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촛불시위도 정치성 띠면 사전신고 해야"

[서울고법] "모형성조기 소각 집시법상 방화에 해당돼"

2004-11-04     최기철
서울고법 형사 2부(재판장 전수안 부장판사)는 11월2일 미선 · 효순양 추모 촛불집회를 사전 신고없이 열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여중생범대위' 김종일 집행위원장과 유모씨에 대한 항소심(2004노1035)에서 김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효순 · 미선양 사망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의 참여로 수백 차례 개최된 촛불집회는 고인들을 기리고 추모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 등이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경찰을 규탄하고,,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고, 이라크 파병결정에 반대하는 등의 정치적인 구호를 줄곧 주창했으며, 참가자들로 하여금 차로를 점거해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을 유도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각 촛불집회는 순수한 추모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단순한 관혼상제에 관한 집회로서 집시법상의 신고가 필요없는 집회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미관계의 문제점에 대해 여중생 사망사건을 통해 많은 국민에게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등이 제기한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에 경청할 만한 내용이 있다고는 인정되나,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확신하고 그것이 다수의 뜻이라고 해도 헌법과 법률이 인정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까지 그러한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소속된 '여중생범대위'가 개최한 수백 차례의 촛불집회는 이 사건으로 공소제기 된 10회 정도의 집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순수한 목적에서 아무런 탈법행위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로써 시위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러한 사정은 양형에 있어서의 참작 사유일 뿐, 실정법에 위배되었음이 명백히 인정되는 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유모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성조기 소각행위가 여중생들을 사망하게 한 미군과 그를 무죄판결한 미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고 해도 그로 인한 화재의 위험과 집회 참가자 및 경찰들에 대한 화상위험, 군중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유발될 수 있는 시위질서의 문란가능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는 집시법상 금지하고 있는 방화에 해당한다"며 징역 4월 및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 등은 2002년 사전 신고없이 여중생 추모집회를 열면서 도로를 점거하고 모형성조기를 태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