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사업의 위기와 법적쟁점

[임성택 변호사]

2010-09-06     김진원
부동산 불패신화가 흔들리고 아파트 값이 떨어지더니, 크고 작은 부동산 개발사업이 좌초하고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중단될 위기라는 보도에 이어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사업, 판교 알파돔시티 개발사업 등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급기야 택지공급, 도시개발을 담당하는 LH공사도 여러 지구의 개발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실물경기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PF)을 통한 부동산 개발사업의 구조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담보신탁은 기본

본래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해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사실상 담보대출과 다름없이 운영되어 왔다. 부동산에 대한 담보신탁은 기본이고, 시공사의 연대보증과 채무인수, 나아가 책임준공이라는 독특한 장치들을 통해 사실상 시공사의 담보로 대출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부실한 부동산 개발사업이 남발되게 되었다. 수익성 없는 개발사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가 이어졌으며, 시장의 공급과잉을 가져왔다. 볼모로 잡힌 건설회사는 그로기 상태가 되었고, 건설회사가 흔들리다 보니 확실한 담보가 있다고 믿었던 금융기관도 휘청거리게 되었다. 한편 프로젝트 개발이나 건설사업 관리에 관한 전문성이 없는 영세한 시행사들도 이러한 위기에 한몫을 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계하는 당사자는 매우 많다. 개발사업의 주체인 '시행사', 공사를 수행하는 '시공사', 파이낸싱을 맡는 '대주', 부동산 신탁을 담당하는 '신탁회사', 개발사업의 결과물을 분양받는 '수분양자'가 기본적인 당사자이다. 시행방식이 복잡해지면서 SPC(특수목적회사)나 PFV(Project Financing Vehicle)가 시행주체로 되는 경우도 많다. 대출도 토지비와 같은 초기자금을 빌려주는 브릿지 대출(Bridge Loan)과 공사비 조달까지 아우르는 본 PF로 나뉘고, 대출채권을 유동화함(PF ABS, PF ABCP)에 따라 법률관계도 복잡해졌다.

법률관계 복잡

펀드(간접투자기구)가 개발사업에 대출을 하게 되면서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와 펀드운영을 맡는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회사)', '신탁업자(수탁회사)' 등도 개입한다. 여기에 시행사의 투자자, 채권자들이 있고, 공사를 위한 하수급업체, 분양보증을 위한 대한주택보증 등도 참여한다. 이들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 정말로 복잡한 법률기술이 동원된다. 이하에서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에 따라 어떤 법적 문제가 생기는지 살펴본다.



◇시행사=시행사의 잘못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토지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 자금압박으로 부도가 나는 경우 등이다. 이 때 시행사는 대주로부터 기한의 이익을 상실당한다. 이른바 EOD 선언이다. 그 후 대주단 및 시공사는 시행권을 인수하는 절차에 착수하여 사업부지를 공매한다. 나아가 시행사의 주식에 설정된 질권 등을 실행하여 시행사 자체를 인수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자들이 시행사에 대한 파산신청을 할 수도 있다.

채권자가 파산신청도

반면 시행사의 잘못 없이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시공사가 부도가 나는 경우, 시공사가 본 PF를 위한 협력을 하지 않거나 재대출(Refinancing)을 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 등이다.

시공사가 부도를 맞거나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어진 때에는 시공사의 시공권을 포기받거나 시공사를 교체한다. 나머지 경우에는 시공사에 대하여 협력의무 이행 또는 책임준공 의무이행을 법률상 청구할 수 있다.

시공사가 시공권을 포기하더라도 시공사의 하도급업자들이 유치권을 행사할 위험도 있다. 이와 같이 시공사의 부도 등의 사유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에도 대부분 EOD 선언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귀책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행사와 공매 등을 통해 시행권 및 사업부지 등을 매각하고자 하는 대주단간에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도급업자 유치권 행사할 수도

대출을 해주기로 한 금융기관이 시장상황을 들어 대출을 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물론 대출약정이 이미 이루어진 경우에는 약정에 따라 대출을 법률상 청구할 수 있지만, 양해각서나 MOU의 형태로 구속력이 없는 약정을 한 경우에는 대출을 강제할 수 없다.



◇시공사=시행사의 잘못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시공사다. 시행사를 위해 지급보증을 하거나 채무인수약정을 맺기 때문이다. 나아가 책임준공의무까지 부담하기 때문에 시공사는 대출채무도 인수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도 계속해야 한다.

물론 시행사와 대주단 사이에서 채무인수 및 책임준공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채무인수나 책임준공에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시공사에게 불리하게 약정이 체결된 경우가 많아서 채무인수나 책임준공 의무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시공사에 불리한 약정 많아

이 때 시공사는 시행권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인수해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 시행권이란 개발사업을 위한 인허가권, 개발사업의 대상이 된 토지소유권을 포함하는 것으로 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일체의 권리를 말한다. 시행사의 주식 또는 경영권을 인수하여 시행사 자체를 인수하거나, 시행사에 대한 파산신청을 통해 시행권을 정리하는 방법도 있다.

