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가 멘토에게

[정소연 변호사]

2010-04-20     최기철
나는 평소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에서 많은 자극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내가 믿는 구석이 있다면, 그 곳에 대한 사전정보를 소개한 책이나 그 곳을 미리 다녀온 사람의 얘기이다. 아무래도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서적보다는 내가 가게 될 곳을 미리 다녀온 사람의 생생한 얘기가 여행지에서 생기게 될 변수나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하는데 확실한 길잡이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설렘 반 막막함 반으로 출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든지 녹록한 분야가 있을까마는 변호사 업계가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은 연수원을 입소하면서부터 많이 들어왔다. 계속된 경기 불황에다 변호사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새로운 법적수요의 창출이 없는 상태에서 변호사의 보수 및 수임구조는 몇 년 째 정체되어 있다. 이런 때 변호사로 출발하는 것에 대해 설렘 반 막막함 반이라고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처음에는 남의 얘기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찾아주길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내 적성에 맞을 것 같고, 변호사가 되면 내가 갖고 있는 법률지식을 발판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며, 남을 도울 기회도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많을 것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변호사를 동경해 왔었다.

총체적 능력 필요

그러나 새내기 변호사로서 한 달 반을 지낸 지금 변호사는 소위 멀티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의뢰인을 상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지에 대한 검토, 서면 작성, 법정에서의 변론, 같은 사무실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등 총체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꼭 낯선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길을 먼저 가서 일을 하고 계신 법조 선배들의 조언을 듣는다면, 이제부터 겪게 될 어려움을 예측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멘토&멘티 변호사제도를 신청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 되는 게 먼저

변호사로서 얼마 생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멘토 변호사님들께 바라는 점을 말씀드리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몇 가지 바람을 적어본다.

첫째는 일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이고, 좋은 변호사는 그 다음 문제라고 쓴 어느 변호사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누구든지 법 문제 등에 관계되어서 만들어진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인간적인 실수, 즉 동료나 상대방 변호사 등을 연배에 관계없이 무시하는 일 등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자칫 내가 아집에 빠져서 상대방을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방법, 또한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이해득실을 따져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방법에 관해서 조언을 듣고 싶다.

둘째,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고 각종 서적들이 많이 출판되어서인지 의뢰인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이미 여러 변호사들의 법적자문을 받고 와서 상담을 하는, 소위 변호사를 테스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 마주하게 되면 의뢰인들과의 상담이 불쾌한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의뢰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의뢰인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법, 사건을 수임하는 데 있어서 주의할 점에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전문화에 대한 희망이다. 요즘 모든 분야에서 전문화의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문변호사등록제도가 실시돼 이미 등록신청을 마친 변호사들도 다수 있다. 변호사라면 누구나 전문분야를 하나씩 만들어가길 지향한다. 대형 로펌에서는 파트별로 분야가 나뉘어 있어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만들어가면서 일하기가 더 수월할지 모르겠으나, 변호사가 전문분야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다. 전문분야를 만드는 방법이나 그를 위해서 노력해야하는 점에 관해서 멘토 선배의 조언을 듣고 싶다.

서면 작성에 하루 빠듯

아직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서 서면을 작성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하루가 빠듯하긴 하지만 변호사의 사회적 참여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멘토 변호사님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서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참여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면서 그 실천방법을 모색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택해서 하는 것만큼 행운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운을 얻은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변호사로서 회의가 들 때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많은 얘기를 듣고 싶다.

멘토 있어 두렵지 않아

낯선 곳에 대한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서툴고, 여행의 즐거움 보다는 긴장감이 더 하지만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멘토 선배들이 있기에 이 여행이 두렵지 않다.

나는 이 여행이 평생 될 것이라는 생각에 처음부터 조급해 하지 않으려 하고, 멘토 선배들과의 많은 대화 속에서 힘들었지만 평생 기억에 남는 여행으로 만들고 싶다. 이 여행의 중반쯤에는 나도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있기를 꿈꿔본다.

정소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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