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과 법률시장개방

2011-05-02     김진원
한 · EU FTA 비준안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의결만 거치면 7월 1일부터 한 ‧ EU 교역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다. 법조계를 예로 들면, 영국 등 유럽 국가에 본사가 있는 국제적인 로펌들이 서울에 사무소도 열고, 영국 등에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외국변호사들이 서울 거리에서 활보할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이에 앞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선 전관예우 방지 등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의결돼 법사위로 넘어갔다. 이어 법사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과 사법개혁은 얼핏 서로 다른 얘기 같지만, 직접 당사자인 시장 참가자들에겐 두 법안 모두 생사가 걸린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다음 기회로 처리가 미루어진 법원과 검찰개혁안을 놓고 법원, 검찰 관계자들이 연일 국회를 드나들며 사정을 설명하고, 의원들의 이해를 구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주장의 당부를 떠나 그런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는 험담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 외국 로펌과의 전면 경쟁을 마주하게 된 변호사업계는 너무 조용한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한 · EU FTA 비준안을 가결한 외통위 회의에선 한 · EU FTA 발효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축산 농가에 대한 양도세 면제 등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구제대책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책 등이 논의되었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이슈여서 새삼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동안 독점적 이익을 누려 온 국내 로펌들은 축산 농가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장개방의 파장은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영국 로펌들이 서울에 상주할 외국법자문사의 자격요건에 대해 법무부 등에 활발한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영국변호사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한국계 미국변호사를 영국 로펌의 서울사무소에 근무하게 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기업체 변호사의 상당수는 또 법률시장이 열리면 변호사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며 영, 미 로펌이 몰려오길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변호사, 로펌, 기업체 변호사가 시장개방시대에 따져 보아야 할 것은 없을까. 현실로 닥친 다음엔 이미 늦을 수 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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