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법률시장 집중분석

[임석진 미국변호사]

2010-12-15     김진원
이제 우리에게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이나 '브릭스(BRICs)' 같은 용어는 금융시장이나 자본시장, 나아가 세계경제와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게 다뤄지는 주제가 되었다.

특히 2001년 골드만삭스가 2000년대를 전후해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영문 첫글자를 따서 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이후 이들 브릭스 4개국은 수요와 구매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와 수출 호조에 따라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신조어

경제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이들이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리포트 는 2020년 무렵이면 브릭스 국가들이 구매력평가(PPP) 측면에서 세계 경제의 1/3을 차지할 것이며, 전세계 GDP 성장률의 4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경제 포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G8이 최근 G20으로 개편된 것도 세계경제, 특히 금융시장에 있어서 브릭스 4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브릭스 4개국의 막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8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2010년 세계 5대 인구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은 전세계적인 신용경색(credit crunch)과 수요 ∙ 투자 감소 속에서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 살아남은 이머징마켓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9년 파산사건 최저



브라질 주식시장이 2008년 브릭스 국가들 중 경제위기의 타격을 가장 적게 받았다는 사실은 외국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브라질을 투자하기에 적합한 튼튼한 시장이라고 평가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비록 전세계적인 경기후퇴로 인하여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인 제조업 제품과 광석을 수출하는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기는 하였지만, 2009년 파산사건 현황을 살펴보면 브라질은 2005년 이래 가장 낮은 기업파산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브라질 내수시장, 특히 소비재와 자동차 부문은 경기후퇴 동안에도 호황을 일구었다.

2009년 1월부터 10월까지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약 미화 381억 달러에 이른다. 2008년 세계 다른 지역으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는 14% 감소한 반면, 브라질의 경우 2007년 대비 2008년 외국인직접투자가 오히려 30% 가량 증가하였다는 수치에서 브라질 시장, 특히 브라질 내수시장의 확대에 힘입은 브라질 경제의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알 수 있다.

외국 로펌 상파울루에 많아

브라질의 경제 성장과 브라질 시장의 확대와 함께 브라질 법률시장에 대한 국제적인 로펌들의 관심 또한 고조되어 왔다. 현행 브라질 법률은 브라질의 국내 로펌과 해외 로펌간의 합병을 금지하고 있다. 브라질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국 로펌들은 외국법 업무를 할 수 있는 허가를 취득한 상태이며, 일부는 브라질 로펌과 제휴하고 있다. 외국 로펌의 대다수는 상파울루에 사무실을 설치해 놓고 있으나, 몇몇은 리오데자네이루 또는 수도인 브라질리아 등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현재 브라질에선 Allen & Overy ; Baker & McKenzie ; Clifford Chance ; Linklaters ; Mayer Brown ; Macleod Dixon ; Proskauer Rose ; Shearman & Sterling ; Skadden, Arps, Slate, Meagher & Flom ; White & Case ; Simpson Thacher & Bartlett ; Squire, Sanders & Dempsey ; Gibson, Dunn & Crutcher 등의 국제로펌들이 영업 중에 있다. 이 중 Baker & McKenzie, Linklaters, Mayer Brown, Macleod Dixon, Squire, Sanders & Dempsey 등은 브라질 로펌과 제휴하고 있다.

브라질 로펌과 제휴도

주로 상파울루에 근거를 둔 외국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들은 브라질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연계가 브라질 내외로 유입, 유출되는 자본의 양을 계속해서 증가시킬 것이며, 그에 따라 로펌의 관련 업무가 증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브라질 법률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는 적절하게 다양한 분야로 혼합된 업무팀을 구성하는 것, 강한 현지 장악력, 그리고 촉망되는 산업 스펙트럼에 걸쳐 발전해가고 있는 기업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브라질 시장에서 외국 로펌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는 크게 자본시장, 인수합병(M&A), 사모펀드(Private Equity) 및 프로젝트 금융 등의 분야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브라질 경제의 변화에 발맞춰 그때마다 필요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일 업무분야에만 초점을 맞춰 외국인투자 시장의 유행을 쫓는 것은 보통 단기적인 성공을 위한 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 2007년에 있었던 브라질 IPO 시장의 붐은 2008년을 넘기지 못하였다. 최근 브라질의 IPO 시장이 다시 가열되고 있긴 하지만, 상파울루의 파트너 변호사들은 2007년과 같은 IPO 붐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한다. 독점금지법, 중재 등의 분야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현지 사무실 있으면 유리

브라질 내에 물리적인 사무실을 갖는 것이 성공적인 브라질 업무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실제로 몇몇 주요 외국 로펌은 브라질에 현지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브라질 현지에 사무실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다방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고객에 대한 보다 큰 접근성과 보다 많은 시장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해당 로펌이 브라질 업무에 전념하고 있음을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에서부터 보다 미묘한 이슈에 이르기까지 많은 외국 로펌이 브라질 내 현지 사무실 운영의 이점에 공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어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편안하게 생각하는 멕시코 고객과 비교할 때, 일부 브라질 고객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데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어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브라질 고객의 기호로 인하여 포르투갈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브라질 현지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는 변호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브라질에 현지 사무실이 있으면,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기반 구축에 보다 용이하다는 얘기도 있다.

