으로 진입했다. 4년 전엔 25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그만큼 S&G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것이다.



연매출 기준 15위권

인수 · 합병 외에도 S&G는 TV와 라디오 광고 등 다른 로펌들이 금기시 하는 채널을 통해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또 로펌 인수를 통해 고객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전문분야의 폭도 갈수록 넓혀가고 있다.



2011년 5월 24일 현재 S&G의 주식가는 2.30 호주 달러 남짓. 주식 가격의 상승세나 연매출액의 성장, 시장 점유율의 확대 등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매출액 규모만 따져도 호주에선 주식시장에 상장할 로펌이 좀 더 나올 것 같다. 올해부터는 또 영국의 로펌들 또한 주식시장에 상장이 허용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약 20개 이상의 로펌이 런던 주식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개 이상 상장 예상

호주에서는 또 상장 이외에도 로펌의 프랜차이징(franchising)이나 기업화(incorporation) 등 다양한 모습으로 기존의 파트너십 모델에 변화가 일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객에 대한 의무(Duty to the client)와 법원에 대한 의무(Duty to the Court)로 압축되는 변호사의 고유한 의무와 주주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등 여러 이슈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 있으면서 법률사무소, 법률사업의 모습이 한국에서 생각하는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조세호 호주변호사(ryan.cho@mccabeterrill.com.au)



◇조세호 호주변호사는 호주국립대(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서 법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McCabe Terrill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수 · 합병 및 기업자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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