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렌퀴스트 미 연방대법원 그려

"지혜의 아홉 기둥"의 속편과 같은 책강건우 군법무관, 'THE NINE' 번역 출간

2010-06-03     김진원
"연방대법원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받아들이겠다."

지난 2000년 조지 W 부시와의 대선에서 패배한 앨 고어는 이렇게 말했다.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는 전국 득표수에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33만여표 차이로 이겼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선 졌다. 플로리다 주에서의 근소한 표차에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앨 고어는 플로리다 주 법원에 재검표를 허가해 달라고 청구했고, 재검표가 진행되면서 표차는 더욱 줄어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재검표는 진행되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이 5대 4의 의견으로 "플로리다 주 법원의 재검표 시한 연장 조치는 위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43대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결정됐다.

미 연방대법원을 속속들이 파헤친 책이 나왔다. 'THE NINE'. CNN의 법조담당 해설자인 제프리 투빈이 쓴 책을 강건우 군법무관(사시 47회)이 옮겼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감수했다.

밥 우드워드가 "지혜의 아홉 기둥"을 통해 워터게이트 판결, 낙태금지와 사형제도 위헌판결 등이 내려진 워렌~버거 시절(1969~1976년)의 미 연방대법원을 다뤘다면, 'THE NINE'은 버거~렌퀴스트 시절의 30년을 조명하고 있다. "지혜의 아홉 기둥"의 속편이라 할 만한 책으로, 9년간 미국 사법부를 이끌어온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의 재임 시기는 낙태, 민권, 정교관계(政敎關係)와 같은 이슈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시기이다.

'미국을 움직이는 아홉 법신(法神)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9명의 대법관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대법관들의 성격과 사법철학, 개인적 유대관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역동적인 일화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진보 또는 보수 성향의 대통령과 그들에 의해 간택된 대법관들의 임명 과정, 진보에서 보수로 또는 그 반대로 변해가는 대법관 개인의 고민과 갈등도 생생하게 그렸다. 639쪽. 라이프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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