브라질에 진출한 외국 로펌의 대부분이 브라질에 현지 사무실을 열기 이전부터 이미 강력한 브라질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한다. 브라질 현지 사무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열쇠는 외국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춘 변호사의 확보와 현지 변호사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본사 업무팀과의 업무 협조체계 구축이다.



Vivendi 70억$ 투자

프랑스 텔레커뮤니케이션 업체인 Vivendi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월 사이에 일어난 미화 7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통해 브라질 내 텔레콤 및 인터넷 시장의 선두주자인 GVT의 지배지분을 인수하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다국적 미디어사인 Naspers는 2009년 9월 브라질의 온라인 가격조사 엔진인 Buscapé를 미화 3억 4200만 달러에 인수하였고, 월마트는 2010년 브라질에 미화 약 11억 3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 자동차 생산업체인 Renault는 신규 모델 개발과 브라질 내수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브라질의 개발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향후 3년간 미화 약 6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브라질 내의 외국인 투자에 이어 브라질 개발은행인 BNDES는 해외사업을 하는 브라질 업체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대적으로 증대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지난 4년간 BNDES가 이러한 자국 기업들에게 지원한 금액은 미화 약 25억 달러에 이른다. BNDES는 현재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와 런던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계속해서 국제무대 진출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브라질에서의 국제적인 업무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법원 향방 가늠할 수 있는 지표

그러나 2010년 9월 상파울루 변호사협회는 외국 로펌과 브라질 국내 로펌간의 공식적 제휴는 브라질 내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 실제로 브라질 로펌과 제휴관계를 맺고 업무를 해오고 있는 Mayer Brown, Linklaters, DLA Piper 등과 같은 국제적인 로펌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외국 로펌들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브라질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시장 내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상파울루 변호사협회의 의견이 그 자체로 구속력이 있지는 않고, 자문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지만, 만약 브라질 로펌과 제휴하고 있는 외국 로펌이 이 문제를 공식화하여 법적 절차를 시작할 경우 법원 결정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상파울루 변호사협회의 이러한 입장은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외국 로펌들에 의해 브라질 법률시장이 잠식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제한에 불과할 확률이 높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경제에서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브라질의 법률 시장 역시 궁극적으로 개방을 향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강력한 고객관계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업무팀을 구성하고 있는 외국 로펌들은 이후에도 브라질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발히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2014년 월드컵 개최와 2016년 올림픽 등 대규모 글로벌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브라질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브라질 내수 시장을 선점하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메르코수르(MERCOSUR, 남미공동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브라질로 향하는 국내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투자 영역 다방면 확대

국내 기업들의 투자 영역도 기존의 전자와 에너지 부분 중심에서 자동차, 철강, 전선, 조선기자재산업, 고속철, 플랜트,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화학공학, 환경산업, 소프트웨어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현대차는 상파울루 북서쪽에 약 56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자동차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을 계획이며, LS전선은 리오데자네이루에 전력선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 주 페셍 공업단지 내에 연산 300만 톤 규모의 고로제철소 건설을 시작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효성은 브라질 남부에 연산 1만 톤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브라질 자원그룹인 EBX와 국내 철광석 자원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미화 7억 달러 규모의 철광석 투자 프로젝트를 체결하였다.

교역규모 100억 달러

지식경제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도 한-브라질 산업협력 강화와 함께 브라질이 추진하고 있는 고속철, 플랜트 등 대형 국책사업에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이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중남미에서 수주한 149억 달러 중 1/3이 넘는 57억 달러를 브라질에서 수주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되듯이 한국 기업들의 브라질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교역규모 100억 달러 시대를 맞이한 양국간의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브라질 시장 진출이 확대될수록 그와 관련된 법률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 법률회사가 브라질에 진출한 사례는 없으나, 현재 한국 내 대형 로펌 1~2곳이 브라질 변호사를 영입하거나 브라질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양헌(Kim, Chang & Lee)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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