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결핍이 범죄, 분쟁의 원인"

윤재윤 판사,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펴내법정에서 찾아낸 삶의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2010-06-08     김진원
"사람을 죽인 죄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며칠 뒤 피해자 여성의 아버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피고인이 명백한 범인인데 어떻게 그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며, 만약 상급심에서 무죄가 확정된다면 법이 무너진 이 나라를 떠나겠다는 것이었다…"

"민사재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두 남녀 사이에서 벌어진 소송이었다. 여자가 남자를 상대로 성폭행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남자는 여자가 거짓 소문을 퍼뜨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역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두 사람 모두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각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성폭행 사실이 있든지 없든지, 진실은 하나일텐데 두 청구를 모두 기각함으로써 여자에게는 성폭행 사실을 부정한 셈이 되고, 남자에게는 이를 인정한 셈이 됐다. 법적 사실과 실제진실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법관 30년 소회 담아

서울고법의 윤재윤 부장판사가 법관 30년의 소회를 적은 수필집을 펴냈다. '눈물의 현장 법정에서 찾아낸 삶의 해답'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의 제목은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법원에서 재판을 받으며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수많은 사람의 사연을 소개하며,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해야 온전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 나선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다. 현직 판사의 인생 지침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윤 부장이 다룬 실제 사건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어 법정 수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윤 부장은 "범죄, 재산분쟁, 관계의 갈등 등 삶을 해치는 어두운 것들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하나의 공통된 원인을 갖고 있다"고 갈파하고 있다. 바로 사랑의 결핍과 거부 즉, 자기 속에 있는 연약한 어린아이를 제대로 품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혼란이 자신을 향하면 정신장애가 되고, 남을 향하면 난폭해지거나 범죄자가 된다"며, "주변 사람과 자주 충돌하는 까다로운 사람도 사실은 필사적으로 사랑에 목말라 하는 외로운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해답은 무엇일까.

윤 부장은 이란의 시인 잘랄 앗 딘 루미의 시로 서문을 열며, "옆에서 우는 사람과 함께 울 때 연민의 힘으로 신비한 치유가 시작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랑과 연민만이 인간의 고통과 범죄를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왜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로 책의 제목을 뽑았는지 공감할 수 있다.

'소년자원보호자제도' 제도화시켜

윤 부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1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5년 비행소년과 시민을 연결해 보호하는 '소년자원보호자제도'를 만들어 제도화시켰으며, 피고인의 보다 자세한 사정과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정상관계 진술서 양식도 만들었다. "건설관계분쟁관계법" "언론분쟁과 법" 등의 저서가 있다. 351쪽,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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