시행권 인수는 구체적으로는 토지소유권에 대한 이전등기청구, 인허가절차에 대한 협력의무청구 등을 구하는 것이므로 소송으로 갈 경우 판결이 확정되어야 집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판결이 확정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행권 인수가 분쟁화될 경우 장기간 동안 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채무는 인수하고 시행권을 인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빚은 뒤집어 쓰고 사업권은 못 가져오는 낭패를 보게 된다. 이 때 시공사는 대주에게 "시행권 인수가 채무인수의 조건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취지의 약정을 명확히 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시행권을 가져올 때에는 대출채무 이외의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행사의 주식 또는 경영권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시행사의 채무 또한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통상 시행사가 단독으로 체결한 각종 계약은 시행권을 가져온다고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계약의 효력은 당사자 사이에만 미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행사가 수분양자들과 맺은 계약도 시공사가 당연히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들과의 사해행위 논란

시행권을 인수할 때 사해행위(詐害行為)도 논란이 된다. 시행자의 채권자들은 시행사의 전 재산이 시공사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반발하면서 사해행위라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시행사가 채무초과에 빠지기 전에 시행권 인수약정을 했고, 시행권 인수를 통해 개발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면 사해행위로 보지 않는 사례가 많다.



시행권을 인수할 때 토지가 신탁된 경우에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통상 신탁회사가 시행사에게 소유권을 돌려준 후 다시 시공사로 이전해야 하는데, 시행사가 이 절차에 협력하지 않거나 시행사의 채권자들이 가처분을 통해 방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신탁계약에서 신탁회사가 직접 시공사에게 소유권을 넘겨줄 수 있도록 근거가 있어야 한다.



◇대주=시행사 또는 시공사의 잘못으로 개발사업이 잘못된 경우, 대출을 해준 대주는 채권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시행사에 대하여 기한이익 상실의 조치를 취하고, 시행사를 정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

한편 시공사에게 약정에 따라 보증책임을 묻거나 채무인수를 요구한다. 다만, 대주 입장에서도 EOD 선언을 하는 경우 해당 대출채권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어 추가적인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등의 부담이 있으므로 문제된 사유가 조기에 치유 가능하고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 같은 경우에는 만기를 연장해 주는 경우가 많다.

만기 연장해 주기도

지난 해 이루어진 대주단 협약에서와 같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해소하고 건설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 주도하에 일률적으로 만기가 연장되기도 한다.

공사가 계속 진행되는 것은 채권회수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므로 책임준공이 문제로 된다. 준공이 되어야 분양도 가능하고 분양수입금도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준공이란 불가항력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사비를 못 받았거나 민원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공사를 중단할 수 없고, 공사기간 안에 준공을 마쳐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책임준공은 법률상으로 보면 뜨거운 감자다. 구체적 약정내용에 따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과연 어떤 권리를 청구할 수 있는지, 책임준공 자체를 소송상으로 구할 수 있는지, 손해배상을 구한다면 그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가 논란거리다.

뜨거운 감자, 책임준공

대출채권이 유동화되어 있거나, 펀드가 대출을 한 경우에는 또 다른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펀드의 경우 투자자인 수익자와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심각한 분쟁이 발생한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대출과 달라서 원금손실의 위험을 안고 투자하는 것이지만, 집합투자업자가 펀드운용을 잘못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묻을 수 있다. 이른바 선관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다. 특히 공모형 펀드의 경우 소액 다수의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에 분쟁이 많은 편이다.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면 할인분양도 중요한 이슈가 된다. 분양이 저조하여 대출금 상환이 여의치 않으므로 할인분양을 통해 손해를 만회하려는 대주단과 할인분양이 되면 공사비나 사업이익이 삭감되는 시공사, 시행사 사이에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약정서에서는 할인분양 권한을 대주단에게 맡기고 있고, 구체적 절차와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수분양자=개발사업이 난항에 빠져 분양계약 이행이 지연되거나 난관에 봉착하면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런데 시행사는 돈이 없고, 시공사는 분양계약의 상대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수분양자는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분양계약이 이행되지 않는데 분양대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시공사가 수분양자에 대하여 책임준공을 약속한 경우에는 책임준공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시공사가 대주단과는 책임준공 약정을 한 것이 분명하지만, 수분양자에게 법률상 책임준공을 약속한 것인지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한주택보증 보증 따져봐야

분양과 관련하여 아파트와 같이 대한주택보증이 보증을 선 경우에는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 할인분양이 이루어진 경우 기존에 비싼 분양가로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가 사기분양이나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앞에서 개괄적으로 이해관계자에 따른 법적 쟁점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부동산 개발사업은 구체적 내용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개발사업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파트 개발사업인지, 상가 개발사업인지, 도시정비사업인지, 도시개발사업인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의 사업인지, 주택법에 따른 사업인지 등에 따라 법적 근거와 내용이 달라진다.

사업단계별 법률검토 달라

부동산 개발사업이 어느 단계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법적 검토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초기단계는 그 단계대로, 준공을 앞둔 마지막 단계는 그 단계대로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이해관계자들은 충돌한다. 그 때마다 분쟁의 양상과 성격이 달라진다. 따라서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입장과 위치에 따라, 단계에 따라 법률가의 조언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최초 계약 단계에서 법률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관계자들의 이익과 힘이 균형을 이뤄 합리적이고 공정한 계약이 맺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1개의 법무법인이 대주, 차주 및 시공사 모두를 대리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익성과 분양성을 진정으로 갖춘 개발사업이 시도되고, 사실상의 담보대출이 아닌 진정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이루어진다면 개발사업에 따른 법률문제도 적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임성택 변호사(stlim@js-horizon.com, 법무법인 지평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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