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지원인은 기업의 도우미

[김현 변호사]

2011-05-03     최기철
일정 규모 이상 상장회사가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4월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모든 상장회사가 차제에 준법지원인을 도입하여 투명경영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코스닥협회는 법무부에 준법지원인 제도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상장사협의회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어 준법지원인 적용대상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기업의 준법경영을 도와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준법지원인 제도의 좋은 취지가 경제계에 잘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를 채용하여 기업 내 법률자문 업무를 맡기고 있다. 국내 사내변호사는 700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사내변호사가 기업에 의하여 임명되어 경영진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준법지원인은 임기 3년을 보장받으며 원칙적으로 외부에서 영입되어 독립적인 위치에서 기업이 준법통제기준을 준수하는지를 점검하여 이사회에 보고한다는 점에서 그 지위와 역할이 다르므로 사내변호사가 준법지원인을 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내변호사 700명 추산

회사의 형편상 사내변호사 외에 별도 준법지원인을 두는 것이 극히 부담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내변호사가 준법지원인 업무에 전념하는 등 일정한 조건 하에 사내변호사가 준법지원인을 겸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감사는 회사 업무에 관한 사후감독을, 준법지원인은 법률위험관리를 위한 사전점검을 한다는 점에서 명확히 구별된다.

1990년대 외환위기 때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에 준법감시인을 도입하였으나, 법률전문가 아닌 일반직을 형식적으로 준법감시인으로 임명함으로써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실제로 금융회사의 법률위험을 관리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전례를 참고하여야 한다. 준법지원인은 기업을 옥죄는 사람이 결코 아니며, 기업의 핵심가치인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협하는 위법경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존재의의가 크다.

또한 준법지원인 제도에 관한 상법 규정은 제재규정이 없는 임의규정으로서 준법지원인을 채용하지 않았다고 하여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오히려 준법지원인 입법 발의시 준법지원인을 두는 회사에게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감면, 양벌 규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주도록 의도하였는 바, 이러한 내용의 추가 입법이 곧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채용 안해도 불이익 없어

미국의 엔론 분식회계 사건 이후 각국 기업은 내부통제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기업의 윤리경영과 투명한 경영은 시대적 요구이다. 해외기업과 사업을 진행할 때에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기업들이 훨씬 유리해지고 있다.

기업을 잘 아는 유능한 법률전문가가 경영활동에 대한 충분한 법적 검토를 통해 예상되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주주들이 보다 안심하고 소중한 자산을 맡길 수 있고 자본시장은 더욱 건전해진다. KDI에 따르면, 우리 법질서 의식이 OECD 평균 수준으로 향상되면 연 성장률이 0.9% 증가된다고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준법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초석이다.

추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기업의 준법경영이 기업과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결국은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고양할 것임을 염두에 두고 보다 많은 상장회사가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하여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하여 운용비용과 인식의 부족으로 법률위험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이 매우 취약한 실정인데, 이러한 문제는 키코사태와 같이 중소기업의 존재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당시의 환율하락 추세에서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인 키코는 환율상승에 따른 본질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상품이었음에도 내부통제시스템이 극히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법률위험에 대한 사전점검 없이 계약을 체결하였고, 결국 환율급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었다.

근로자 88% 중기 근무

우리나라는 회사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데, 중소기업이 준법지원인과 같은 내부통제수단을 구비하지 않는다면 분명 제2, 제3의 키코사태를 초래할 것이고, 이는 기업뿐 아니라 다수의 근로자와 국가에까지 폐해를 입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준법지원인 제도의 적용 대상인 상장회사의 숫자는 많아야 하고, 이는 변호사 수를 늘려 국민들이 보다 쉽게 변호사를 활용하여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생활 속에 법치주의가 스며들게 하기 위하여 어렵게 로스쿨을 도입하였음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1990년대 외환위기 때 국제회계원리를 도입하고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한 단계 상승하였다면, 준법지원인 제도가 시행되는 2012년에는 준법경영을 통하여 우리 기업의 가치가 다시 한 단계 크게 상승할 것이다.

김현(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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