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체제 변환 서두르는 영미 로펌들

[임석진 미국변호사]

2010-07-07     김진원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 거품, 주택 거품 등으로 인해 대형 로펌 변호사들의 급여가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한 고객의 가격인하 압박, 시간당 청구에서 균일가(flat fees)로 변하는 추세와 사내법무팀으로 하여금 법률서비스 비용을 비교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기술혁명 등으로 인하여 다수의 로펌이 이를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건비가 78%

이런 현상은 물론 로펌 운영모델과 관련되어 있다. 미국 로펌의 경우 통상적으로 인건비 78%, 시설비 8% 그리고 14%의 기타 비용으로 비용구조가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시설비와 기타 비용은 쉽게 절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는 것은 대부분이 변호사 급여인 인건비와 그와 관련된 비용이다.

로펌 경영진은 이전에는 "모두 다 같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최근에는 빌링(billing)이나 실적을 못 내는 변호사들에 대하여 인내심을 발휘하기 쉽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이같은 상황에서 로펌의 급여체계를 변경하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먼저 급여체계가 어떻게 변경되느냐에 따라 실적이 좋은 변호사들이 로펌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적 좋은 변호사들은 현재 머물고 있는 로펌이 경제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끼면 안정된 로펌을 찾아갈 것이고, 이들을 환영해 줄 로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 떠나면 이들의 고객도 함께 떠난다고 봐야 한다.

고객도 함께 떠나

이러한 현상은 주로 실적이 가장 좋은 변호사들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이를 허용한다면 남아있는 변호사들만으로는 로펌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실적이 좋은 변호사들이 일하는데 큰 불편이 없도록 급여체계를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실적 좋은 파트너 변호사의 급여체계는 물론이고, 이들을 지원하는 어소시엣 변호사들의 급여체계도 원만하게 구성하여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많은 로펌이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개별화된 급여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또 파트너 변호사의 급여체계가 전에는 과거의 성과와 최근 성과에 동일한 무게를 두고 결정되었으나, 얼마 전부터 최근 성과에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연봉 16만$에 보너스 지급

어소시엣 변호사에 대한 급여체계 조정은 다른 어려운 점들이 있다. 그동안 급여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7년 까지 미국 주요 대형 로펌의 초기 급여가 연간 8만 달러에서 16만 달러에 보너스를 합한 금액으로 두 배 이상 인상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로펌들은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어소시엣 변호사의 고용, 훈련, 승진 및 보수 체계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몇몇 새로운 프로그램은 미래 지향적인 모델로 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일시적인 해결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문제는 변호사들이 절대적인 기준에서 너무 높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변호사들이 과도한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로펌 관계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로펌의 기본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매년 신참 변호사들이 고비용에 고용되어 계약직 변호사나 변호사가 아닌 똑똑한 변호사 보조(paralegal)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불평한다.

현재 미국의 로펌에서는 어소시엣 변호사의 급여 구조의 개선을 위하여 특별히 두 부문에 대해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첫째는 어소시엣 변호사의 초기 연봉을 종합적으로 인하하고 일률적인 급여인상(Lockstep Salary Program)을 개선하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소시엣 변호사에 대하여 단계별(tier) 고용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객은 1, 2년차의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사건을 맡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현한다. 그러나 많은 로펌에선 이런 새내기 변호사들에게 많은 연봉을 제공하고 있다.

거액의 연봉은 새내기 변호사들이 로펌의 이익창출에 참여하는 정도와 비교해 볼 때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본연봉 10~20% 인하

이런 사정 등이 겹쳐 미국의 로펌들은 최근 기본연봉을 10~20% 인하하고 있다. Lockstep Salary Program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많은 의견이 있었다. 소수의 로펌들은 이에 대한 개혁을 시도하거나, 아예 없애버린 경우도 있다.

일부 로펌은 해고, Lockstep Salary Program의 배제 보다 변호사들을 나누는 시스템을 설립하여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왔다. 즉, 일부의 변호사는 파트너십 궤도를 밟기 위해 채용되는 반면 다른 변호사들은 보다 평범하거나 낮은 수준의 업무에 특화하기 위한 용도로 채용된다.

Howrey는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로펌은 20여명의 파트너십 궤도의 변호사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1년차 12만 5,000 달러, 2년차 15만 달러로 삭감된 급여를 제공하고 낮게 청구되는 시간당 요율을 두고 있다. 그 대신 교육훈련과 멘토링(mentoring)이 강조된다. 또 1년에 1,700시간 이상의 빌링이 요구되지 않고, 대략 700시간 정도만 빌링하면 된다.



700시간 정도만 빌링

파트너십 궤도의 변호사들은 3년차부터는 원래의 급여구조로 돌아간다. 이러한 시스템 개설 이후에도 좋은 법대 출신 학생들의 지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구조를 선호하는 법대생도 있다고 한다.

Howrey는 보다 낮은 수준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파트너십 궤도가 아닌 2번째 단계의 변호사들 즉, 전문분야 변호사들을 고용한다. 이들은 좀 더 적은 시간 동안 일하고 대략 8만 달러의 급여로 시작한다. Orrick, Herrington & Sutcliffe와 WilmerHale도 이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로펌을 연구하는 인디애나대 로스쿨의 Henderson 교수는 미국 로펌인 Kaye Scholer의 이러한 프로그램을 가리켜 "단기적으로 논리에 맞는 전략"이라고 칭찬했다. 로펌 컨설턴트이자 전직 사내변호사(General Counsel)인 피터 제가우저(Peter Zeughauser)도 최신 전략이라고 호평했다.



영국 로펌들도 시행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변호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Lockstep Salary Program을 개선하거나 아예 없애는 것은 영국 로펌들에서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Allen & Overy, Ashurst, Freshfields, Norton Rose등에서 시행 중에 있으며, 최근에는 CMS Cameron McKenna에서도 실적 ‧ 실력 위주의 급여체계를 서두르고 있

다고 한다.

미국의 대다수 로펌이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채택할지의 여부는 경제가 호전되는데 얼마나 걸리느냐에 달려 있다.

파트너별 이익 순으로 어메리컨 로이어(American Lawyer)잡지의 최근 상위 랭킹에서 3위를 기록한 Boies, Schiller & Flexner의 수장인 보이스 변호사는 그러나 "어떤 모델도 장기간 지속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로펌이라 함은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변해가야 하며, 고객들의 요구를 맞추어 가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짊어 지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호전 여부가 변수

한국의 로펌들도 최근에 변호사 급여체계에 대하여 지난 몇 년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한 로펌의 어소시엣 변호사 월급체계를 쫓아가려고 급여를 인상하다가 이를 후회하는 로펌도 있고, 어소시엣 변호사의 급여체계를 Howry 또는 Orrick과 같은 시스템으로 변경을 시도하는 로펌들도 있다고 한다.

3년 차부터 실적 위주로 변호사를 평가하여 급여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이를 시도하려고 노력하는 곳도 있는 것 같다. 아무쪼록 앞에서 설명한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급여구조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양헌(Kim, Chang & Lee)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